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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inseog (겨울나그네吝)
날 짜 (Date): 1994년09월26일(월) 08시38분05초 KDT
제 목(Title): 삼국지에 관한 몇가지 생각


삼국지가 재미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약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조는 이야기 초반부터 역사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비는 적벽대전 전까지도 
변변한 기반을 잡지못한 떠돌이 객장에 불과했죠. 조금 기반이 잡힐만하다 싶으면 
깨져서 물거품이 되고 서주에서 깨졌을 때는 생사도 모르게 흩어지기도 하고.. 
유비가 실제로 잘나갔던 때는 적벽대전 이후 형주와 촉과 한중을 차례로 차지하던 
때. 전체의 사분지 일 정도에 불과하죠. 비록 촉이 원래부터 위에 열세였다 
하더라도 조조에게서 한중을 뺐었을 때는 다음차례에 중원이라도 못차지할까 하는 
기세였을 겁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한의 유방도 항우의 세력과 비교할 때 
희망을 가질만한 처지였던가요.  일이 다 끝난 후에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라도 그 전에는 객관적 판단이 희망을 꺾을 수는 없는 거니까요. 
다만 유비가 죽은 후에는 상황이 열악해져서 공명도 자신의 일이 순리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싶었겠죠. 그러나 무리를 해서라도 상황을 뒤바꿔보려 했고 거기에 
조금이라도 확률이 있는한 그것에 남은 인생을 모두 쏟아부을 수 밖에 없었죠. 
공명이 일을 너무 무리하게 하다가 병사하고 만 사실은 그와같은 무리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명이 죽은 후에는 촉에서도 우리는 
망할 수 밖에 없는 나라다 하는 분위기가 퍼진 것 같습니다. 

삼국지는 역사를 바탕으로 썼기 때문에 씹을 수록 맛이 나는 부분이 많습니다. 
실제의 역사와 차이가 많더라도 삼국지연의 자체를 하나의 가공의 역사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역사란게 그렇쟎아요. 가볍게 읽는다면 이런 일이 있었구나. 
그렇지만 좀더 생각하면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었구나. 생각할 수록 새로운 것이 
발견되고 느껴지고 그렇지요. 

관우가 현덕의 생사도 모르고 조조 밑에서 갖은 후의를 입으며 지내다가 다시 
현덕을 찾아나서는 부분. 이 부분이 삼국지에서도 가장 유명한 이야기인지 요즘에 
다시 삼국지를 읽으면서 알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요즘 읽는 삼국지는 이문열 삼국진데 왜 대학때 동양사교수님이 
읽지말라고 하셨는지.. 나는 좋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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