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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Param (Param)
날 짜 (Date): 2007년 5월  7일 월요일 오후 08시 40분 38초
제 목(Title): 펌/ '다른 사람'을 끌어안을 수 있는 나라.


· 제 목  ▩‘다른 사람’을 끌어안을 수 있는 나라만이 강한 나라가 될 수 
있다 
 
· 작성자  ▩조약돌   
 
· 글정보  Hit : 26 , Vote : 0 , Date : 2007/05/04 21:28:25 , (3533) 자 
 
· 가장 많이본글 : 전방후원분 돌아보기       
 
 
 

 
최근 네이버나 다음의 게시판을 보면 “나는 유색인종/혼혈인 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정당에 표를 던져주겠다”거나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우리의 핏줄이 X둥이 X들 때문에 더럽혀 지고 있구나. 이제 대한민국은 
없다.”는 글이 자주(!) 나온다. 그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이제 순수한 
한국인은 북한인(조선인. 이북以北 인민) 뿐이다. 그들의 순혈주의 
정책(그러니까 외국인과 결혼하지 못하게 하고 만약 이를 어기면 강제로 
이혼시키며 자국인끼리만 결혼하게 하는 정책)을 본받아야 한다.”는 ‘처방 
아닌 처방’을 내리기까지 한다. 

나는 고대사를 배우는 역사학도로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을 묵인할 수 없다. - 
단순히 인도주의적인 태도 때문이 아니라 - 이런 태도는 역사상의 
사실(우리나라에 많은 외국인이 들어왔다는 사실)과 배치되거니와, 
그들(민족주의자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강한 나라’를 만드는 길과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고조선은 
환웅천왕(桓雄天王)이 이끌고 온 3000명(이하 ‘환웅족’으로 부름)만으로 
이루어진 나라가 아니다. 그들이 남쪽으로 내려오기 전에 남(南)몽골(중국 이름 
내몽고)/요령성에는 고(古) 아시아인과 곰을 섬기는 부족, 범을 섬기는 부족이 
살고 있었고 이들이 환웅족(桓雄族)과 섞임으로써 나중에 단군왕검(단군임검)이 
고조선을 세울 수 있는 기반(신시神市)이 만들어졌다. 만약 환웅족이 
원주민들을 내치고 자기들끼리만 나라를 세워서 다스리려고 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홍산문화나 하가점 하층문화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평양에 내려오는 
전설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조선은 반도 이북의 원한국인[마고족]도 
끌어안았다).

고구려도 마찬가지다. 만약 고구려의 동명성왕인 추모(鄒牟)가 원(原) 
고구려인만으로 나라를 세우려고 했다면 - 그리고 한인漢人이나 예인, 맥인, 
선비족, 선비계 흉노족, 키타이(거란)인(비려족), 지두우족을 ‘더럽다’며 
내쳤다면 - 우리가 알고 있는 강대국 고구려는 세워질 수가 없었을 것이며 
화려한 고구려 고분벽화도 없었을 것이고 살수대첩이나 안시성 싸움의 승리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덧붙이자면 고구려 벽화에도 중앙아시아의 백인처럼 
생긴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이는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고구려에 많이 
들어왔다는 증거다).

백제는 어떤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복한 지역의 마한인이라서 버리고, 
용성국의 석씨족(해상신라)이라서 버리고, 말갈인(고구려인)이라서 버리고, 
진한인이라서 버리고, 변한인이라서 버리고, 원(原) 가야인이라서 버리고, 
동옥저(남옥저)인이라서 버리고, 오환족이라서 버리고, 흉노족이라서 버리고, 
예족이라서 버리고, 침미다례(제주도) 사람이라서 버리고, 중국 남조(南朝)의 
한인(漢人)이라서 버리고, 중국 북조(北朝)의 유목민이라서 버리고, 단지 
졸본부여의 부여족만으로 나라를 세웠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해상강국 백제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고 북위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도 없었을 것이다.

신라는? 마찬가지다. 신라는 자기 나라로 흘러들어오는 백제 백성들을 내쫓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박씨에서 석씨로 
정권이 바뀐 뒤에도 오환족(박씨족)이나 진한인을 내쫓지 않았으며(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할 생각임) 한때 낙랑과 대립했음에도 불구하고 
낙랑 유민들을 거절하지 않았다. 또 그들은 첨단 문명을 가지고 내려온 흉노계 
선비족인 모씨족과 일씨족(나중에 경주김씨와 경주박씨가 됨)을 왕족과 
귀족으로 모심으로써 고구려/백제/가야에 맞먹는 강한 군사력과 합리적인 
인재등용제도(화랑)를 지닐 수 있었고 나중에는 옛 ‘상전’이었던 가야와 
백제, 고구려를 무찌르고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었다. 만약 석씨족이 순혈주의나 
복수심에 사로잡혀 박씨족(오환족)을 죽이거나 내쫓고, 석씨족만의 나라를 
만들었다면 그 나라는 오래 가지도, 오랫동안 백제(삼한백제)에 맞서 싸우지도 
못했을 것이다. (계림국이 비틀거렸던 까닭은 모씨족과 일씨족이 정권을 잡은 
뒤 ‘자기들끼리만’ 이익을 독차지하고 다른 민족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사치를 즐기면서 살았기 때문이라는 걸 기억하라. 그리고 일단 
모씨족이 그런 구태를 청산하고 모든 신라인을 끌어안는 데 성공하자 신라가 
강대국이 되었다는 사실도!)

낙랑국 사람이라서 버리고, 자기랑 오랫동안 대립했던 백제 백성이라서 버리고, 
호공 세력이라서 버리고, 아진의선의 세력이라서 버리고, 서나벌이 멸망시킨 
진한의 유민이라고 해서 버리고, 조선의 유민이라서 버리고, 흉노계 
선비족이라서 버리고, 가야인이라서 버리고, 임나인이라서 버리고, 
선비족이라서 버렸다면 우리가 아는 신라라는 나라는 존재할 수가 없었으며 
나당전쟁에서 이길 수도 없었을 것이다(사족을 달자면 만약 신라가 외국인에게 
배타적이었다면 아랍인들이 신라를 세계지도에 그려 넣을 수 없었을 것이고 
신라를 ‘낙원’이라고 칭찬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많은 무슬림들이 신라에 
건너가 살지도 않았을 것이다).

고려도 마찬가지다. 고려는 신라 유민과 발해 유민, (중국 땅에 살고 있던) 
백제 유민을 모두 끌어안음으로써 강한 나라가 될 수 있었고 흑수말갈과 
달고족을 환영함으로써 나중에 키타이(거란)족의 요나라와 싸워 이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또한 아랍인(대식국인)과 중국 사람들을 받아들임으로써 
선진 문물을 흡수하였으며 이 때 인류의 문화유산 가운데 하나인 고려청자를 
만들어냈다. 만약 왕건이 경기도 사람들만을 특별히 대접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내다 버리는 정책을 취했다면 우리가 자랑하는 귀주대첩의 승리는 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고 고려청자의 아름다운 빛깔도(청자의 원조는 당나라니까)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역사에서 강대국으로 불리었던 나라들은 
외국인을 깔보거나 내쫓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백성으로 만들고 그 정책을 바탕으로 나라의 힘을 키웠다. 그들은 일단 
‘동족’으로 받아들여진 뒤에는 이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했고, 그 때문에 
우리 문화의 내용은 훨씬 풍성해졌다. 나라는 망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 
흥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따라서 나는 이들(이 나라에 들어오는 아시아/아프리카인)을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이들에게 시민권을 주며, 이들의 역사와 문화에서 배울 
것은 배우고 그것을 우리 문화에 접붙이자고 제안하는 바이다. 

*덧붙임 1 : “그럼 이 나라의 정체성이 뿌리부터 뒤흔들릴 것 아니오?”라고 
물으시리라. 그러나 나는 그런 염려는 지나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로마는 
건국 이래 수많은 이민족을 받아들이면서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았으며, 많은 문화와 많은 언어, 많은 민족과 다양한 인종이 
공존했음에도 불구하고 ‘로마법’과 로마의 군사력, 그리고 로마의 
시설(수도관, 도로, 아파트), 라틴 알파벳과 라틴어라는 ‘접착제’로 
로마제국에 속한 많은 사람들의 단결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그리고 로마는 다른 문화나 다른 종교를 금지/탄압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것을 기꺼이 인정했다).

*덧붙임 2 : 나는 이참에 단군조선의 홍익인간(弘益人間)/재세이화(在世理化) 
사상이나 천도교(동학)의 인내천(人乃天)사상, (이 지구상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배우기 쉬운 글자 가운데 하나인)훈민정음을 ‘매개체’로 인종과 민족과 말과 
종교가 다른 여러 ‘한국인’들을 하나로 묶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할 
생각이다. - 마치 불교와 유교가 여러 민족을 백제라는 한 나라 안에 묶는 데 
도움이 되었듯이 - 법적인 시민권(주민등록증) 만으로는 부족하다면 그런 
‘이념’도 여러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끈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욕설과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해두자면 나는 ‘순혈’ 몽골로이드이고 
개신교 신자다). 

*덧붙임 3 : 다시 한번 말해두지만 민족/인종끼리의 융합이 우리 문화를 
이민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그들에게 동화하라고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면 안 된다. - 마치 고려가 중국인 이민자들에게 과거제도와 청자 
만드는 법을 배웠듯이 - 그들의 뛰어난 점을 최대한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장점을 그들에게 소개하는 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11.176.9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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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 old law about "an eye for an eye" leaves everybody blind. The time is 
always right to do the right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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