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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dsine ] in KIDS
글 쓴 이(By): dwij (드위지)
날 짜 (Date): 1998년 9월 15일 화요일 오후 11시 05분 23초
제 목(Title): 출근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에대한 스케치


오늘은 재밌는 얘길 한가지 하려고 해요. 제 수다를 한번 들어
보실래요?

전 출퇴근길이 좀 먼지라 일찍 나와도 거의 전쟁을 치르다시피 
사람들에게 찡겨서 오곤 하는데요, 것도 시간이 지나니 여유가 
생겨 어느새 주변 사람들도 살피게 되고 항상 보게되는 사람들
도 몇몇 기억하게 되었죠.  그러니까 제 주파에 들어오는 사람
이 한 서너명정도 있는데, 그 사람들 모두 각자 개성이 강하고 
하도 희한한지라 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지요. 호호...

일단 제가 타고 오는 7호선은 지난번 몇번의 물난리 이후로 10
분에 한번씩 오곤 하거든요. 제가 좀 서둘러 준비를 하면 7시 
44분차를 타고, 좀 여유를 부리면 54분차, 정신못차릴땐 8시 4
분차를 타게 되는데 시간마다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다 달라요.
처음에 제가 군기가 바짝 들어서 항상 일찍 다녔을땐 10대 후반
의 날스러운 남자애를 맨날 봤었죠. 그 애는 저보다 먼저 타 있
는데 항상 스포츠연애신문을 보고 있죠. 옷차림새나 헤어스타일
은 마치 트레인스포팅에 이완맥그리거처럼 종아리까지 쫙달라붙
는 청바지에 테니스화같은 운동화를 신고, 머리도 짧게 쳐서 물
을 뺐지요. 암튼 그 시간에 대체 어딜 매일 가는것인지... 얼굴
은 아직 학생인데 교복을 입지 않아서 말이죠. 혹시 가스배달이
나 철가방? 아님 예상을 뒤엎고 대학생인지도 모르겠어요. 요즘 
신입생들은 희한한 애들 많으니까. 그리고 좀더 제 시간이 늦춰
지게 된 후로 만나게 된 아저씨가 있는데 저보다 두정거장 뒤에 
타지요. 나이는 20대 후반쯤 되보이는 까무잡잡하고 그리 크지
않은 키의 아저씨인데 이 아저씨 패션이 또 예술이잖아요. 머리
는 완전히 빡빡 밀었고 갈색 뿔테 안경에 상의는 일반적인 형태
를 벗어난 멋스럽고 우아한 느낌의 실크소재 브라우스를 입지요.
일단 뭔가 직업이 있는 직장인임에는 틀림없는것 같은데 확실히 
뭔진 모르겠더라구요. 왠지 패션쪽이나 디자인, 광고같은 일을 
할것만 같은 사람이지요. 오늘은 며칠 건너 뛰다 오랜만에 봤는
데 예상을 뒤엎는, 그림이 있는 티셔츠에 칠보쯤의 반바지 차림
이 아니겠어요? 재밌죠? 그리고 제가 정신 못차리고 늦을때마다
만나게 되는 두명의 꺽다리 남자애들이 있죠. 얘들은 저보다 두
살정도 어리던지 비슷한 또래로 짐작되는데 역시 저보다 두세정
거장 뒤에 타요. 얘들을 첨 보게 된건 사실 7호선은 아니였구요, 
중간에 갈아타는 지점인 건대입국역 플렛폼에서였지요. 우연히 
지나다 보게 됐는데 둘중 한명이 중학교 동창 여자애랑 너무 닮
은 거예요. 얼굴형이며 이목구비며 음색까지도. 마치 제 친구가
남자로 다시 태어났으면 저랬을거란 생각이 들정도로. 근데 어느
날 보니 갸들도 저와 같은 7호선을 타는 거예요. 것도 제가 항상 
타는 맨 앞칸에. 한번은 제가 일하는 삼성역에서 표 끊고 나가는
걸 보았고...근데 얘들 역시 뭐하는 애들인진 몰라요. 그냥 둘이 
떠드는걸로 봐선 아르바이트를 하는게 아닌가 싶을뿐. 제 친구
닮았다는 남자애가 제 친구를 닮아서인지 좀 말이 많아서... :)
지금은 그들도 나처럼 출근시간이 뒤죽박죽이 되서인지 대중없이
이사람 저사람 교대로 만나고 있죠. 암튼 이렇게 다양한 많은 사
람들이 정말 무슨 일들을 하고 사는 걸까요? 한번 붙잡고 물어 
볼까요? 키키... 가끔은 정말 그러고 싶기도 해요. 지난번엔 제
친구 닮은 남자애도 함께 다니는 지 친구에게 그런말을 하더라구
요. "저쪽칸에 탄 여자 맨날 마주치는 여자다. 인사나 나눌까?
킬킬..." 물론 날 두고 하는 얘긴 아니였지만 그들도 궁금한걸꺼
예요.



                     ∼◎ Ðωi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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