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purunsan (푸르른틈새() 날 짜 (Date): 1996년05월28일(화) 19시39분57초 KDT 제 목(Title): 겨레의 거울(가칭) 취지의 글.. 기차여행 대장님이 부탁하신 초안입니다.. 너무 여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paboo님과 기차여행님도 어제 모임에서 초안을 마련했을테니까요.. 많은 지적을 바랍니다. --- "어제를 바라보고 오늘을 숨쉬며 내일을 꿈꾼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말은 친일파들의 후손들이 기득권을 쥐고서 사회에 만연한 부패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현실의 부조리와 더불어 우리의 전도된 가치와 실상을 더욱 비웃도록 했습니다. 광복 반세기가 지나도록 제대로 친일잔재 청산의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우리 자신에 대한 냉소일 것입니다. 우리가 언제까지고 이런 자조에만 머무른다면, 이러한 전도된 실상은 더욱더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가치를 철저히 전도시킬 것이고 우리의 정신을 마비시킬 것입니다. 광복 50년이 지나도록 친일잔재로 대표되는 역사의 오점을 떨치지 못한 우리사회는 분단과 전쟁, 그리고 암흑과 같았던 기나긴 군사독재를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즉, 군사독재와 비판-대안세력의 부재라는 기형적인 현대사의 뿌리는 바로 일본 제국주의 잔재의 온존에 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습니다. 전쟁과 분단, 잔악한 매판군사독재밑에서 신음해야만 했던 우리부모, 형제, 그리고 우리자신.. 그 혹독한 인내의 댓가가 과연 무엇이었습니까. 자조와 냉소, 현실순응은 아니었는지 솔직하게 되물어야 할 것입니다. 치유하지 않은 상처는 안으로 곪아서 이제 우리의 '정신'마저 혼미하게 만들고 있읍니다. 무엇이 옳은 길이고 무엇이 잘못된 길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았던 길이고 무엇이 바르지 못했던 길인가에 대해서도 우리는 분명히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읍니다. 또한 갖가지 상황논리를 동원하여 명백한 친일을 눈감으려는 모습들도 있습니다. 그간 가리워진 역사의 진실을 알리기위해, 참으로 많은 분들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은 그분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우리의 이 작은 시작은 이와같은 반성에서 비롯됩니다. 이 모임의 발단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왜곡된 친일군상들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일단 우리 스스로 확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모임의 목적은 친일매국-매판독재로 연결되는 고리를 끊기위한 것입니다. 또한 이와같은 고리끊기를 통해 뒤틀려있던 민족혼을 살리기 위한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보다 많은 정의를 위해, 보다 많은 진실을 향해 우리가 사는 이땅을 바꾸기 위한 것입니다. 내일을 향한 움직임이지 어제에 묻히기위한 움직임이 아닙니다. 이러한 노력의 전부가 아닌, 하나의 작은 시작으로서 우리는 <겨레의 거울>이라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우리의 시작이 인터넷과 웹페이지인 것은, 인터넷이 갖고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과 그 소통을 통한 가능성>에 주목해서 입니다. '직접민주주의를 위한 가능성'이라고까지 말해지는 인터넷의 잠재력을 미리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쇄매체를 통한 그간의 노력들을 새로운 매체인 통신공간을 통해서 발전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것입니다. 시대는 바뀌고 발전하며, 미래에 보다 많은 정의와 진실을 이루려는 우리들 또한 이와같은 변화를 이끌어야 합니다. 책보다는 인터넷을 더 친숙하게 여기는 인터넷세대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 또한 보다 나은 세상을 이루기위한 '우리'의 대열에서 제외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인터넷세대에게도 역사의 진실과 그 진실을 향한 힘은 알려져야만 합니다. 우리의 겨레의 거울은 역사의 진실을 알리기위한 주춧돌 역할을 할 것입니다. 나찌의 유태인학살에 관한 웹페이지를 찾아보면 수십가지가 넘습니다.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경우만해도 적어도 우리처럼 전무하지는 않습니다. 이제까지 민족의 정신을 일깨우고자 하는 연관된 웹페이지 하나 없었던 현실에서 겨레의 거울은 하나의 신호가 될 것입니다. 혹자들은 부끄러운 과거를 왜 애써 들추려고 하느냐라고 말할 수도 있읍니다. 그러나 역사는 어제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과 내일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개인의 경우에도 잘못을 먼저 인정하는데서 발전을 위한 새로운 희망이 싹틀 수 있습니다. 또한 상황논리를 동원하여 명백한 잘못을 불가피했던 것이라고 항변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피했는가의 판단은, 진실이 낱낱히 밝혀진 이후의 일입니다. 아직까지 역사의 진실이 온전히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세력들이 엄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와같은 상황논리는 마비되어가는 민족의 정신을 더욱 혼미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무릇, 역사의 진실을 밝히자는 것만큼은, 어제를 이어받아 오늘을 사는 우리로서의 마땅한 의무인 것입니다. 이와같은 다른 입장들에 떳떳하기 위해서라도 이 모임의 성격과 웹페이지의 성격은 전향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알려지지 않았던 친일군상 뿐만 아니라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군과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소개도 마땅히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친일지식인들에 대해 준엄한 평가를 내려야 하는 것은, 그들이 민족의 정신에 보다 책임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 교육기회의 수호라는 미명하에 철저하게 반민족적이고 비인간적인 선동을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한 행위야말로 교육이라는 미명으로 교육을 죽이는 것이었습니다. 대체 민족의 혼을 죽이고 무슨 교육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그러한 행위는 상황에 의해 정상참작은 가능할지언정 가리워지거나 미화되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지금 우리의 현실은 가리워진 실상과 매국행위의 미화를 통한 전도된 가치들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작은 시작, <겨레의 거울>은 친일지식인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공과를 우선 분명하게 밝히려고 합니다. 과장과 유언비어가 아닌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우리는 솔직해야겠습니다. 때로 자기부정의 치열함이 필요하기도 할 것입니다. 이러한 지식인들에 대한 되집기는 우리민족의 내일을 책임지고 있는 오늘의 지식인들에게 거울이 될 것입니다.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날마다 문지르고 닦아야할 거울이 될 것입니다. 어제를 돌아보고 내일의 가능성을 비추는 거울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곳은 더 멀고 큰 곳입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시작합시다. 우리가 내딛는 발걸음은 흥분에 들떠서는 안됩니다. 실로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순간적인 감정에 의해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진실을 향한 열린 가능성을 품으려 합니다. <겨레의 거울>은 얼룩지지 않는 맑은 거울입니다.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온몸으로 온정신으로 닦아야할 거울입니다. 질책해 주십시오. 힘을 더해 주십시오. <겨레의 거울>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우리가 내딛는 발걸음은 작지만, 우리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