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w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sanghee) <163.152.81.202> 날 짜 (Date): 2001년 4월 16일 월요일 오후 01시 47분 46초 제 목(Title): 안락사 안락사 의료진이 환자의 죽음을 야기할 의도로 인공환기 환자들에 대해 인공호흡기 (respirator)를 제거하는 경우는 안락사(euthanasia)에 해당될 수 있다. 특히, 이 경 우는 안락사의 분류 중 소극적 안락사(passive euthanasia)에 해당된다. 우리 나라 의 경우, 가망 없는 환자들에 대하여 본인이나 가족이 퇴원을 요청하면 의료진이 이를 허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른바 hopeless discharge인데 이는 사실상의 소극적 안락사에 해당된다. Hopeless discharge 환자의 경우 퇴원 직전 또는 집에 도착하여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그 후 얼마 안 가서 환자가 사망하게 되므로, 인공환기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은 이러한 자신들의 행위가 안락사의 한 형태라는 점을 인식하고 안락사의 윤리적 허용여부에 관한 논의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안락사는 '한 사람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위 또는 무위(無爲)에 의해서 그 사람의 죽음을 의도적으로 야기하는 것' 이라고 정의될 수 있다. 여기서 하나의 행위가 안락사가 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반드시 죽음을 당하는 사람의 최선의 이익(the best interests)을 위하는 것이어야만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인공환기 환자들을 돌 보는 의료진은 소극적 안락사의 윤리적 허용여부에 관한 논의에 특히 주의를 기울 일 필요가 있다. 소극적 안락사란 죽음의 당사자가 이전부터 존재하던 질병 등의 원인으로 말미암아 죽음의 과정에 들어섰을 때 안락사를 수행하는 사람이 그 진행 을 (일시적이나마) 저지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함으로써 안락사 시키는 경우이다. 인공환기 환자들로부터 인공호흡기를 weaning하는 경우는 소극적 안락사의 가장 전형적인 예로서 일컬어진다. 소극적 안락사와 대비되는 종류로서 적극적 안락사를 들 수 있는데, 적극적 안락 사(active euthanasia)는 안락사를 수행하는 사람이 환자의 생명을 단축시킬 것을 처음부터 의도하여 구체적인 행위를 능동적으로 취하는 안락사의 한 형태이다. 예 를 들어, 치사량의 약물을 주사하여 환자를 안락사 시키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 사이의 구분은 어떤 적극적인 행위에 의해서 생명 을 끝내는 것과 생명의 유지에 필요한 치료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생명을 끝내는 것 사이의 구분이다. 오늘날에는 다수의 사람들이 적극적 안락사를 거부하는 반면 소극적 안락사를 법 적·윤리적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적극적 안락 사는 불법이다. 오직 유럽의 네덜란드만이 자의에 의한 적극적 안락사를 1970년대 부터 허용해 오고 있다. 한편, 소극적 안락사는 세계적으로 널리 허용되고 있다. 지면의 제한으로 인해 이 글에서 적극적 안락사가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반 면, 소극적 안락사가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이유들을 일일이 살펴보기는 어렵 다. 그 대신 나라 밖의 몇 가지 예를 소개하고 이것들을 참고하도록 하자. 미국의 경우, 미국 내 50개 주 가운데 이미 35 개 주에서는 안락사 금지 판결을 내린 바 있으나, 대체로 생명을 유지시키는 의료기구의 사용을 중지하는 소극적 행 위는 40여 개 주에서 허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카톨릭에서는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이래 안락사를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교황 비오 12세는 더 이 상 희망이 없을 경우 생명의 연장 장치 제거에 대해 수긍하기도 했다. 비록 소극적 안락사가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인공환기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은 어떤 하나의 행위가 안락사가 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반드시 죽 음을 당하는 사람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어야만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만약 환자의 죽음이 그 사람의 최선에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면, 예를 들어 그 죽음이 그 사람의 가족의 이익(예: 경제적 곤란, 유산 상속)이나 그 사람이 속한 사회의 이익을 위해 수행되었다면(예: 2차 대전 때 나치의 유태인 학살), 그것 은 (by definition) 안락사라고 말해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 정당화되기 매우 어렵다. 의사결정능력 있는 성인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weaning하는 경우 환자가 의사결정능력(competence)이 있는 성인일 경우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weaning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competent한 환자가 인공 호흡기의 제거를 요청할 경우, 의료진은 먼저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경우 예견되는 의학적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아울러 의료진은 환자의 그러한 요구가 진실한 것인지를 여러 경로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환자의 요청이 반복적으로 있어왔는지, 환자가 그러한 요청을 문서로 하는지, 환자가 일시적 우울 상태에서 그러한 요청을 하는 것은 아닌지 등등. 이때 환자의 심리 상태가 의심된다면 환자를 정신과에 의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러한 확인 절차를 거친 후에도 환자가 여전히 인공호흡기의 weaning을 의료진 에게 요구한다면, 의료진은 환자의 그러한 요청에 응해야 한다. 위의 여러 조건들 이 만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약 의료진이 환자의 인공호흡기 weaning 요청을 거 부한다면, 그것은 의료진이 환자의 자율적 결정권(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이러한 도덕적 추론의 근거로서 의료진은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해야만 한다는 원칙인 자율성 존중의 원칙(the principle of respect for autonomy)을 들 수 있다. 한편, 환자가 현재는 의식이 없고 따라서 환자의 현재 의사를 확인할 방도가 없 지만 (예: 혼수상태 환자) 과거 의사결정능력이 있을 당시 '내가 나중에 혼수상태가 되면 인공호흡기를 weaning해 달라'고 했음을 증명하는 문서나 주변인의 믿을만한 증언이 있다면, 의료진이 이러한 환자의 요청을 존중하여 인공호흡기를 weaning하 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것 역시 의료진이 환자의 자율 적 결정권을 존중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반면, 의료진이 환자의 이러한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환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윤리적으로 반대할 만 한 이유가 있다고 보여진다. 의사결정능력 없는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weaning하는 경우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환자(incompetent patients)의 인공호흡기를 weaning하는 경 우는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환자의 경우 보다 윤리적으로 정당화되기 훨씬 더 어렵 다. 왜냐하면, 이 경우에는 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거나 확인할 수 없으므로 그 환자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범주에 해당되는 환자 로서 신생아, 유아, 미성년 소아 환자, 중증의 정신 지체자, 치매환자, 혼수상태 환 자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환자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적 능력의 한계로 말 미암아 자율적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이러한 환자들에 대해서는 그들을 대신하 여 누군가가 대리 판단(surrogate judgment)을 내려주어야 한다. 대리인(proxy)은 주로 환자의 부모, 보호자, 법정대리인 등이다. 의사결정능력 없는 환자의 경우, 의료진은 환자의 대리인의 요청을 존중하여 환 자의 인공호흡기를 weaning할 수 있다. 이때 의료진이 주의해야 할 점은 대리인이 진실로 환자의 최선의 이익(the best interests)을 고려하여 그러한 요청을 의료진에 게 해온 것인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incompetent한 환자의 대리인이 환자로부터 인공호흡기를 weaning해 줄 것을 의료진에게 요청했다고 하 더라도, 만약 그러한 요청이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고려한 요청이 아니라면 (예를 들어, 대리인의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고려한 결과 행해진 요청이라면) 의료진은 대리인의 이러한 요청에 응해서는 안 된다. 의료진이 그러한 요청에 응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왜냐하면, 의료진은 환자를 돌봄에 있어서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무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incompetent 환자의 대리인도 함께 지고 있는 것이다. 환자의 대리인이 심리적·경제적 부담 때문에 incompetent 환 자의 인공호흡기 weaning을 의료진에게 요청하는 경우, 만약 의료진이 환자의 최선 의 이익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고 환자 대리인의 요청에 응한다면 그것은 환자 대 리인뿐만 아니라 의료진 또한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물론, 실제 임상 현장에서 이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Incompetent 환자의 경우 설령 환자 보호자의 의도가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의료진이 보호자의 요청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환자의 치료비를 부담하는 사람은 (거의 예외 없 이) 환자의 보호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의료진은 윤리적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다. 이럴 경우 의료진은 이 문제를 혼자 해결하기보다는 동료 의료인들과 의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료나 선배의 조언을 구하면 윤리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가 훨씬 더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해법은 병원윤리위원회 (Hospital's Ethics Committee)를 활용하는 것이다. 병원윤리위원회에는 경험 많은 의료인, 종교인, 법률가, 윤리학자, 사회사업가 등이 참여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딜 레마 상황에서 의료진이 윤리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 다. 더군다나,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곤란한 판단을 병원윤리위원회에 떠넘 김으로써 부담을 상당 부분 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뇌사상태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계속 적용하는 경우 뇌사상태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계속 사용하며 심정지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경 우가 있다. 이것은 의학적으로 무가치한 일일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 관점에서 볼 때도 의문이 있다. 만약 우리가 뇌사를 죽음의 기준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뇌 사한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의료자원의 무의미한 낭비일 뿐이 다. 이것은 어떤 판단이나 행위가 윤리적이기 위해서는 제한된 의료자원의 공평한 분배에 관한 고려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정의의 원칙(the principle of justice)에 위배된다. 더군다나, 우리 나라에서도 2000년 1월 1일부터 이식용 장기를 기증한 환자에 대 해서는 뇌사가 합법적으로 인정되게 되므로 장기기증을 서약한 뇌사 환자에 대해서 는 인공호흡기를 계속 적용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불필요한 일이다. 이 문제는 뇌사(brain death)를 심폐사(cardiopulmonary death)와 함께 죽음의 기 준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뇌사가 전면적으로 합법화되 지 않은 우리 나라의 경우, 뇌사상태 환자로부터 의학적인 이유만을 내세워 인공호 흡기를 weaning하기에는 법적인 어려움이 있다. 인공환기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 이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뇌사가 죽음의 기준 으로서 얼마나 널리 받아들여지는 지를 지켜보면서 대응 방식과 수위를 조절해 나 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환자가 사망한 상태에서 보호자의 요청으로 일정시간 동안 인공호흡기를 계 속 달고 있는 경우 의료진에 의해 환자의 사망이 선고되었다. 멀리 사는 환자의 막내딸이 이 시간 까지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달려오고 있는 중이다. 환자의 보호자는 의료진에게 '막내가 도착할 때까지라도 인공호흡기를 떼지 말아달라'라고 부탁한다. 막내딸에게 임종의 기회를 주고싶은 것이다. 이와 유사한 경우가 흔히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 의료진은 곤란함을 느낀다. 환자는 이미 사망하였으므로 환자에게 더 이상 인공호흡기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의료진이 환자로부터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려고 하면 환자의 가족(들)은 얼 마간이라도 더 그대로 놓아둘 것을 의료진에게 요구한다. 이런 경우 의료진은 어 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 위와 같은 경우 의료진이 느끼는 곤란함에는 동정이 가지만, 이것은 윤리적인 관 점에서 볼 때 답이 명확한 경우에 해당된다. 답부터 말하자면, 이런 경우 보호자의 요청을 무시하고 인공호흡기를 사망환자로부터 떼는 것은 윤리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의료진이 사망환자로부터 즉시 인공호흡기를 제거해야 할 윤리적인 이유도 있다. 사망한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계속 적용하는 것은 사체를 그 자체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윤리적 요청에 어긋난다. 더군다나, 인공호흡기와 병상 그리고 의료진 등 제한된 의료자원을 낭비하는 결과 를 야기할 것이기 때문에 정의의 원칙(the principle of justice)에도 위배된다. 따라 서 윤리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런 경우 사망한 환자는 즉시 영안실로 보내지는 것이 옳다. 이런 경우의 곤란함은 이러한 상황이 하나의 윤리적인 딜레마를 구성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경우의 곤란함은 가족의 죽음이라는 큰 슬픔 을 겪고 있는 환자 가족들에게 의료진이 '이제 치료를 중단하고 시신을 영안실로 보내겠다'라고 말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곤란함이다. 그러나 이것은 도덕 과 관계없는(nonmoral) 문제이므로, 그 해결도 역시 도덕과 관계없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곤란함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에 관해서 필자 로서는 잘 알지 못한다. 굳이 하나의 제안을 한다면 중환자실 또는 응급실 환자의 보호자들에게 '일단 환자가 사망하면 즉시 인공호흡기를 포함한 모든 치료를 중단 하고 환자를 영안실로 옮긴다'는 점을 미리 (문서 또는 구두로) 알려놓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이런 식의 고지 문구를 수술(처치) 동의서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여겨진다. 이 논문은 구영모(서울의대 의사학교실 Postdoc 연구원)박사가 1999년 12월 4일 대한호흡관리학회에서 발표한 것으로서 양해를 얻어 실었음을 밝혀둡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