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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helicon (김 학)
날 짜 (Date): 1993년05월31일(월) 15시41분43초 KST
제 목(Title): 사이버펑크 II

`정보 민주주의' 철저 신봉

우리나라에도 각종 컴퓨터 게시판을 통해 수많은 동호인회가 결성되어 있고
이들중에는 기상 천외한 대화명(컴퓨터 통신을 할 때 사용하는 가명)을 써가며,
만나서나 혹은 전화로는 하기 힘들 만들도 서슴없이 해대는 사이버펑크 후보생들이
많다. 전자 가장 무도회라고나 할까. 과연 이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먹는
것과 자는 것을 제외한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영위하는
미국의 사이버펑크 수준에 근접해 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에도 사이버펑코들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사이버펑크들은 정보화 시대의 첨병이라는 자부심에 걸맞게 모든 정보, 특히
컴퓨터와 통신 기술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고 배포하는 데 남다른 관심을
보인다. 그들은 철저한 정보 민주주의자이다. 정보는 누구나 원하는 사람에 의해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사용이 통제되어 있는 정부나 대기업의
데이타베이스를 몰래 검색하는 것을 죄악시하지 않는다. 개인용 컴퓨터와 컴퓨터
네트워크가 확산된 덕분에 그들은 정부나 기업의 높은 사람들만 볼 수 있었던 각종
정보를 꺼내 보며 보통 사람들편에 선 감시자 역할도 한다. 그들은 자기 컴퓨터를
통해 세계를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다. 만약 세계가 컴퓨터에 의해 움직여질 수
있다면 사이버펑크들은 그 컴퓨터의 비밀번호도 알아내고 말 것이다. 어쨌든 미국의
클린턴 정부가 약속한 정보고속도로가 구체화하면 사이버펑크들은 더욱 바빠질
것이다.

사이버펑크들은 60년대 히피들 사이에 유행하던 LSD보다 더 강력한 환각제를 갖고
있는데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그것이다. 벌써 기존의 비디오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입체감과 현장감을 느끼게 해주는 가상현실 장비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이보다 더 사실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장비들이 등장해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사이버스페이스라는 말을 만들어낸 작가
윌리엄 깁슨의 소설에서처럼 컴퓨터를 뇌에 직접 연결하여 사실과 똑같은, 아니
감각의 농도가 휠씬 강해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환각을 경험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사이버펑크들은 확신하고 있다. 그때가 되면 마약을 대신해서
가상현실 장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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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제185호, 93/5/13에서 발취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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