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dicineClinic ] in KIDS 글 쓴 이(By): koma (김 민 준) 날 짜 (Date): 1999년 3월 26일 금요일 오후 02시 59분 32초 제 목(Title): Re: KAIST보드에서 퍼온 게스트 글 게스트님 말씀대로 약국가서 약 살 때, 달라는 약이 아닌 약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 말 없이 주는 경우도 있고, 똑같은 약이라든지, 더 좋다든지하는 말을 하는 경우도 있죠. 이런 경우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첫째. 약사의 양심을 판 경우. 이 경우는 진짜로 나쁜 놈입니다. 팔려는 약의 특성을 고려하지도 않고, 무조건 돈만 많이 벌려는 경우죠. 실제로 이런 경우는 대형약국일수록 많이 자행되며, 이 때 약 파는 사람은 약사가 아니라 판매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형약국의 경우, 사람이 수십명 있어도, 그중에 약사는 한둘입니다. 그리고, 저는 솔직히 대형약국은 약국으로 보지 않습니다. 장사꾼들이 약파는 곳일뿐이죠. 대형약국들의 횡포때문에, 양심을 지키며 사는 많은 약사들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면 더 화가 나죠. 둘째. 실제로 약의 성분이 똑같거나, 효과가 그게그거거나, 더 나은 경우.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이런 경우가 실제로 더 많습니다. 일반 사람들의 경우에는 매출 랭킹 30위안에 드는 제약회사중에서도 모르는 회사가 많습니다. 광고 안 하면 모르는거죠. 똑같은 성분의 약인 경우, 가격도 싸고(손님에게 이익), 마진도 높다면(약사에게 이익), 그 약을 안 권하시겠습니까 ? 물론 일부 대기업에서는 성분이 같아도, 자기네들이 더 좋은 재료를 쓴다는 둥 헛소리를 많이 하지만요. 자기네 약 만들다 재료 떨어지면, 옆에 있는 작은 회사에서 빌려다가 약 만들면서. 예전에 박카스 한 병에 190원(표시가격)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1980년대초). 이 때, 박카스 한 병 들어오는 가격이 13x원이었는데, 여기에 부가세 10% 붙으면 14x원이 되죠. (이 가격은 전국 모든 약국에 똑같았습니다. 특별히 박카스의 경우에는.) 그 당시, 거의 대부분의 약국들이 박카스를 150원에 팔았습니다. 한 병 팔아야 10원도 안 남았죠. 그런데, 박카스 달라고 그럴 때, 알프스라는 드링크제를 팔면 조금 더 남습니다. 20~30원 남나요 ? 효과가 다를까요 ? 그놈이 그놈입니다. 그 차이보다는 심리적인 차이가 훨씬 클겁니다. 그리고 알프스가 허름한 제약회사에서 나오는 약이냐 ? 이것도 아닙니다. 박카스 나오는 동아제약 (그 당시 매출 1위)보다는 작아도 랭킹 10위 정도는 하는 회사입니다. 이것은 딴 얘기지만, 솔직히 저는 사람들이 와서, 무슨 약 주세요하는 것 별로 마음에 안 듭니다. 저도 그런 짓 잘하지만요. 그런데, 이런 일들의 배경이 되는 것이 바로 현실이라는 것이 가장 슬픈 일입니다. 그런 짓이라도 안 하면, 먹고 살기 힘들거든요. 헛소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죠. 약국하면서 굶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보통 동네에 있는 조그만 약국(약사 혼자 하는) 한 달 수입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아십니까 ? 적어도 수백은 되겠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 실제로 한달 수입이 이백이 넘으면 상당히 잘 되는 약국입니다. 요즘은 경기도 안 좋고, 대형약국의 횡포로 그나마 매출이 더 떨어졌다더군요. 게다가, 양심을 지킬수록 돈 못 버는게 요새 약국들의 실상입니다. 약국에서 세금은 얼마나 빼돌릴 수 있을까요 ? 약국의 경우, 세금은 매출액보다는 매입액에서 추정되기 때문에, 도매상이나 제약회사에서 자료를 안 받는다거나 해서 탈세하는 수도 있지만, 소형약국은 이것도 잘 안되죠. 좁은 나라에 약국은 미어터지고, 그런데, 약사 한 명당 사람수는 선진국보다 많다고 하고, 도대체 무엇이 잘 못 되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약사가 한약 짓는 것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얼마전 한약 지을 수 있는 자격을 따는 시험에서 엄청난 합격율로 약사들이 합격을 했죠. 정말 황당한 일입니다.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건지. 국민들에게 욕은 욕대로 먹고, 실제로 십여년동안 공부하신 분들까지 한꺼번에 매도되게 만들다니, 정신이 있는 사람들인지 모르겠습니다. 합격률이 떨어지더라도 제대로 된 평가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이익이었을텐데요. 실제로 한약장이 있는 약국중에서 제대로 한약을 다루는 약국은 열에 하나도 안 됩니다. 꼬마. (딴소리) 참, 갑자기 생각난건데, 맨땅에헤딩님, 언제 복용하시려고 아목시실린을 100알 사셨어요 ? 특별한 병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100알이면 10년은 갈 것 같은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