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쓴 이(By): helicon (김 학) 날 짜 (Date): 1993년05월31일(월) 15시41분12초 KST 제 목(Title): 사이버펑크 I 90년대 신인류 `사이버펑크족' `전자 사랑방' 사이버스페이스 이용, 가상현실 즐겨 ------------------------------------------------------------------------------ 요즘 미국에서는 사이버펑크(cyberpunk)라는 신인류가 출현해 화제가 되고 있다. 50년대 비트족과 60년대 히피족 이후 이렇다할 `하위 문화(sub culture)'가 없던 미국에서 사이버펑크는 신문화 혹은 반문화 집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이버펑크는 자동기계의 제어 시스템을 연구하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인공두뇌)와 애숭이, 불량배라는 의미의 펑크(punk)를 조합한 신조어이다. 70년대 말 미국과 유럽 등지에는 기존의 로큰롤 음악까지도 너무 상업적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거칠고 요란하며 세련되지 않은 음악을 즐기던 펑크족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음악에 국한된 유행이었을 뿐 그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의 생활 전부를 지배하는 철학이 되지는 못했었다. 오늘의 사이버펑크족 리더들 중에는 과거의 펑크족들도 많아 음악만으로는 이룰 수 없었던 새로운 생활 방법의 확릴을 컴퓨터를 통해 시도하고 있다. 커피숍을 중심으로 모였던 비트족이나, 공원 등에 모여 마약을 즐기고 자유 분방한 사랑을 나눴던 히피족과는 달리 사이버펑크는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행동을 같이 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만남의 장소는 물리적으로 실존하지 않지만 그들의 의식 속에는 어떠한 장소보다 익숙하고 사실적인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라는 곳이 있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컴퓨터 속에, 컴퓨터로 제어되는 가상현실 장비속에 존재한다. 가끔 자신에게 온 전자우편을 확인하기 위해 BBS에 들어가 보는 일반 컴퓨터 사용자들과는 달리 사이버펑크들은 대표적인 사이버스페이스인 BBS에 접속해 하루를 보낸다. 그들은 여기서 <토탈리콜> <론머맨> 같은 미국영화나 <아키라> 같은 일본 만화 영화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신종 컴퓨터 바이러스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며 때론 얼굴을 모르는 상대와 사람에 빠지기도 한다. 컴퓨터 통신을 해 본 사람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고요한 한밤중에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통해 나누는 대화는 얼굴을 맞대고 하는 대화보다 휠씬 더 은밀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사이버스페이스는 시끌시끌한 동네 사랑방 노릇을 할 수도 있고 연인들을 위한 밀실 구실을 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