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chopin (** 쇼팽 **) 날 짜 (Date): 2007년 4월 12일 목요일 오전 02시 38분 01초 제 목(Title): 만주제국 청의 북경 점령 앞 글에 이어 명-청 교체라는 중화사상을 대표하는 관점을 이루는 밑바탕 중 하나인 북경점령과 이후 대륙정복과정을 살펴봅시다. 청나라는 스스로 중국을 침략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왔습니다. 만주의 지배자들은 “우리는 너희를 정복한 것이 아니라 너희가 도와달라고 해서 온 것이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청나라 지배자들이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명나라가 청나라에 직접 멸망한 것이 아니라 내부가 붕괴된 상태를 노려 쳐들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청나라의 중국 정복말고도 세계 침략의 역사에서 정복자의 입을 통해 흔히 나오던 정부선전문구의 전형입니다. 당나라의 고구려 침공시에도 고구려의 대막리지가 당나라에 투항하여 고구려멸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고구려의 내부 붕괴를 강조해서 고구려가 당나라에 망한 것이 아니라 내부붕괴 때문에 망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당나라가 고구려를 멸망시킨 사실에 전혀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원래 전쟁은 그런 내부 붕괴를 노리고 유도하고 이용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고, 그것이 전쟁의 일부입니다. 역사의 기록에는 남아있지 않지만 당나라도 고구려 유민에 너희가 도와달라고 해서 온 것이라고 주장했을 겁니다. 일제도 한반도 강점기 조선인들이 도와달라고 해서 온 것이라고 주장했고, 지금도 극우세력은 같은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선전문구를 믿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명나라 마지막 황제는 이자성이 이끄는 농민 반란으로 자살해버립니다(1644년). 이자성이 명나라의 장수 오삼계를 잡으러 하자, 오삼계는 적국으로 대치상태이던 청나라에 투항을 해버립니다. 청나라는 오삼계의 도움으로 산해관을 넘어 북경을 점령해립니다(1644년). 하지만 이 과정은 명-청 교체과정이 아니라 청나라의 중국 정복 과정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런데 청나라의 북경점령에 대한 배경에 대한 인식은 좀 묘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초기에 청나라가 북경을 점령할 때에는 청나라의 정부선전문구의 하나로 “청나라는 너희가 도와달라고 해서 왔다”는 논리를 퍼뜨렸는데 중국인들은 당연히 믿지 않았습니다. 중국남부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거센 저항이 있었기 때문에 남부 저항세력의 역사를 강조하여 중국의 민족주의를 강화하려 했고, 청나라의 북경점령에 도움을 준 오삼계는 민족반역자로 낙인 찍어버렸습니다. 그런데 1980년 이후 청나라를 중국으로 만들어 버리는 역사왜곡 작업을 거치면서 오삼계는 민족반역자가 아니라 중국통일을 앞당긴 사람으로, 청나라의 북경점령은 명이 이미 망했기 때문에 그 뒤를 이어받은 것으로 이미지가 뒤바뀌어 버렸습니다. 지금은 마치 망한 명나라를 이어받아 어떤 쿠데타 세력이 정권을 장악하여 명-청이 교체된 것 같은 이미지로 포장을 해놓았습니다. 원래 중국인이던 집단이 어찌어찌 정권을 잡아서 명-청이 교체되었다는 식입니다. 명-청 교체라는 단어는 이런 이미지를 더 강화시키는 왜곡된 용어입니다. 하지만 청나라는 중국이 아니고 만주국였습니다. 청나라는 만주인들이 중국을 정복하여 만주의 식민지로 만들어버린 만주의 나라입니다. 청나라는 북경을 먼저 점령하고 차례로 명나라의 성을 하나씩 정복해 나갑니다. 명나라는 북경함락 이후에도 거센 저항으로 맞섰기 때문에, 청나라는 15년 넘게 명을 완전히 점령하지 못합니다. 기마병을 기반으로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한 청나라는 명나라 성을 모두 차례로 정복하고 반란세력을 무자비하게 진압하여 결국 중국 전체를 식민지로 만들어 버리는데 성공합니다. 문제는 청나라의 중국정복 후 식민지배가 매우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중국은 청나라가 되어갔지만, 청나라가 몰락하자 이제는 청나라가 중국이 되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결국 가만히 앉아 청나라가 정복했던 주변 식민지들 위그루, 티벳까지 삼켜버리고, 지금은 타이완과 몽골을 삼켜버릴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요즘 북한문제 때문에 북한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북한은 한국과 한 가족이기 때문에 원래대로 통일되길 바란다는 설명을 하면, 중국인들이 꼭 대답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들도 타이완이 같은 가족이고 분단되었기 때문에 통일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타이완은 원래 독립국이었고, 만주의 청나라가 점령하기 전에는 네델란드의 식민지였을 뿐 중국지배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타이완이 원래 역사적으로 원래 중국땅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청나라를 중국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으로 간단하게 타이완까지 원래 중국땅으로 만들어버리는 이 역사왜곡의 힘이 무시무시하다는 것을 실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 중국의 역사왜곡에 놀아나는 것은 중국인들 뿐이 아닙니다. 지금의 티베트도 위그루도 청나라가 정복했던 것뿐인데 지금의 중국지배를 침략과 강제 점령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도 별로 없습니다. 불과 수 십 년 전에 단행했던 청나라 역사왜곡이 먹혀 들어가고 청나라가 중국이라는 인식을 퍼뜨린 결과, 지금 발휘하고 있는 힘은 참으로 엄청납니다. 고구려가 중국역사가 되면 그 뒤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를 생각해보면 깊은 두려움이 앞섭니다. __ 쇼팽 04/11/2007 brainew.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