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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eNfriendship ] in KIDS
글 쓴 이(By): shimrox (내 삶에서)
날 짜 (Date): 1995년04월09일(일) 15시03분04초 KST
제 목(Title): 짝사랑의 미련의 굴레에서 벗어나다.


내가 국민학교 6학년때 내 앞자리에 앉았던 '진희'란 여자애가 있었다. 그 애는 
공부도 참 잘했고, 아주 싹싹하면서도 이쁘기도 해서 우리반에서 인기가 아주 
높았다. 나도 걔를 상당히 좋아하던 무수한 남자애들중 하나였을뿐이었다.
앞자리에 앉았으니 자연히 얘기는 많이 한편이었다. 그런데 당시
짖꿎었던 나로서는 항상 못살게 굴고 귀찮게 굴었다. 다 관심의 표현이었지만.
너무 괴롭혀서, 완전히 삐져서 며칠간 얘기도 안하곤 했던 적도 자주
있었으니까.
걔를 좋아하는 남자애는 무수히 많았고, 나도 걔를 아주 특별하게
생각했던거 같다. 그러나 걔에게 내가 그런 존재는 결코 아니었다.
중학교에 올라가고 난 1학년때 서울안에서 이지만 좀 떨어진 동네로
이사를 왔다. 국민학교 졸업하고서 한번도 볼 기회는 없었지만,
걔는 내게 최고로 이쁜 이상적인 여자로 기억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중3때 국민학교때 제일 친했던 남자애를 만났는데, 이녀석도
진희를 무척 좋아하던 애였고, 종종 전화도 한다고 했었다.
난 그때까지 한번도 전화해본적이 없었는데, 이 친구랑 있을때 용기를
내어서 처음으로 전화를 20분정도 했었다.. 나의 환상은 더더욱 커져만
갔다. 그리고 고등학교 다니는 동안 얘는 완전히 내 환상속의 여인이었다.
나중에 대학가고, 여유있을때 사귀리라 생각하면서... 후후..

대학 1학년 겨울때 또다른 국민학교 친구(남자)를 만났다. (참고로 난
고등학교를 1년 덜 다녔다.) 얘가 말하기를 자기가 진희랑 제일 친한
여자애랑 사귀고 있다고 했다. 지금의 나와는 달리 나는 당시 무척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어서 진희한테 전화한다는 것을 생각못하고 있었다.
이친구랑 같이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서 3년만에, 국민학교 졸업하고
6년만에 두번째로 전화를 했다. 진희는 변함없이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어느 대학에 갔냐고 물었더니 좀 뜻밖에 지방대학에
갔다고 했다. 국민학교때는 나보다도 잘했던 애인데..
그렇지만, 너무나 오랬동안 내색도 안하면서 나는 그리워해 왔고,
대뜸 만나자고 말했다. 진희도 흔쾌히 그러자고 했고, 다음날로
약속을 잡았다. 종로에서 보자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나갔는데, 그만 사람이 많은 장소를 택하는 바람에
서로 못 만나고 말았다. 그리고선 다음날로 다시 약속을 잡았는데
난 너무나 보고 싶은 마음에, 내가 진희 사는 동네로 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날 찾아갔는데. (1990년 2월의 일임)

내 앞에 나타난 진희를 보고서 난 너무 놀랬다.. 너무나도 왜소하고,
초라한 모습이었다. 난 첫마디로 '너 많이 변했구나'라고 했다. 진희는
'아냐.. 나 하나도 안 변했는데' 했다. 생각해보니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은거였다. 국민학교때 모습 그대로 였는데, 난 어릴때의 기억만
가지고서 진희를 내가 아는 중에서 최고로 환상적인 여성의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3시간정도 얘기하면서 국민학교때의 추억들, 중고등학교때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서 헤어져서 돌아왔다. 웃으면서 빠이빠이 했지만,
너무나 허전한 마음만 가득했다. 어쩌면 내 웃음에서도 내가 씁슬해
하는것을 진희가 느꼈을지도 모른다..

진희의 생일은 4월이었지만, 난 생일을 챙겨주지 않았다. 국민학교 졸업후
6년간 가지고 있던 환상이 깨진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그러다가 5월에 큰맘을 먹고, 3페이지에 걸쳐 빽빽하게 쓴 편지를 보냈다.
뭐라고 썼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답장을 기대하고, 종종 연락을 주고
받고 싶은 마음에서 였다. 그러나 답장은 오지 않았다.

5년이 지나도록 내 전화번호 수첩에는 항상 진희의 이름이 첫장에
쓰여 있었다. 그러나 한번도 연락은 안했다. 환상은 깨졌으나 어떤 미련이
계속 남아있었나 보다..
그러다가 오늘 오후.. 큰맘을 먹고 5년만에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진희 있읍니까?' '아 잘못거셨어요. 그런사람 없는데요'
'예.. 죄송합니다'

비로소 오늘에야 11년만에 첫 짝사랑의 미련을 모두 던져버렸다.



사람을 만날때 너무 기대를 크게 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그후로 나는 참 많은 통신친구를 만났다. 그렇지만 난 한번도 환상을 가지고
대하지 않았고, 어떤 기대도 가지지 않았다. 덕분에 통신으로 만난 거의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난 만족을 할수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과 좋은 친구가
될수 있었다..
지금의 난 5년전의 나만큼 소극적이지 않다. 여자에게 전화할때 망설이거나
주저하지도 않는다..
좋은 봄날이다.. 빠른 시간안에 좋은 사람을 만날거 같은.. 아니면 내가 알던 
사람중의 한명이 특별하게 좋은 사람으로 느껴지게 될거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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