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MinKyu (김 민 규) 날 짜 (Date): 2005년 9월 8일 목요일 오전 12시 55분 06초 제 목(Title): Re: [펌] 일제시대 이야기 3 제 짧은 소견으론, 이런 글보다는 육두문자로 도배가 된 글이 차라리 낫습니다. 역사를 논한다고 하면서 사실(fact)를 자기 맘대로 무시하면서 냉정하게 역사를 본다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하다못해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열손가락 안에 드는 경제 대국이라는 말조차도 근거가 의심스럽습니다. 2004년 CIA factbook에 의하면 16위, 세계 은행 자료에 의하면 11위라고 되어 있습니다. 구매력 대비로 해서 13위라는 자료도 있네요. (세계은행과 CIA는 등수 뿐 아니라 GDP 숫자 자체가 상당히 차이가 나는데 집계를 하는 방법이 다른 모양입니다.) 10위나 11위나 그것이 그거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제가 제 손가락을 냉정하게 쳐다 봐도 손가락 갯수가 10개인지 11개인지 헷갈리지는 않는데, 현재에 대한 사실도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는 두리뭉실 애매모호함으로 어떻게 냉정하게 역사를 기술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20세기 초에 제국주의 또는 식민지 외에는 대안이 없고 어느 쪽이나 엄청난 희생을 치뤘다는 주장은 그 부실함을 떠나서 매우 위험한 생각으로 보입니다. 영국만 해도 양차 대전에서의 인명 피해는 일본보다 훨씬 적었고 (사망자가 1차대전 90만명, 2차대전 40만명) 더구나 식민지인들을 동원한 덕택에 본국인의 피해는 더 적었습니다. 일본의 인명 피해가 컸던 중요한 원인은 1944년 마리아나 해전 이후 패전이 명백한데도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전쟁을 끌고 간 미련한 일본군 수뇌부 때문이지 일본이 걸었던 제국주의의 길로 인한 필연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북유럽이나 동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제국주의에 편승을 했을 망정 직접 식민지 지배에 나서지는 않았죠. 2차대전 전의 소련도 제국주의/식민지 어느 범주에 들지 않는다고 할 수 있고 그 의도가 뭐였던 간에 식민지 해방운동을 지원한 것도 사실입니다. 일본의 피해도 중일전쟁 이전에는 그렇게 크지 않았고요. 러일전쟁의 경우 일본의 인명피해가 8만명 정도라고 하네요. 삼일운동 사망자(7500명)의 10배 정도인데, 러일전쟁이 15개월 정도 지속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일 시간 대비 희생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런 비교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의문도 들지만, 제국주의 국가들이 더 큰 희생을 치뤘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어서 해 본 비교입니다. 제국주의 국가의 민중들이 어느 정도 희생을 치룬 것도 사실이지만 식민지에 비해서는 그 희생이 덜했다고 해야 할 것이고 (19세기 말 파리 코뮨 이후의 프랑스에 대해 홍세화가 말한 것이 있는데 그 시대를 부르는 명칭이 생각 나지 않네요), 다른 식민지(예: 말레이지아)의 노예 상태를 이야기하면서 그곳의 토후들이나 준지배계층, 상공업자 등 노예 상태라고 말하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왜 안하는지도 의문입니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글 또는 책에 따라서 원문보다 더 많은 댓글을 파생시키는 글이 있는데 다시 나누면 두가지 범주에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가령 노자같은 책은 본문 자체는 짧지만 그 심오함으로 인해 여러가지 해석과 해설이 나와서 원문보다 훨씬 많은 댓글을 파생시키고, 사실을 무시하고 엉터리로 자유분방(?)하게 쓴 글은 그 오류를 지적하는데 원문보다 더 긴 지면을 할애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일종의 공해라고 할 수 있겠죠. 제가 아직 수양이 덜 되어서인지 그런 것을 너그러이 보아 넘기기가 쉽지는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