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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김 태하 )
날 짜 (Date): 2002년 5월 19일 일요일 오후 07시 00분 11초
제 목(Title): 정재승/ 수학이 '취미'인 세상을 위하여 


출처: 한겨레21

수학이 ‘취미’인 세상을 위하여

정재승의 과학으로 세상읽기 


 
일러스트레이션/ 차승미
얼마 전 재미있으면서 독특한 책 한권을 읽었다. 김정희씨가 쓴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이야기>라는 책이다. 먼저 이 책이 이목을 끄는 것은 지은이의 
약력이다. 수학을 전공한 학자가 아니라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뒤 신춘문예에 
당선된 소설가가 수학책을 쓴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의 주장이다. 
지은이 김정희씨는 다양한 취미생활을 한다고 한다. 영화를 즐겨 보고 한때 
피아노와 바이올린에 빠지기도 했으며 외국어에 열중하기도 했단다. 김씨의 
수십 가지 취미목록 중 하나가 바로 수학이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그다지 수학에 재미를 못 붙였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수학문제를 풀 때 
더없이 집중하는 자신을 발견한 뒤 취미를 붙이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이 
책에서 우리도 수학을 취미삼아 공부하자고 주장한다. 입시를 위해 공부하는 
수학이 아니라 공식을 증명하고 문제를 풀면서 느낀 재미 자체를 즐기는 
‘아마추어 수학자’가 되자는 것이다. 

요즘 우리가 배우는 수학교과서에는(또는 교과서보다 더 많이 본다는 그 유명한 
‘정석’ 시리즈에는) 글은 거의 없고 오로지 공식을 적용해 수식을 푸는 
문제만 가득하다. 다양한 이차함수 문제들이 줄을 잇지만, 이차함수 문제를 
우리가 왜 풀어야 하는지를 말해주진 않는다. 미적분은 나중에 어디다 써먹어야 
하는지, 수열은 어떻게 탄생하였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아니 가르칠 
필요도, 그럴 시간도 없다. 

y=ax2라는 ‘포물선의 식’을 열심히 풀지만, 무당벌레가 높은 데서 떨어져도 
멀쩡한 것은 등이 포물선 모양이라 충격을 분산시키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사람은 없다. 공중에 떠다니는 전파가 어떤 방향에서 오더라도 접시 
안에 반사되어 하나의 초점에 모이기 위해서는 안테나가 포물선 모양이어야 
하며,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파라볼라(parabola·포물선) 안테나’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교과서는 없다. 

과학자들이 꿈꾸는 세상은 과학문화가 널리 퍼진 사회다. 과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일반화된 사회, 자연과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진지한 학문적 열정이 
충만한 사회가 되기를 우리는 바란다. 

사람들이 수학을 싫어하고 물리학을 어려워하는 데는 상당 부분 그것을 
가르치는 교육시스템에 책임이 있다. 수학과 물리학을 재미있어 하는 학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재미의 실체를 좀더 깊이 파헤쳐보면 대개의 경우 
허망하다. 그것은 수학과 물리학이라는 학문이 주는 즐거움이 아니라 
숫자놀음이 주는 잔재미나 공식풀이에 능한 자신을 발견하고 느끼는 자아도취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수학의 재미와 과학의 호기심을 즐길 
소중한 기회를 따분한 교과서와 지루한 수업에 빼앗긴다. 이런 사회에선 
바이올린을 배우듯 수학을 배우고, 에어로빅을 하듯 수학문제를 푸는 아마추어 
수학자가 나오기는 힘들다. 

지하철에서 스포츠 신문을 보듯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읽는 사회, 
<물리학자들>이라는 연극을 보기 위해 대학로 마로니에 티켓박스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사회.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기 위해 30년째 자기만의 
수학 노트를 채우는 사람들이 있는 사회. 나는 ‘정보기술(IT)이 풍요로운 
미래를 약속하는 과학강국’이 아니라 과학이 살갑게 다가오는 이런 사회에 
살고 싶다.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jsjeong@complex.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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