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oveNfriendship ] in KIDS 글 쓴 이(By): FireFly (^.*~) 날 짜 (Date): 1995년07월20일(목) 16시27분44초 KDT 제 목(Title):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 어제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만나서 술을 마셨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랩에 갈 준비하려고 하는데 한벌뿐인 T에 왠 고추장 얼룩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아 이거 어쩌나. 얼굴은 부어있고 옷은 버리고 머리는 띵하고 머리카락은 뒤로 아톰같이 붕 떠 있다. 아 이런 몰골로 랩에 나가야 하나. 오늘은 상당히 꿀꿀한 하루가 될 것 같군. 그나마 구름이 많이 끼어서 덥지는 않은 게 다행이다. 이렇게 머리가 띵하고 몸 안좋은 날엔 정말 사람들을 마주하는게 싫다. 그냥 방에서 라디오나 음악이나 듣고 따끈한 꿀차나 녹차나 한잔 하며 쉬고 싶다. 그런데 랩 생활이라는게 전혀 그럴 수가 없는거니까..... 일단은 깨끗하게 하려고 양치질에 세수에 면도까지 한다. 그리고는 붕 들려진 머리를 앉히려고 머리에다 물을 묻혀서 드라이하지만 이게 그래도 맘에 잘 안든다. 에라 까짓거. 한번 감지 뭐. 어차피 지난주에 머리 깎은 이후로 한번도 안감았네. :) 머리를 감다보니 어쭈구리. 내 머리도 제법 기네. 물에 흠뻑 젖어 흘러내린 앞 머리카락이 눈 코 입을 완전히 가리고 턱을 넘어 목덜미에 스며든다. 시원하게 머리를 감고 나니 좀 개운해진다. 룰룰룰 드라이를 하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드라이해주던 식으로 일단 뒷머리부터 쓸어올려 말리고 형을 찾은 다음 앞머리를 치켜든다. 약간 계란 형인 내 얼굴에는 앞머리를 약간은 띄워주는게 스포티하다. 그런데 반들반들한 직모인 내 머리카락은 힘없이 죽어내려가기 때문에 앞머리를 좀 띄우려면 약간의 노력이 든다. 이렇게 해서 대충 형을 잡는다. 그리고는 머리를 말린다. 대충 마른 머리. 젤을 손가락 끝에 눌러짜고 손가락을 따라내려가며 뱀을 만든다. 탁탁 손가락 전체에 문지르고는 머리를 숙이고 머리카락을 앞으로 뻗은채에서 두 손을 이마로부터 뒷머리까지 세수하듯 밀어올린다. 오예 올백이다. 아아 이정재머리를 할까? 그 삐삐선전머리말야. 주아악 빗결을 따라 쓸어올린 머리. 음.앞머리는 조금 내리자. 머리는 끝. 아아 단벌 T가 저렇게 처참하게 되다니.속이 상한다. 어쩔 수 없이 비장의 카드 '마'로 된 옷을 입는다. 시원한 '마' 바지에 깃 없는 둥근 목테두리 '마'남방에 푸른 색 조끼. 음.깨끗하군. 거기다가 어제 산 '마' 구두를 신으니 깔끔해 보인다. 룰루랄라 출근을 하다. 역시 난 일찍 자고 상쾌한 아침햇살 받으며 일어나는 게 좋다. 그런데 사정에 따라 매일 그렇게 살 수는 없는 법. 어제같이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는 것 역시 좋은 것이니만큼. 오늘같이 늦게 멍청한 머리에 얼굴로 일어나면 그만큼 짜증나는 일도 없다. 이런 날은 옷을 깔끔하게 입어야 그래도 불쾌한 기분을 상쇠할 수 있어 좋다. 더더군다나 오늘은 흐리고 바람 부는 시원한 날씨. 오늘은 나의 날. 자신의 컨디션을 항상 최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것 또한 나의 일 못지 않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난 또한 깔끔한 여자가 좋다. 짧은 스커트 밑으로 속옷이 보이는 여자는, 살아 숨쉬는 여자의 속옷을 볼 수 있다는 훔쳐보기 식의 쾌감보다는 오히려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만든다. 단정하면서도 섹시하고 깔끔하면서도 끈적끈적한 분위기의 연출. 아~ 그리워라~ 난 언제나 그런 여자를 만날 수 있을까. 흐흐.이러다 평생 홀몸으로 살겠군. 나는 또 말 수가 적은 남자가 좋다. 적당히 분위기를 흐리지 않는 상태에서 조용히 웃으며 같이 나아가는 남자. 굳이 말로 문제를 해결하려하지 않고 눈빛을 보며 손만 굳게 잡아도 마음이 통하는 남자. 평생에 그런 친구는 몇 되지 못할거다.... 하나라도 있을까. 음 난 아무래도 욕심이 너무 많은거 같군.음냐. 아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잘한 것 같다. 이래저래 짱구를 돌리다보니 머리가 많이 개운해졌군. 아 또한가지 내가 좋아하는거. 바로 땡땡이치기. 피곤하고 꽉 짜여진 일상. 더더군다나 자의가 아닌, 다른 타의에 의해서 만들어진 일정같은 것들. 최소한 한번씩은 땡땡이를 친다. 물론 그럴때마다 난리가 한번 씩은 나지만. 자랑할 일은 결코 못되지만,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가운데 한번씩 배짱으로 튀기며 느끼는 여유없는 여유는 나의 생활에 또다른 액센트를 준다. 그 다음.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겠지. Once Upon A Time in America의 음악들. 특히 COCKEYE's Song. 팬플룻으로 내는 음악이 여간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게 아니다. 안개 낀 강변에서 혼자 조용히 앉아 담배를 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Max Bruch의 Kol Nidrei, op.47. 히브리 전통 민속 음악을 접목시킨 곡으로, 첼로란 악기의 진수를 완전히 보여 준다. 밤에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방안에서 혼자 들으면 눈물이 글썽이기도 한다..... 그리고 웅장미로 얘기한다면 Rachmaninov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빼놓을 수 없다. 음.... 그리고 모래시계 음악들, 여명의 눈동자 음악들, 쇼팽의 Scherzo, Ballade, Etude 도 좋다. 신성우 2집, 신해철의 음악들, 핑크플로이드의 Wish you were Here의 Shine on your crazy Diamond,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째즈음악들, 블랙사바스와 스틸하트의 she's gone, 쥬다스 프리스트의 Before the Dawn, 강산에의 노래들, 여행스케치의 노래들, 시인과 촌장의 다사로움, 김 현식의 하모니카곡 한국사람, 어떤 날의 고독함......... 아아 이러다 끝이 없겠군. 싫어하는 것은 적고 싶지 않다. 애초에 그런걸 생각해내는것 조차 짜증스러운 일이다. 싫어하는 것들은 싫어하는 일들을 당할때 생각하게 되는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싫어할만하다. 굳이 이제야 개운해진 내 멍청한 머리를 또 흐려놓고 싶지는 않네용. 아아. 향수를 하나 사서 뿌리고 다닐까...... 어제 내 친구가 향수를 하나 선물 받았다. 자신한테 맞는 향, 그날에 갖고 싶은 향을 몸에 지닌다면 그것 또한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지 않을까? 아아 글을 너무 오래 썼나. 그럼 오늘은 이만. * 도끼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