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aw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정 상 희) <163.152.90.84> 날 짜 (Date): 2000년 11월 27일 월요일 오전 11시 31분 52초 제 목(Title): 정당한 권리인가,법의 허점인가. 법Digital]정당한 권리인가, 법의 허점인가 강간과 폭행 무고 등의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서 7년째 복역중인 맹모씨(33). 그는 요즘 거의 매일 ‘보디가드’ 2명(교도관)을 대동하고 ‘자가용’(교도소 호송차) 타고 서울지방법원으로 ‘출근’을 한다. 맹씨는 ‘자가용’에서 내리면 어김없이 형사법원 2층 접수창구로 올라가 자신의 사건기록을 보여달라고 신청한다. 수백쪽의 두툼한 기록이 나오면 한나절 이상 정독한다. 그리고는 재심 등 재판신청을 새로 낸다. 기록을 들거나 소송서류에 인지를 붙이는 등의 ‘잡일’은 ‘보디가드’들의 몫이다. 두 손이 수갑과 포승줄로 꽁꽁 묶여있는 피고인 신분이기 때문이다.법원 직원들은 그를 실어 나르는 구치소 호송차를 그의 ‘자가용’이라 부르고 호송 교도관을 ‘보디가드’라고 말한다. 93년 수감직후부터 구치소에서 법률공부를 해온 그는 동료 재소자와 법원 직원들로부터 ‘맹 검사’로 불린다. 한 판사는 “형법과 형사소송법 지식이 법률 전문가 이상 간다”고 말했다. 맹씨는 ‘법이론’ 공부를 통해 피고인에게 기록열람권과 재심 위헌신청 등 재판과 관련해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알게 된 뒤부터 이를 이용, 법원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서울지법의 한 직원은 “올 때마다 자신의 재판기록을 조금씩 열람하고 그 기록을 등사하기 위해 다시 법원을 찾는다”며 “그 기록을 토대로 각종 재판관련 신청서를 제출한 뒤 그 신청기록을 보기 위해 또 다시 법원을 찾는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가 서울지법에 제기해 진행중인 사건은 형사사건 재심과 위헌심판 제청 신청, 손해배상 소송 등 20건에 이른다. 여기에 다른 법원에서 진행 중인 사건과 재판부 기피신청, 사무관 기피신청,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 등까지 합치면 그와 관련돼 계류된 사건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는 최근 법조 역사에 기록될 만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는 형사사건 1심 판결이 난 뒤 검찰이 항소할 때까지의 5일이 구금일수(복역기간)에서 빠지자 검찰의 항소기간을 구금일수에서 빼도록 한 행형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담당 재판부에 위헌의견을 냈고 재판부도그의 의견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를 가려달라고 제청했다. 헌재는 7월 20일 관련 행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씨는 ‘잃어버린 5일’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맹씨를 바라보는 법조계의 시각은 상반돼 있다. ‘권리를 위한 투쟁’에 치열하다며 그의 노력을 평가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법비(法匪) 즉 ‘법으로 무장한 공비’라고 극언을 하는 법조인들도 있다. 법원직원들은맹씨가 재판을 길게 끌고 재판과정에 딴죽을 거는 등 재판부를 골탕먹이고 있다며 불만이다. 한 직원은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는 정당한 권리행사이지만 알량한 법지식을 남용해 사법부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