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purunsan (푸르른틈새@) 날 짜 (Date): 1996년06월06일(목) 07시52분06초 KDT 제 목(Title): 이 한마디에... 타는 들녘 벼포기를 적시러 가지... ----------- 이렇게 가버린 사람 김남주... 그가 남긴 시 <물따라 나도 가면서...> 변했다고 강변하는 세상에 아무 미련없이 가버린...물따라...남주... 안치환의 노래가 녹음되어 있는 테잎을 듣다가 "타는 들녘 벼포기를 적시러 가지..."라는 대목에 눈두덩이 당겨져 옴을 느꼈다.... 왜 일까... 목마른 대지...물을 기다리다 기다리다...가슴까지 하얗게 타버린 대지... 그 들녘의 숯덩이가 되어버린 가슴을 촉촉히 적시기 위해 흘러가는 물... "그 물따라 나도 가면서" 다시 "물에게 물어본다"던 순박한 남자, 남주... 안치환이 이런 가사를 쓸리가 없다며 고개를 젓던 나는... "타는 들녘"이라는 대목이 어딘지 "김남주"답다고 생각했다... 집에 와서 찾아보고...역시 김남주의 시였다... 수천년동안 압제의 사슬에 힘겨워하던 우리 힘없는 벼포기들.. 물을 기다리다 가슴은 숯덩이가 되어버렸건만... 그 가슴들을 향해 흘러...죽어서도 흘러... 벼포기를 적시겠다는 그의 따스함이 눈물겹다. '타는 들녘'보다는 '적시러 가지'라는 말이 더 남주답다... 역시, 김남주는 김남주다. 타들어 가는 형제의 가슴을 외면한 채 제 뱃속을 채우기에 눈이 팔려 형제의 숯덩이 가슴을 옭아매던 자들을 쓸어버릴 물이 여기 흐른다...지금은 작은 개울이지만 넓은 강을 꿈꾸며 흐른다. 남주의 뒤를 따르려고 흐른다... 멍들고 지친 가슴을 적시러 가자... 적시러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