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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litary ] in KIDS
글 쓴 이(By): Asteau (언젠간학생맧)
날 짜 (Date): 1998년04월07일(화) 10시30분12초 ROK
제 목(Title): "놈들이 몰려왔다." 31 - (1)


1944년 6월 5일 밤 11시 45분.
셸부르 지구 독일해군 사령관 헤네케 제독은 바다고 내려다 보이는 자신의 별장에서 
음악 연주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초대받은 고급장교들이 젊은 여성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슈만의 파이노곡 속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을 무렵, 한 중위가 뛰어 들어오면서 해안 초소로부터 방금 
수신된 급전 한통을 보고했다.
"해안지대의 각 도시와 주요 도로상에 연합군의 공습, 내습한 적기의 규모는 
판단불능. 엔진소리로 보아 전례 없는 대편대가 분명함. 해안 후방에 적의 정찰기 
다수 출현. 폭격목표를 표시하는 조명탄을 투하하고 있음."

피아노 소리가 중단되고 바짝 긴장된 장교들은 옷매무새를 고치며 헤네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제독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통 알 수가 없었다.
이전에도 항로를 잃은 연합군 폭격기들이 프랑스 해안 도시에다 폭탄을 떨구고 
돌아간 예가 종종 있고, 오늘처럼 비바람이 치는 밤이라면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또 설령 이것이 연합군의 전면적인 상륙작전이라면 그 목표는 어디인가? 이처럼 
광범위한 지역에 골고루 폭격이 퍼부어지고 있다면 상륙지점이 어디인지를 
추리해내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해진다.
갈피를 잡지못한 헤네케 제독이 망설이고 있는 사이에 조금씩 더 정확한 정보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최소한 2,000대 이상의 적항공기, 파드깔레 부근으로 향하고 있음."
"노르망디 해안에서 1만톤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수송선  포착. 파드깔레로 향하고 
있는 것이 분명함."

깊은 고민에 쌓여 있던 제독이 마침내 튕기듯 자리를 박차고 있너나며 외쳤다.
"파드깔레다! 모든 함정과 항공기를 그쪽으로 투입하라."
하지만 헤네케는 그 순간 자신이 연합군의 용의주도한 기만작전에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알지 못했다.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작전 그 자체만큼이나 공들여 준비해온 대규모 위장작전 - 
포티튜드 작전 - 은 이 작전개시의 첫날밤에 실로 그 절정에 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르망디로 향하는 수송선단이 출발한 것과 거의 같은 시각, 폐기직전의 낡은 
배들로 구성된 일단의 선단이 도버해협을 건너 파드깔레로 향했고, 이 배들은 
저마다 길이 9m의 기구(氣球) 2개씩을 끌고 있었다.
이 거대한 풍선에는 전파를 반사하는 알루미늄 박이 씌어져 있기 때문에 독일군의 
레이더에는 거의 1만톤급의 대형선박에 해당하는 영상을 만들어낸다.
또한 상공을 선회하고 있는 영국공군의 구식 폭격기들은 수많은 독일본토 출격을 
통해 이미 그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어 있던 윈도우 - 얇은 알루미늄판 - 를 열심히 
살포하고 있었고, 이것 역시 수천대의 항공기가 파드깔레를 향해 몰려오는 것과 
흡사한 징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연합군의 폭격수들은 미리 명령받은대로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는 것 이상으로 
독일군의 레이더 기지를 살려두는데 온 신경을 집중했고, 치열한 폭격속에서도 
신통할만큼 유독 자신들만 멀쩡하게 살아남아 있다는 사실에 의혹을 품을만한 
겨를도 없었던 독일군의 레이더들은 이런 거짓정보를 열심히 날려 보내고 
있었으니, 대부분의 독일군 고위 지휘관들이 헤네케와 같은 결론을 내린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었다.
어차피 몆대 남아있지도 않던 독일군의 전투기가 모두 파드깔레 방면으로 날아가 
버림에 따라 이제 노르망디 상공을 뒤덮은 1000여대의 연합군 폭격기에 맞서는 
것은 오직 지상에서 퍼부어지는 대공포화와 비바람뿐이었다.

캉 운하에 걸린 다리 위에서 보초를 서고있던 '헬무트 레머' 일병은 1940년 6월의 
덩케르크 이후로 만4년만에 다시 이 유럽대륙에 모습을 나타낸 연합군을 목격한 
최초의 독일군 병사였다.
자졍무렵 캉시(市) 방면에서 들려 오기 시작한 고사포의 포성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때 캄캄한 밤하늘로 부터 갑자기 검은 비행기 그림자 하나가 자신의 머리위를 
향해 덮쳐 드는 것을 본 그는 본능적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그 자리에 납작 
엎드렸다.
레머는 다리를 스칠듯 지나쳐 풀밭 저편에 내려앉은 그 비행기가 고사포탄에 맞은 
연합군의 폭격기라고 생각했다 - 하지만 그것은 불타고 있지도 않았고, 엔지소음도 
내고 있지 않았다.
그가 어둠속에 가리워 잘 보이지 않는 그 비행기를 바라보며 사태를 패악하기 위해 
애쓰고 있을때 다시 두대의 비행기가 똑같은 코스를 따라 연이어 하를로부터 
미끄러져 내려왔고, 그제서야 레머는 그것이 글라이더라는 사실을 깨닭았다.
레머가 발견한 것은 바로 존 하워드 중령이 이끄는 옥스 앤 벅스 연대의 글라이더 
강하병들이었다.
착지가 완벽했던 덕분에 순식간에 전투대열을 갖춘 강하병들이 함성을 지르며 
다리를 향해 쇄도해 들어왔고, 다리 입구에 있던 독일군의 기관총좌도 불을 뿜기 
시작했다.
레머도 얼김에 손에 들고있던 소총을 딱히 겨냥한 곳도 없이 몇발 쏘았지만, 
영국군이 던진 백린 수류탄에 기관총좌가 밝은 불덩어리로 변하는 것을 보는 순간 
그대로 소총을 내던지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불칯을 통해 잠자다가 
뛰쳐나온듯 웃통을 벗은 몇명의 동료가 자신을 뒤따라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얼핏 
보였다.

하워드 중령의 팀은 변변한 전투조차 없이 오르느강과 캉 운하의 다리를 
확보하는데 성공했고, 강하병들은 즉시 방어진지를 강화하는 한편으로 곧이어 
물려올 영국 제6공수사단 주력부대의 착륙을 유도할 표지등과 '비이컨'무선유도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랑빌'마을 북쪽 들판으로 허겁지겁 달려갔다.
제6공수사단의 제2파로 날아온 제5낙하산 연대의 장병들이 강하를 시작한 것은 밤 
12시 50분이었다.
대공포에 맞은 몇대의 수송기가 밝게 타오르는 맞은 몇대의 수송기가 밝게 
타오르는 무수한 파편을 밤하늘에 뿌리며 격추되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병사들은 
벼교적 안전하게 착지를 완료했다.
이런 류의 공수작전은 기본적으로 일반보병이 특정지역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엄청난 인적, 물적 비전투(非戰鬪) 손실을 전제로 할 뿐 아니라, 더구나 지상의 
적군이 그들을 '환영'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면 거의 
속수무책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취약한 초기전력(初期戰力)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잘 훈련된 정예의 장병들이라 하더라도 인간은 근본적으로 두발을 지상에 
디디고 있을때만이 그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다, 특히 강하를 끝낸 병사들이 
집결을 마치고 전투태세로 전환하는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비록 상당한 희생을 무릅쓰는 한이 있더라도 적의 공수부대를 발견하는 순간 
정명으로 맞서서 가능한한 빠른 시간내에 섬멸해버려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며, 이 조기단계의 섬멸에 실패하면 공수부대의 전력은 마치 세포분열을 
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기하 급수적으로 증강되어 가게 마련이다.
즉, 최초ㅗ의 강하부대가 안전한 착륙거점을 확보하는 것을 허용하고 나면 그 
다음으로 날아오는 제2파는 아군의 엄호아래 훨씬 더 안전하게 착지하게 되고, 또 
그들에 의해 착륙지점의 방어태세가 강화되면 제3파가 안잔하게 강하할 수 있는 
지역은 더욱더 확장되는 것이다.
착지를 마친 제5낙하산 연대의 제7대대는 즉시 선발 글라이더 부대가 확보한 
다리의 방비를 증강하기 위해 달려갔고, 12대대는 곧장 독일군 제21장갑사단의 
일부 병력이 배치되어 있다고 알려진 '랑빌' 마을로 쇄도해 들어갔다.
하지만 어둠속에서 함성이 울리며 '스텐' 기관단총의 속사음이 끓어 오르고, 
몇발의 수류탄이 터지는 것으로 전투는 싱겁게 끝나 버렸다.
잠자리에서 기습을 받은 일개 소대 남짓한 독일군은 전투가 개시되자 수분만에 
도망쳐 버렸고, 강하병들은 전혀 오밤중에 적진 한가운데에 떨어져 내린 '심야의 
방문객' 답지 않은 당당한 몸짓으로 이제 연합군에 의해 해방된 최초의 프랑스 
마을이 된 랑빌읍내로 요란한 군화 발자국 소리를 울리며 걸어 들어갔다.
영문을 모르는 시민들이 창문을 빼꼼히 열고는 그들을 향해 낮게 속삭였다.
"봉주르! 그런데 영국놈들이 쳐들어 오기라도 했나보죠?"
"우리가 바로 구 영국군입니다. 부인!"
약간의 불어를 할 줄 알았던 '차알즈 애쉬포드'중위가 대답했다.
"뭐라구요?"
머리에 헤어컬을 잔뜩 메단 그 노부인은 크게 당황했음이 틀림없어 보였다.
창문이 쾅소르를 내며 닫혔다. 그리고 잠시후에 방안에 불이 켜지며 다시 창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는 찌렁찌렁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연합군 만세! 프랑스 만세!"
이 약삭빠른 프랑스인들이 불과 3~4초 사이에 사태의 진실을 파악하고, 재빠르게 
양족의 힘을 저울질해본다음에 이처럼 태도를 결정하는 과정을 지켜본 애쉬포드 
중위는 쓴 웃음을 지었다.
이것이 바로 전쟁의 또다른 단면이었고, 무력한 시민들이 자신들의 생명을 
보전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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