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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dicineClinic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빛의아들) <211.191.98.82> 
날 짜 (Date): 2000년 8월  4일 금요일 오후 06시 19분 58초
제 목(Title): [펌] 아직 끝나지 않은 의료대란


(펌) 아직 끝나지 않은 "의료대란" 
아직 끝나지 않은 "의료대란" 

또 다시 시작된 의약분쟁 

약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의사들은 정부의 여야 영수회담의 약속 
불이행을 규탄하면서 오후 진료를 중단했고 약사들은 약사들대로 의사들의 힘에 
밀린 개악이라며 약사회 집행부가 단식에 들어 간 상태다. 정부는 지난 6월 20일 
의사들의 폐업사태에 대한 해결책으로 여야 영수회담을 통해 약사법 개정을 
약속했고 이에 따라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이번 약사법 
개정안 또한 의/약계 양쪽으로부터 거부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약사법을 어떻게 고쳐야 의/약계 양자를 다 만족시킬 수 있단 말인가 하고 개탄해 
마지않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약사법 몇 개 조항의 
개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번 정부가 시행하고자 하는 의약분업안 자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그간의 약물 오남용 사태를 종식시키고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 줄 수 있는 
좋은 제도라며 벌써부터 의약분업에 대한 캠페인을 펼쳐 온 상태다. 물론 의사, 
약사를 포함한 우리 국민 모두가 의약분업은 여러 선진국에서 대부분 시행하고 
있는 좋은 제도라는 것에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제도는 그저 
제도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가 실시되는 상황에 따라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 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쉬운 예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지만 나는 30년이 넘게 이 나라에서 살아오면서 내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서 합당한 자유와 민주를 누린 기억이 별로없다. 
오히려 불평등과 불합리가 판치는 상황에서 나의 정신도 육체도 지쳐 너덜너덜해진 
느낌마저 들 때가 있으니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은 헌법 조항에 명시되었다고 해서 
저절로 실현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따라서 의약분업 또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실시되느냐에 따라 좋은 제도일 수도 나쁜 제도 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의사들의 "이유 있는 반항" 

그러면 의사와 약사는 물론이고 국민 대다수도 불편할 것이라는 이유로 별로 
원하지 않는 의약분업을 정부는 왜 이다지도 고집스럽게 강행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재정이 바닥 난 상태에서 의료보험 제도는 계속 
실시할 수 밖에 없는 정부의 고육지책이 현행 의약분업안이기 때문이다. 70년대 
이후 선진국과의 교류 확대로 우리국민들이 선진 의료서비스에 눈을 뜨게 되고, 
북한의 무상의료제도 실시에 따른 정치적 부담으로 급작스레 실시된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제도는 출발부터 정권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선심성 정책이었다. 

의료보험 수가는 국민이 병의원에 직접 지불하는 "본인 부담금"과 의료보험공단에 
내는 " 의료보험료", 그리고 "정부와 사용자(기업주) 부담금"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부는 지난 20여년 동안 자신들이 부담하는 지원금을 끊임 없이 감소시켜 왔다. 
현정부도 선거 공약을 통해 의료보험 재정 50%지원을 약속한 바 있지만 실제의 
지원금 규모는 25%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정부의 의료보험 재정 
지원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의 의료보험료 부담률을 높일 
경우 강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은 뻔한 형편이고 보니 정부는 국민들이 내는 
의료보험료를 물가상승률을 무시한 채 거의 동결 상태로 묶어 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저보험료 정책"은 국민의 주머니 사정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지원금 감소를 교묘히 숨기고 국민적 저항을 
회피하려는 하나의 방책인 것이다. 

이러한 "저보험료 정책"은 바로 병의원에 대한 "저수가(저급여) 정책"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저수가 정책"은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파행적 의료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현상 중 하나가 보험에 해당되는 항목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아직껏 MRI, 초음파, 산전진찰, 영유아 예방접종, 노인 의치, 최신 의료 
기술 및 치료 등 필수적인 의료가 보험에 포함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보험에 
해당되더라도 그 운용에 대한 제한이 너무 비(非)의학적이다. 예를 들어 폐암 
환자의 경우 항암 치료를 마친 후 병의 호전 상태나 재발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최소한 5차례의 CT촬영이 필요하지만 보험에서는 3번까지 밖에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성형외과의가 3개의 잘린 손가락을 밤새워 가며(약 15시간의 수술이라고 함) 
붙이더라도 보험 공단에서는 65% 자급의 원칙을 내세워 2개에 대한 치료비만 
지급하는 것이다. 이처럼 보험 공단의 비현실적인 운용으로 의사들은 환자를 
돌보자니 부도가 나고 부도가 안 나려면 양심을 팔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딜레마에서 의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받아들인 것이 약가 마진이나 
랜딩비 등 음성적으로 손실액을 보충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정부 지원금을 늘일 
수도 의료보험료를 올릴 수도 없는 정부가 이러한 편법들을 눈감아주고 조장해 온 
것이 사실이다. 사태의 앞뒤가 이렇게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약분업 
실시를 앞두고 약가 실거래가 상환제도를 실시하면서 의사들의 도덕성 운운하면서 
의사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데다 그나마 부도의 위기를 모면해오던 음성적 장치 
(랜딩비, 약가 마진 등)마저 사라지자 의사들은 명분과 실익을 동시에 박탈당한 
꼴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 의약분업 사태를 맞이한 의사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히 의약분업 
실시냐 아니냐의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20여 년이 넘게 계속 되어온 비정상적 
의료상황에 대한 전반적 문제제기의 계기로 받아들이고 있어서 이들의 투쟁은 
끈질기고 강한 것이 될 것이며 한두 개 법 조항의 편법적 개정으로 이들의 투쟁을 
잠재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파행적 의료제도의 직접적 피해자는 국민 모두 

한편, 실제로 OECD국가 중 거의 꼴찌 수준의 의료보험료를 부담 (참고로 1998년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의 보험료율(의료보험료/전체 소득)은 4.4%인데 반해 독일은 
13.4%, 프랑스는 18.3%, 일본은 8.5%, 대만은 8.0%이다.)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의료보험료 상승에 대한 저항감이 왜 이렇게 높은 것일까? 그것은 그간의 허울좋은 
의료보험 제도의 실시하에서 국민들은 제대로된 의료 서비스를 받아 본 적이 없고 
그래서 의료보험료를 한푼이라도 더 내는 것은 아깝고 또 아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의료보험제도 하에서 낮은 의료보험료로 국민이 이익을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가 감기가 걸려 동네 의원을 찾게 되면 
본인 부담금은 30%정도이다. 전체 치료비가 만원 안팎일 경우 우리는 삼천원 
정도를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1000만 원이 넘는 대수술을 받을 경우 본인 
부담금은 50%를 넘게 된다. 일 이 만원이면 해결 될 감기 치료에 70% 이상의 
지원을 해준다며 생색 내던 의료보험 공단이 한 가정의 경제를 뒤흔드는 큰 병에 
걸리게 되면 50%도 다 지원해주지 않고 오리발을 내미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국민도 알 것은 바로 알아야 하고 차라리 우리가 평소에 감기 치료비로 1-2만원을 
부담 할테니 정말로 큰 병이 났을 때 제대로 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한 
개인이 개인적으로 감당하기엔 큰 재난 앞에서 상호부조의 정신을 발휘하는 보험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겠는가? 

현행 의료보험 제도에서 국민이 겪는 불이익은 여기서 거치지 않는다. "사람 
분만료 3만원, 강아지 분만료 15만원"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현행 
의료보험 제도 하에서 병의원들도 땅파서 장사하지 않는 한 본전은 건져야 하고 
그러다 보니 치료비보다 더 비싼 식대, 병실료, 주차료를 국민에게 뒤집어 씌우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의약분업안 중에서 쟁점이 되었던 전문 의약품과 일반 의약품의 
분류체계도 문제다. 이에 대해 언론에서는 의사들과 약사들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쏘아 붙였지만 잘못된 분류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려진다. 말뜻 그대로만 
보자면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약사가 판매 가능한 약이고 일반 
의약품은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사가 판매 가능한 약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문-일반 의약품 분류는 의사와 약사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전문 의약품은 의료보험공단에서 
지불하게 되어 있고 일반 의약품은 국민이 직접 지불하게 되어 있어서 실제로 그 
종류나 판매량이 전문 의약품보다 일반 의약품이 더 많은 것을 감안 할 때, 
의료보험 공단의 부담은 한결 가벼 워지고 국민의 부담은 가중되는 것이 현행의 
의약분업안인 것이다. 

의료 대란의 진정한 책임자는 의료 제도 개혁 의지가 없는 정부 

결국 의약분업을 둘러 싼 의약분쟁 사태의 핵심은 진정한 의료제도 개혁에 대한 
의지는 없으면서 재정 절감 효과만을 얻고자 하는 정부의 밀어 붙이기식 정책에 
있다. 의료대란 사태 뿐만 아니라 금융대란, 롯데 호텔 노조 파업 등 산적한 
문제들에 대해 정부는 "강경 대응"과 "원칙"이라는 단어만 남발하면서 그저 강경 
대응으로 일관할 뿐 원칙은 없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들의 원성과 빈축을 사고 
있다. 

우리의 교육 현실을 보면 미래의 의료 현실을 예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교육 재정을 확충하기는 커녕 있는 재정 마저 정치 자금으로 유용하는 등 
교육 재정을 파행적으로 운용해 왔으며 이로 인해 공교육은 끊임없는 부실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 공교육의 부실은 곧바로 사교육시장의 급속한 팽창으로 
이어져 과열 경쟁, 국민들의 사교육비 증가를 초래했고, 요즈음에는 조기 유학 
붐까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 현실도 마찬가지다. 의료 보험 공단의 방만한 운영으로 관리비만해도 14%(다른 
나라의 경우 4% 이내)에 달하고 있으며, 의료 보험 제도의 편법적 운용으로 공적 
의료는 이미 부실화 될 대로 부실화되었고 사의료비 증가는 물론, 낮은 수가 항목에 
대한 의사들의 기피 (예를 들어 성형외과의의 손가락 수술 기피와 미용성형으로의 
전환, 일반외과 지원 인턴의 부족 등)로 나중에는 맹장수술 같은 간단한 수술을 
받기 위해서도 해외 의료진을 찾아 나서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이미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국민들은 더 이상 의약분쟁 사태는 남의 집 불구경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의료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 없이 재정 절감 효과에 눈이 
먼 정부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의약분쟁 사태의 
보도에 있어서 의사, 약사의 집단 이기주의 운운하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언론에 대해서, 나중에는 어떻게 되든 하고 보자는 식의 정부 입장에 동조해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얼빠진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비판의 
눈길을 늦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 채민수 : minsuchae@yaho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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