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구르미 (구르미) 날 짜 (Date): 2004년 6월 5일 토요일 오전 03시 03분 57초 제 목(Title): Re: [펌/한겨레] 김구 한두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테러를 테러로 상대하지 않겠다는 스페인 민중의 현명한 판단으로 여겨집니다. 테러를 테러로 상대하지 않으려면 끝까지 이라크에 남아있겠다는 선거전 집권 정부를 더 확실히 밀어 줘야 했지 않았을까요? 외신에 따르면, 선거전의 여론조사에선 앞서가던 우파정권이 열차폭탄 테러 때문에 지지율이 급락하여 철군을 주장하던 좌파에게 정권을 넘기게 되었다죠. 테러리스트들은 목적을 이룬 셈입니다. 스페인 군을 철수 시켰으니까요. 테러를 테러로 상대하지 않는다는 말씀의 의미가 테러리스트와 절대로 협상 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면, 그 역시 별반 의미가 없습니다. 테러리스트들에게 최종목적은 이라크에서 침략군을 몰아내는 것이지 협상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아예 협상할 필요도 없이 스페인처럼 그냥 나가주면 더 바랄 나위없이 좋죠. 효용성을 자꾸 말씀하시는데, 작은 예지만 마드리드 열차테러는 효용성의 극치입니다. 폭탄 한방으로 협상과정조차 없이 외국 군대를 몰아내 버렸습니다. 다른 나라에도 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해볼만 하지 않습니까? ------- 테러를 테러로 상대한다는 의미는 이라크에 진주해 있던 스페인 군을 철수하지 않는 것을 얘기하려는 거였습니다. 사실 미군의 이라크 진주는 역사적으로 자국의 군인의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상대국의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빼앗는데 주저하지 않아왔던 역사에 비추어 테러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유고나 북아프리카 등등에서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된 다국적 군들중에 미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현지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는 사례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군이 이라크에서 비슷한 행위를 저질렀지에 대한 보고는 아직까지 알지못합니다. 이라크 파병 자체로 전쟁범죄라고 생각하지만 테러리즘에 해당하는 범죄와는 다르다고 봅니다. 스페인의 사회당은 당연히 테러리즘을 규탄하면서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도 규탄하는 대중적인 정치조직이었습니다. 이번에 이라크로 대거 파병을 하는 남한이 다음 테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뭐 통한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해볼만 하지 않습니까? 마드리드 열차테러는 과격모험주의자들의 망동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주목할 만한 협상으로는 미군과 격렬한 전투가 있었던 팔루자의 경우가 있겠습니다. 미군의 이라크 시민 대거 학살, 무장세력의 완강한 저항으로 인한 미군 사상자 감수 위험, 교도교 학대로 인한 국제적인 반미 여론 등등이 협상을 가능하게 한 배경이 되었다고 봅니다. 팔루자에 의약품과 식료품의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던 걸로 알고 있는데 현재 어떤지 모르겠네요. >마드리드 폭탄테러범은 끝까지 잡아 처벌하겠다는게 현 집권사회당 정부의 >확고한 의지로 알고 있습니다. 종교적 민족적 정치적 신념에 따라 테러리스트가 된 사람들 중에서, 자기 신념이 관철된 뒤에 편안히 잘 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더 좋기야 하겠지만. 오히려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한 목숨 초개와 같이 버리겠다는 사람들이라야 테러리스트가 될 수 있겠죠. 일제가 조선에 주둔한 일본군을 테러에 못이겨 철수하면서 이토 히로부미 암살자(안중근)나 홍고우 공원 폭탄테러(윤봉길)의 범인은 끝까지 잡아 처벌하겠다고 밝혔다면 한국의 독립 운동가들이 그 소식에 눈하나 깜짝했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이 한몸 희생으로 독립을 이뤘다고 기뻐하시지 않았을까요. ------ 테러행위가 독립에 기여한 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꼼꼼히 따져 봐야 합니다. 모두 알다시피 한반도는 자력으로 독립하는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 논쟁에 제가 참여한 이유는 외세의 도움에 의한 독립이후 한반도를 책임질 조직적 준비가 여러점에서 부족했던 것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가지고 있는 현재성을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였죠. 테러리스트였던 알렉산더는 잡혀서 처형되었지만, 동생인 블라디미르나 그의 동료들인 트로츠키, 스탈린 등은 수차례의 유배,탈출을 반복하면서 혁명에 성공합니다. 동생이 형에 비해 헌신적이지 않았다고 말씀하지는 것인가요?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한 목숨 초개와 같이 버릴 것이 아니라 "적에게 개처럼 빌어서라도 살아 남아라"는 김남주시인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던 남한 좌파의 전통에 점수를 더 주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자면 러시아의 전위조직인 공산당의 경우도 혁명가의 목숨을 경시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스탈린 초기에 대거 숙청 당했던 공산당원들은 너무 쉽게 자신들의 목숨을 내주었습니다. "공산당원의 수양"이라는 책을 쓴 중국 혁명의 지도자중 하나 였던 유소기가 홍전논쟁에서 패배하고(?) 죽음을 당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었죠. "정치적 실패를 목숨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람을 남한 에서 오래전에 만난 적이 있기도 합니다만.. 정확하진 않지만 바쿠닌을 빌려서 "혁명가란 혁명의 과정속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소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과연 1회성의 테러로 목숨을 바칠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인지 강한 의문을 갖습니다. 테러범이나 테러조직원이 이스라엘 군,정보기관에 체포될 경우 극심한 고문과 함께 죽임들 당한 것이 뻔한 경우에는 조직의 비밀을 누설하느니 자살 공격이 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무장저항, 정치조직 활동, 공공연한 반이스라엘 운동으로 투옥된 후 협상을 통해 석방된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조직된 민중의 폭력적,비폭력적 저항에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다. >단지 소수의 음모적 테러전술에 효용성에 문제를 제기하는거죠. 구르미님께서는 민중이 조직된 다수의 폭력과 테러를 굳이 구분하시는 것 같은데, 적군파라면 몰라도 알 카에다나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은 이미 조직된 다수의 민중이라고 봐야 합니다 알 카에다는 아프간에서 직접 총을 든 사람만 수천명에 자체 훈련소까지 가진 대규모 저항 조직이었고 한국의 독립운동세력들도 수백 수천명의 한국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조직을 갖추고 군관학교까지 세워서 교육을 수행했던 무력집단이었습니다. 2차대전 때 프랑스 레지스탕스가 했던 일들을 생각해 보면, 독일군에 대한 소규모 타격이나 암살 등등 여기 반테러를 주장하시는 분들이 보기에는 두말할 필요가 없는 테러행위 였습니다.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하나하나 조직은 많아야 수십명 수준의 소수였고 노선에 따라 자기들끼리 내분도 심각했었습니다. 구르미님 말씀대로라면 프랑스 레지스탕스는 소수이고 음모적이며 테러전술을 구사했는데도 아무도 그들을 테러리즘을 비난하지 않는군요. 왜? 이기는 편에 섰으니까. -_-;;; 결국 이쪽에서 테러라고 보는 것이 저쪽에서 보면 저항(레지스탕스)입니다. 그리고 구르미 님과 별반 관계는 없지만, 한가지 첨언하자면 좌파라고 모두 테러리즘에 부정적이고 우파 민족주의만 테러리즘에 호의적인 것이 아닙니다. 레닌이 테러에 대해 부정적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프랑스 레지스탕스에는 드골파나 우파보다 오히려 사회주의 계열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프랑스 의회 사회주의의 거목 미테랑, 앙드레 말로 (말로는 전후에 드골을 만나기 전에는 원래 사회주의자 였음), 파리 해방 직전의 파리 레지스탕스 총책 홀-당뀌 등은 모두 좌파 레지스탕스 였습니다. ------ 레지스탕스운동은 제가 전에 열거한 "불가피성"의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독일군이 거의 전지역을 군사적으로 장악한 상태에서 조직이 고립되고 분산된 상황이었죠.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연합군의 승리에 대한 기여한 공로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알 카에다나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이 "조직된 다수의 민중"인가 아닌가는 그들이 구사했던 주요한 전술이 무엇이었고 일반 대중을 조직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가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들의 노선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죠. 마오가 이끌던 빨치산 게릴라 조직과 당시 군벌들 마적들은 구별되어야 하며 러시아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동맹[스보보다]"도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일리치에게 호된 비판을 받았습니다. 빨치산의 전통을 자랑하는 북한 역시 테러리즘을 부정합니다. 북한 역사책에서 안중근, 윤봉길 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울리야노프는 분명히 군사전술의 유효한 한가지로서 테러를 정의했습니다만. 게릴라전과 구별되는 테러행위들도 있다고 봅니다. ========= 테러전술의 유용성에 대한 평가에 그쳐왔던 지금의 논의를 여러 측면에서 확장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습니다만. 투쟁이 궁극저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장,비무장 투쟁의 적절한 결합, 합법적/비합법적 수단의 적절한 결합, 강력한 정치적,이념적 지도력의 확립이 필수적인데 무장조직의 경우 그 자체로 정치조직이거나 정치적 조직의 지도에 따라 정치적 지형의 변화에 적합한 전술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극단적인 모험주의적 행동으로 수십년동안의 운동의 성과가 허물어지는 경우가 국제적으로 드물지 않습니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가인 에릭 홉스봄은 그의 "극단의 시대"에서 게릴라전술을 통해 혁명에 성공한 쿠바의 경험을 남미와 아프리카에 전파하려 했던 체 게바라의 노력이 오히려 해당 지역의 운동의 발전을 저해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니카라구아의 산디니스타는 무력으로 권력을 잡지만 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순순히 권력을 내주었습니다. 믿을 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CIA는 한 표마다 50불 또는 100불을 지불하였다고 합니다. 산디니스타는 여전히 합법적인 정당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브라질의 경우 노동자당이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장악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