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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Convex (헐Hull歇)
날 짜 (Date): 1994년03월29일(화) 13시33분42초 KST
제 목(Title): [시사] 청산하지 못한 역사(친일파 60)


정인봉님의 글을 옮깁니다.

 한민족의 원형을 찾아서  ()
 제목 : [시사] 청산하지 못한 역사(친일파 60)
 #149/153  보낸이:정인봉  (hanerl  )    03/26 11:46  조회:6  1/8

  다음은 [청년사]에서 나온 
         청산하지 못한 역사 - 한국현대사를 움직인 친일파 60 -
         (반민족문제연구소 지음)
  중에서 반민족문제연구소장 김봉우  님의 '책을 펴내면서'라는 글
을 요약한 것입니다.


  우루과이 라운드의 타결로 전  세계는 새로운 차원의 위기로 치닫
게 되었다. 우루과이 라운드는  15세기 이래 전 세계를 자기들의 상
품소비지로, 원료강탈지로 분할해  오던 미.유럽 서방제국주의가 첨
단산업의 생산과잉으로 자본축적위기에  봉착하자 그 애로를 타개하
기 위한 방편으로서 후진국의 국경선을 허물고 주권행사를 무력화시
켜 시장을 넓혀보자는 의도에서 만들어 낸 장치이다.
  서방제국의 초국적 기업들은  기업존재 양태의 다국적화라는 문제 
뿐만 아니라 그 구성내용이  주로 첨단의 전자, 정보, 지식, 서비스 
산업들로서 그 생산물의 속성과 생산방식때문에 기존의 국경과 개별
문화 체계를 넘어선 광대하고도  통일된 시장, 즉 세계 단일의 시장 
구조를 요구한다.
  따라서 우루과이 라운드의 타결을  계기로 하여 서방 강국들은 기
존 개별  국가의 주권과 국경선은 물론,  국가간의 차별성을 구축해 
온 근저가 된 생산양식, 문화 및 지식 체계와 인식 내용까지 무차별
적으로 파괴하여 그들의 아류로 획일화 하려고 들 것이다.
  서방 강대국의 무차별적,  무조건적 진입을 허용해 준 약소국들이 
서방 제국의 합의된 공격 앞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파괴되고 말 것인지는 전적으로 그들의 대응자세 여하에 달려있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존망의 위기는  밖으로부터가 아니라 안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이 거대하고 엄청난 공격의 본질
적 의미와 거기에 대한 올바른  대응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채 마치 
이것이 인류공동체의 실현인 양 사태를 호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국제화, 개방화 구호의 홍수에 잠겨 있다. 국제
화, 개방화 구호가 시사하는  것은 국제 사회의 다양함의 공존이 아
니라 처음부터 강대국의 입맛에 맞는 표준 답안이 정해져 있으니 거
기에 맞추라는 것이다. 
  국제경쟁력의 외피를 쓴 채 내려진 정부 기관의 공식적인 해석은 
       '국제화, 개방화란 국가 내부의 고착성을 뛰어넘어 세
       계 단일의 공동체로 확산되는 것'을 의미하며,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인식하여  국제적인 감각을 배양하
       고 배타적인 민족주의나  우월주의를 배격하며 서방의 
       자본, 기술,  문화가 물밀듯이  밀려들어 오도록 하는 
       것이며 총체적으로는 '서구화'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말은 오늘날의 지구촌의  실상과도 맞지 않고 우리의 현실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서방 강국의  희망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말이
다. 우리의 근현대사는  강대국에 의존하여 맹목적인 서구화로 달려
가다가 자신의 자아와 정체성가지 완전히 파괴당하고 드디어는 식민
지 노예로 굴러떨어지고 그 결과 오늘날까지 민족이 분단된 채 국가 
주권의 보루인 군대 지휘권까지 양여된 상태이다.
  남을 침략해 본 바 없고  근대 이래는 오직 강대국의 침략에 노예
생활을 강요당해 최소한의 자기 존재 의미마저 파괴당해 버린 채 식
민지 구조와 식민지 노예의식에  물젖어 모대기고 있는 우리가 도대
체 침략의 원흉인 일본이나 독일처럼 배타적 민족주의나 우월주의로 
매도당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우리 사회는 이미  완전한 서구사회이다. 지나칠 정도로 서구화된 
사회이다. 서구사회의 병폐만 옮아와서 문제지만, 세계에서 가장 서
구화된 사회임은  강대국과 약소국을 불문하고  모두 공인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서구를  닮은 사회, 서구보다도 
더 서구에 충성하는 이 사회에서 또다시 서구화가 국가적 목표로 되
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그동안의 비극적  역정에서 완전히 파괴당해 없어졌다시피
하다가 이제 막 생겨나는  우리의 자아의식과 민족자주를 향한 지향
을 또다시 완전히 없애버리겠다는 의도의 외교적 표현이라고 보아야 
한다. 서방제국의 공격앞에서 존망의 기로에 선 피해자가 자기를 가
해자, 공격자의 일원으로  착각하고 그들의 견해를 그대로 대변하고 
실천하는 이 기막힌 상황이 우리의 비극적인 역사 노정과 현 상태를 
웅변해 주고 있다.

  우리는 세계일가, 우주일가,  대동아 공영권, 지구촌의 실현을 구
한말 이래로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약소국을 잡아먹는 
강대국의 아편주사였다.  각각의 정신세계와  물리적 보호막을 모두 
제거하여 광야로 내몰아 거대한  자본과 조직의 노예로 만들자는 것
이 그들의 목표였다.  국경을 넘어서는 세계인이라는 똑같은 소리가 
오늘날까지 그대로  되풀이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식민지적 
사회가 이데올로기의 기반 위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강대국의 극단적인 국가 이기주의가  온 세계를 뒤덮고 있는 상황
에서 경쟁력 강화만이 우리의  생존을 보장하는 유일한 최선의 방안
이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민족의 내적 통합과 독자성을 강화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 경쟁이란 서방강대국과의 대립을 전제
할 수 밖에 없는데, 우리  민족의 손발을 묶고 눈과 귀를 가려둔 채 
서방 강국들에게  곳간을 열어주는 형국에서  경쟁력 강화를 외치는 
것은 얼마나 부질없는  소리인가. 경쟁은 상대와의 대결이기 때문에 
경쟁 상대로부터 정신적 물질적인 자주성과 독자성 그리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자기 보호 장치를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이 모든 것
은 분명한  자기 정체성의 확보와  정치경제적인 자주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차적인 사업은  반민족 세력과 그 
이데올로기를 청산하는 것이다.  식민 지배 과정에서 만들어진 반민
족 세력이 뿌려놓은 독소는 넓고도 깊다. 민족내의 대립을 부추기고 
그 대결 구조를 악용하여 외세의 지배력과 이익을 보장하는 것도 그
들이고, 아직도 기본적인  인권과 자유조차 보장되지 않는 민주화의 
저해 세력도 그들이다. 경제와 문화적 측면에서 사대와 예속의 길을 
달려온 것도 그들이며 사회적 범죄와 부패의 주역들 역시 그들이다. 
식민지 시기부터 시작된 반공  테러와 정보 조작을 통하여 사람들의 
의식을 불구로  만들어버린 것도 그들이며  우리 사회를 절대통제의 
철쇄로 묶어 자율성과 창의성 자체를 소멸시킨 것도 그들이다.

  정말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구호부터 이렇게 바꾸어야
한다. 
  억압 통제에서 자율로!  예속에서 자주로!  사대에서 주체로! 
           모방에서 창조로!     분단대결에서 통일로!

  서방 제국이 내세우고 있는 공격적 내셔널리즘의 발현인 우루과이 
라운드의 앞길은 어둡다. 그것은 극단적으로 넓혀 보아도 시장이 얼
마 커지지 않는데다가 그 다음에 닥쳐올 축적 위기에 대해서는 대책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하여 세계 각국 민중의 
각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며 개별국가의  저항 또한 치열해질 
것이다. 우루과이 라운드류의  정책들이 한계에 봉착하게 되면 국제
사회는 비로소 15세기 이후 지속되어 온 제국주의적 축적 방식에 대
한 반성과 올바른 대안  모색에 들어갈 수 있을것이다. 자신의 문화
와 복지와 주권이 소중한 만큼 상대의 문화와 복지와 주권도 존중될 
때 비로소 개성과 다양성이 살아나는 참된 국제화가 시작될 것이다.
        
                                               -  요약정리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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