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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eNfreindship ] in KIDS
글 쓴 이(By): Miki (정 성 우)
날 짜 (Date): 1993년12월13일(월) 20시35분53초 KST
제 목(Title): 누구나 그렇치만...


  한번쯤은 겪어야하는 기억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도 끈질겼던 인연의 끄트머리를...


  그녀가 몰고 다니던 차는 Subaru Legacy Sedan.  검은색.
  같은 차종은 가끔씩 보지만, 검은 색은 아직 보지못했다.  그녀는
  검은 색이 아주 잘 어울리는 여자였는데...
  가끔 스치듯 지나치는 같은 차종이면 다른 색인줄을 알면서도 보이지 않을
  때가지 바라보다가는 마침내 손등으로 빰을 쓱 문질러버린다.  그리고는
  아무생각없이 다시 내 삶의 세계로 돌아와 버린다.


  사회를 보던 여자.  그나마 얼마되지 않던 동기중에 하나.  축제 1부가 끝나고
  2부가 시작되기 전에 나를 불렀다.
  "이리와 봐.  저기 앉아 있는 아가씨가 혼자 앉아 있는데, 뭐 하니?
  소개시켜줄까?  이야기하면서 재 좀 재미있게 해주라.  사실 내 친군데 내가
  바빠서 같이 못있겠다.  그러니깐 부탁했다.  나 간다..."
  후다닥 가버리는 그애뒤편으로 보이는 아가씨는 어깨가 다 드러나는 검은  
  야외복을 입고 가만히 무대위의 친구를 보고만 있었다.
  '에이... 이거 뭐야..'
  나는 옆의 친구를 끌어 당겼다.
  "야.  이리 와 봐."
  "왜?"
  "너 그냥 이리 따라와.....  저어..  실례합니다.  저는 친구의 부탁으로
  댁의 즐거움을 책임진 사람입니다.  이쪽은 제 친군데 서로 인사나누시죠..."
  "안녕하셰요..."
  "안녕하.."를  뒤로 한 채로 냅다 도망치듯 나와버렸다.

  그녀를 '어.  흠. 괜찮은데...'라는 느낌으로 다가가서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  몇 달 안되었는데 그새 달라보이네..."
  지나치는 그녀는 나를 알아보는 눈치였지만 나는 전혀 몰라보았던 겄이었다.
  우연히 다시 만난 그녀에게 나는 솔직히 그날의 실례를 사과했다.  그녀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 친구에게조금 화를 냈다고
  했다.  정식 파티복장을 입어야 한다고 해서 야외복을 입고 갔다 혼이
  났다고 했다.  그녀의 말하는 모습이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별 생각없이 물어본 전화번호를 종이위에
  적었다.

  비가 올 듯 말듯 했다.  그래서 주머니를 뒤적거려 얼마전에 받았던
  전화번호를 돌렸다.  이른 저녁에 무얼 하고 있나 하는 단순한 궁금증은
  난데없이 커피향에서 커피를 같이 마시자는 나의 끈질긴 공세로 바뀌어졌다.
  오기로, 순전히 오기로 영화까지 보여줄테니깐, 나오라는 실강이로 한시간
  반을 소비한 후에야 겨우 나는 '그러면 그렇치' 하고 작은 승리감을 맛보았다.
  평범하게 차려 입은 그녀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참 끈질기시네요.  사실 때가 좋았어요.  비가 올 듯 한데에다가 오늘 집에
  혼자있기가 조금 그랬거든요... 게다가 애기하신 영화가 제가 보려다가
  못 본 영화였거든요..."
   간단하게 먹은후에 우리는 영화관에 갔다.  그리고 영화를 봤다.  그리고
  그녀는 집에 간다고 했다.  '야...  무슨 여자가 이렇게 흐릿한 날 분위기
  한번 못 맞히냐?...' 하는 마음과  '어쭈.. 꽤 매력이 있는데...' 하는
  상반된 마음을 지니고 나는 별로 슬프지도 않았던 마지막 장면에 눈물을
  흘리고 만 그녀를 보냈다.  가끔 전화하겠다고 다짐을 받은후에...


  "미안해요.  나 사실 샌 프란시스코에 가야할것 같아요..."
  난데없이 이별이라는 소식에 어처구니없어 했지만 그쪽으로 연락할수있는
  곳도 마련해 놓치못한 상태라 다시 볼수 있는 가망은 없었다.  여름학기를
  꼭 그곳에서 보내야 하는 그녀는 아마 그곳에서 머무르지 않을까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그냥...

  언젠가 한번 미친듯이 그녀에게 간 적이 있었다.  장미를 들고 아파트 단지를
  몽땅 뒤져 겨우 장미를 그녀의 손에 쥐어 주고 당황해 하는 그녀를 뒤로
  한 채 돌아온적이 있었다.  나의 가슴은 그때 이미 부풀었던것이는지도 모르겠다.

  친구가 나에게 충고를 했다
  "너 왜 남자있는 여자를 건드리니?"
  아는 사람이 그녀의 남자친구라는 것이었다.  나는 일순 그녀의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몰랐다.
  "전 몇 추근대는 남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남자친구는 없어요..."
  하지만 어떻게 할수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다음해의 축제에서 그녀를 마주쳤을 때에 내마음속에 숨어있었던
  나의 열정이 터져버릴것만 같았다.  그러나 나의 첫 말은 보다 차가왔다.
  "잠시 좀 봅시다."
  "그녀는 반가운 표정인듯 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그녀를 만났다는
  그 하나만으로 벌써 터져버릴 듯한 마음을 가졌었지만은, 더더욱 차가와 졌다.
  "어쪄면 그럴수가 있나요?  왜 거짓말을 했나요?"
  나는 무슨 말이든 해야만 했었다.  나는 그녀에게 나의 감정을 폭발하고
  싶어 했다.  그녀의 당연히 거짓말이 아니라는 대답보다는 나는 그녀의 숨결을
  느끼고 있었다.
  "누구인지 알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불러오지요..."

  그날 저녁 나는 그녀에게서 모처럼  아니 처음으로 흔쾌히 다음날의 약속을
  받아낼수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수수한 모습으로 지난 날들을 이야기했다.  그곳은 어땠고 
  이곳에 정이 들었는지 다시 오게 되었다며 그녀는 마치 꿈처럼 내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에 나는 아무말도 없이 연락처를 물어봐야 
  한다는 생각만 을 되내이면서 그녀가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나는 결국에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단지,   
  "안녕... 잘 가..."  
  그리고 그녀만큼이나 슬프게 눈으로 말했다.   
  '너를 보내기 싫어...' 
  내가 그녀의 열린 창문으로 그녀에게 마지막 포옹을 했을 때에 그녀는
  "가지마 ...  가지마..." 
  그녀는 나만큼 울고 있었다.

  얼마후 내가 그녀에게 전화를 했을 때에 그녀가 나에게 처음으로
  만나달라고 했다.  왠지 기쁜 마음으로 섬뜻한 마음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단지 나에게 저녁을 사주고 싶었을 뿐이고 했다.  내 차로
  향하는 도중에 나는 그녀를 볼수가 없었다.
  "어제 전화가 왔어요.  부모님이 짐 모두 싸가지고 들어오래요.  사실
  전 이렇게 될 줄 알았는 데... 그래서 아무도 모른채 지내고 싶었는데...
  아무에게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왜 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나를 아프게 해요...  이렇게 갑자기 들어오라시니깐� 적어도 약혼식은
  치루어야 할것같아요.  한번도 본적도 없는 사람인데...  오늘 짐부쳤어요.
  모레 비행기로 돌아가요."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을 해요?  내가 뭐 죽으러 가나?  부탁이 있어요.
  헤어지기전에 한번만 웃어 줄래요?"

  무슨 소린지 뒤로 한 채 나는 내 차가 부서지게 달려버렸다.  그녀의
  슬픈 목소리가 내 눈에 고여 흐를 것만 같았다.  나는 눈물을 흘릴줄
  모르고 싶었다.  근데 그녀의 두 눈에 그렁그렁 고여있는 것들이 결국에는
  내 눈에서 흘러버리고 말았다.  다시 나는 차를 돌렸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나 죽는 꼴 보고 싶어요?  내가 얼마나 걱정 했는줄 알아요?" 
  "너에게 웃는 모습으로 헤어져야겠다.  잘 가..." 
  손을 내밀었지만 그녀는 내손을 볼수없었다.  떨어지는 눈물을 맞으며  
  그녀는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나 때문에 울지마요."




  지금은 아주 가끔씩만 운다.  아주 가끔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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