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2004년 6월 6일 일요일 오전 10시 56분 05초 제 목(Title): Re: [펌/한겨레] 김구 >테러리스트들은 이라크민중의 지지를 받고 있지 않은 극단주의자들기 때문에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이봉창 의사가 히로히토에게 폭탄을 날렸을때 한국인들이 그를 테러리스트로 비난했었습니까? *_* 이슬람 원리주의자였던 호메이니는 아랍에서 가장 서구화됐던 이란에 아예 신정국가를 세우는데 성공했습니다. 그것도 국민의 지지속에 미국의 지원을 받던 왕정을 몰아내면서요. 이슬람 원리주의가 서구적인 사고방식에서 비합리적으로 보인다고 해서 아랍민중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서구의 제멋대로 해석에 불과합니다. 아울러 나세르에서 시작해서 후세인의 바트당까지 이어 내려오는, 약간 좌파적인 성향을 띈 아랍민족주의 또한 아랍민중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여운형의 인공이 하늘에서 떨어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여운형의 인공이 독립을 이루는데 한 것이 뭐 있습니까? 외국의 힘으로 독립한 뒤에, 수권세력을 자처하며 등장했을 뿐이죠. 그나마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묘하게 김구는 왜 연합군의 일원인 미국에게 테러리스트로서 아직까지 >기억되고 있는지는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라고 봅니다. 김구는 불행히도 망해가는 힘없는 장개석의 영향 하에 있었기 때문이죠. 김구가 워싱턴이나 하와이 쯤에 임정을 세웠다면 달라졌을 것입니다. 남한에서는 미국에 빌붙은 세력이, 북한에서는 소련에 빌붙은 세력만이 득세하고 중국에서 활동한 세력은 거세당했습니다. 북한에서도 마찬가지로 중국의 지원을 받은 연안파는 뿌리가 뽑혀 버렸죠. 나찌의 침략에 대해 구르미 님의 말씀처럼 민중을 조직해서 대규모 게릴라 전을 펼쳤던 그리스 공산당은 전후에 미국의 무력개입으로 완전히 전멸되어 버렸습니다. 그리스를 소련 봉쇄에 활용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방해가 됐기 때문이죠. 독립이나 압제의 해방을 위해 싸웠다면 자신의 조국과 민족에게 떳떳하면 됩니다. 왜 거기에 미국의 평가가 고려사항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네요. 김구가 미국에 테러리스트로 기억됐다고 반론하신다면 여운형의 인공은 바로 미국의 손에 의해서 분쇄됐으며 박헌영은 미국의 손에 의해 간첩으로 규정됐다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여운형과 박헌영은 구르미님과 좌파에서 주장하는 다수 민중의 조직화 노선을 따른던 사람들 아닌가 묻고 싶습니다. >사우디 왕족의 지원을 받고 CIA의 훈련을 받은 오사마 빈라덴이 만들어낸 >소수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조직이라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봅니다. 말씀처럼 빈라덴은 반왕정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우디 왕가에서는 호의적입니다. 그러나 빈라덴은 반외세적인 입장을 확고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CIA와 손잡은 것은 아프간을 침공한 외세 소련을 몰아내기 위해서였고, 미국이 사우디에 밀고 들어오자 이번엔 미국과 맞서고 있는 것입니다. 빈라덴이 미국과 대립적인 위치에 서자 알 카에다가 더 크고 광범위한 조직으로 발전한 사실은 어찌 생각하십니까? >그러한 예들을 일일이 열거하고 조목조목 비판했던 사람이 바로 레닌이었죠.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생각하는 예 중의 하나는 레닌이 죽은 후에 일어난 일인데요. >테러리즘을 비난하는 적들의 전략적 전술적 의도를 분쇄할 때는 >그 이상의 반박논리가 필요하죠. 테러를 반대하는 이유중 하나가 이러한 >논쟁속에서 저를 방어적인 상황으로 몰게 된다는 거죠. 협상을 거부하고 무력으로 폭력적인 탄압을 자행하는 적 앞에서 논리가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반박논리나 논쟁에서 유리한 상황을 얻기 위해서 당장 직접적인 폭력에 노출된 피억압자들이 공개적이고 노출된 불리한 길을 가야한다는 것이 이미 탁상공론입니다. >테러리즘을 옹호하기에는 매우 구차한 변명이라고 구차하다고만 말씀하시지 말고 왜 구차한지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매우 절박하고 타당한 이유라고 봅니다만.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중 하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장차 일국을 책임지게 될 >정치적 주체를 형성하는 데 테러리스트 조직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것입니다. 자세히 배운 것은 전혀 아니지만, 제가 레닌의 사상과 러시아 혁명사에 대해 접했을 때 떠오른 가장 큰 의문은 이거였습니다. `도대체 러시아 전제정을 무너뜨리기 위해 러시아 공산당은 뭘 했나?' 솔직히 레닌의 사상에서 제가 받은 인상은, 러시아 전제정을 무너뜨리기 위한 조직과 활동이라기 보다는 전제정의 붕괴는 머지않아 도래할 것으로 상정하고 그때 어떻게 집권할 것인가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도 러시아 전제정을 붕괴시킨 2월혁명에서 러시아 공산당의 역할은 거의 없었습니다. 구르미님이 말씀하셨듯이 소비에트도 자생적인 조직이고 러시아 전제정의 붕괴도 특정조직의 역할이 아니었습니다. 러시아 공산당과 레닌이 했던 것이라곤, 막말로 저절로 붕괴된 러시아 전제정 이후의 권력공백 상태에서 집권을 성공시킨 것 뿐입니다. 앞의 글들로 미루어 레닌의 노선을 충실히 따르시는 것 같은데, 독립이나 해방 후의 정치적 집권까지 목표에 포함시키고 고려해서 현재의 전략을 결정하는 레닌식 사고방식에서는 당장에 적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어도 차후에 해당 당파의 집권에 방해가 되는 수단은 배제하는 것이 논리적이겠죠. 그러나 외세나 독재에 의해 억압받고 살해당하는 국민을 바라보면서 `일국을 책임지게 될 정치적 주체의 형성'까지 고려할 틈이 없는 사람도 많습니다. 해방 후에 내가 집권하지 못하더라도 하루빨리 외세나 독재세력을 몰아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 사람들에게는 테러가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효용성도 매우 높은. 구르미님과 레닌식 노선을 따르는 당파하고 임정이나 독립군 계열의 독립운동가들과는 목표의 설정 자체가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닌파의 최종목표는 자신들의 사상을 관철시키기위한 집권이고 임정과 독립군, 알 카에다의 최종목표는 독립과 해방입니다. (그 뒤에 자신이 집권할 수 있으면 더 좋기야 하겠지만) 레닌주의가 그토록 다수의 민중의 조직화에 집착하는 이유도 결국은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다수의 지지를 등에 업어야 독립이나 해방 후에 집권할 수 있으니까요. 한가지 제가 확신하는 것은, 김구나 윤봉길은 독립 후에 자신의 정파가 집권에 실패하고 거세당할 것을 알았어도 과감히 홍고 공원에서 폭탄을 던졌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빈라덴과 PLO, IRA도 아랍-팔레스타인이나 북 에이레가 미국의 억압에서 벗어난 다음 자신들이 집권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더라도 끊임없이 투쟁할 것입니다. (빈라덴은 아예 원래 사우디 집권층의 한사람이었습니다.) 프랑스 사회주의 레지스탕스나 일찌감치 소련과 결별했던 이탈리아 공산당도 전후에 자신들이 집권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을지라도 여전히 나찌와 무력으로 투쟁했을 것입니다. 레닌은 그렇지 않을 것 같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