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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2004년 5월 16일 일요일 오전 12시 34분 44초
제 목(Title): Re: [펌/한겨레] 김구 



> 이것은 단순히 의견이 다르다기 보다는 공산주의자와는 공존이 어렵다는 
>입장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그것은 saram님의 해석일 뿐이지 김구가 공산주의와의 공존을 부정했다는
명백한 증거는 되지 못합니다. 명시적으로 김구가 자신이 구상하던 
통일한국에서 좌파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은 이상, 김구가 공산주의에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북한공산정권과의 협상을 모순으로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프랑스의 드골도 백범 못지않게 공산당과 스탈린주의를 혐오했지만, 
독일에서 해방된 프랑스에서 사회당과 공산당은 엄연히 합법정당으로 
존재했습니다.

> 일반 실향민들이야 당장 남북분단이 
>실감이 나지 않았겠지만 적어도 한 나라의 정권을 놓고 겨루던 정치 지배층들 
>사이에는 당시의 국제 정세로 보아 남북이 분단될 거라는 것 쯤은 불을 보듯이 
>알 수 있었을 겁니다. 

그것은 분단이 고착화된 사실을 이미 알고, 지난 60여년간 진전된 역사연구에서
밝혀진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을 알고난 현재시점이 되어서야,
당시의 국제정세상 남북분단은 필연적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김구가 여운형과의 협상을 거절한 해방직후에 남북분단을 예측하고 있던
한국인은 거의 없었습니다. 

따라서, 분단의 가능성이 미약했던 45,46년대에 김구의 반공주의와 
분단이 기정사실화 되어가던 48년대의 남북협상을 나란히 배열해서
자기모순으로 규정하는 황강사의 비판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조차도 예측을 못했다면 그 무능함이 너무 큽니다.

저는 무능하다고 생각진 않지만, 김구가 국제정세에 어두웠던 것은 사실입니다.
무능했다면 무능했다고 비판하면 됩니다.
이 논의의 발단은 황강사의 `백범은 자기모순적이며 정치전략적'이라는
글이라는 점에 집중해 주시기를. 무능했다는 비판과, 모순에 전략가라는
비판은 전혀 별개의 것입니다.

>사료 조사 결과 백범에게서 정치전술과 기회주의를 구사하는 '정치꾼'의 
>모습이 보인다면 그 자료를 발표하는 것이 좌익이건 우익이건 양심적인 
>판단일 것입니다. 이건 어느 쪽에 유리한지 불리한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새로운 사료를 발굴하여 객관적으로 발표한다면 그것은 saram님 말씀대로
어느쪽의 유/불리 와는 무관합니다. 맞는 이야기죠.

그러나 황강사의 백범비판은 백범이 반공주의자였다는 사실과 백범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협상(공산당과 협상)을 했다는 사실에 근거해서
백범을 자기모순에 찬 정치전략가로 몰아가고 있는데, 
여기에는 아무런 새로운 사료가 없습니다.

백범의 반공주의와 남북협상은 제가 국민학교 다닐때 교과서에 실려있었을
만큼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황강사는 거기에 자신의 `해석'을 첨가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해석을 뜯어보니 `반공주의자는 공산당과 협상해서는
안된다 ( = 공산당과 협상하는 놈은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놈)'이라는
냉전적 논리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냉전적 논리마저 끌어다가 애써 김구의 남북협상을
모순적인 정치전략으로 규정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황강사의 글은 순전히 자신의 해석에 근거했을 뿐, 새로이 밝혀진 객관적 
사실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가 비판에서 성역이 될 필요는 없겠죠?

앞글에서 밝혔듯이 저도 김구가 완전한 인간이었다고는 생각지도 않고,
김구와 상해 임정만이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는 식의 역사해석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독립운동 당시에도 김구를 중심으로한 우파가 
좌파 독립운동가들이나 다른 무장독립세력과 극도의 분열상을 보인
사실에 대한 비판도 이미 접한바 있습니다. 당연히 김구가 비판해선
안되는 성역일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김구가 확고한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독립운동과 해방후 정치행동을 했다고 생각하며, 아직 거기에 대해
반대되는 합리적인 반론을 보지 못했습니다. 

어떤 사람의 정치적 입장을 비판하는 것과, 그사람의 행동을 모순과
정치전략(그사람의 정치관과 모순되는..)으로 규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황강사의 글은 김구의 민족주의 반공주의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김구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민족주의자 반공주의자로서의 위치를 저버렸다는
요지를 견지한 것이고, 그 논거가 냉전적 사고방식이므로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에 반론한 것입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강대국이 되길 바라지 않으며 문화적으로 세계를 
>이끌어가는 국가가 되길 바란다. 백범이 했다는 참으로 멋진 말입니다.
>혹시 어디서 인용되었는지 아시는 분 있나요? 

자신은 별로 없지만, 그 글도 `나의 소원'에서 나왔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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