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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김 태하 )
날 짜 (Date): 2002년 4월 28일 일요일 오후 04시 54분 52초
제 목(Title): 조철수/ 용과 서역


출처: 이머지

20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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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   우리 고대문화의 원형을 찾아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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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龍과 西域 
 
조철수  
 
 
 


한 민족의 고대 문화원형을 찾아보려는 작업은 신화, 예술, 민속놀이, 민담 
등을 비교분석하고 이해하는 데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민족의 
창세/개벽/개국 신화에서 민족 정신/의식/문화의 전통을 찾을 수 있다. 민족의 
역사적 경험에서 그 민족의 창세/개국 신화의 역동성은 삶의 방향을 제시하며 
문제 해결 방법의 실마리를 말해준다. 

龍虎 

단군 신화에서 곰이 熊女가 된 것처럼 호랑이의 실체를 虎女로 상정하고 그녀를 
단군의 乳母로 설정하면, 호랑이는 단군/조선의 수호신이 된다. 三國志 
魏志위지 東夷傳동이전에 "濊예 사람들은 항상 시월이면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이때 밤낮으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으며 이 날을 舞天무천이라고 
이름지었다. 그리고 호랑이를 神으로 모셔 제사지냈다"고 기술한다. 단군 
자신이 아사달에 은거하여 山神이 되었으므로 '단군 산신'은 호랑이/虎女와 
함께 조선을 지켜주는 來世의 수호신들이다. 한국의 고대 문화에 호랑이는 
수호신으로  邪벽사의 기능을 한다. 왕들의 陵墓능묘를 수호하고 잡귀를 
막아주는 石虎석호가 그 대표적이다. (고려와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석호는 
흔하다.) 단군은 조선 왕국의 始祖이며 왕권 儀禮의 시작이다. 단군 신화를 
한민족사의 시작으로 놓는 것은 조선 왕권의 수호신으로서 악한 외세의 수탈을 
물리쳐달라는 祈願에서 이해할 수 있다(적어도 고려말의 상황에서는 그렇다). 

곰/곰바위/칠성바위가 웅녀와 連類연류되는 祈子信仰기자신앙을 말한다면, 
호랑이/산신도/石虎는 수호/ 邪벽사 신앙을 뜻한다. 따라서 대문이나 창에 
붙어있는 '虎' 字는 집안을 보호하고 귀신의 접근을 막아주는 이러한 
상징체계에서 이해된다. 일종의 부적Amulet이다. 우리 조상들은 전통적으로 
정초에 龍虎의 두 字를 대문에 각각 붙여놓았다. 虎가 수호의 역할을 하듯이 
龍도 같은 기능을 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한국 고대 신화의 龍 

한국의 고대 문화/문헌에서 龍은 매우 이른 시기를 이야기하는 신화에 나온다. 
신라의 시조 혁거세에 관한 이야기에 혁거세는 붉은 알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아내가 된 여인은 鷄龍계룡의 왼쪽 갈비에서 태어났다. 계룡은 닭의 얼굴 
모습을 닮은 용일 것이다. 그래서 그 여자아이는 얼굴과 모습이 매우 고왔으나 
입은 닭의 부리와 같았다. 북천에 가서 목욕을 시키자 부리가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혁거세의 아들 남해왕의 사위가 된 탈해도 용과 관련된 인물이다. 탈해는 
龍城國의 왕비가 칠 년만에 낳은 알에서 태어난 자식이다. 그가 알로 태어나자 
그것을 궤 속에 담아 노비와 함께 배에 실었는데 홀연히 赤龍이 나타나 배를 
호위하여 가락국까지 온 것이다. 

고구려의 시조 주몽에 관한 신화에서 용과 관련되어 전개되는 이야기는 
해모수가 五龍車오룡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河伯하백의 딸 柳花유화를 만나 
오룡거에 그녀를 태우고 海宮에 내려갔다가 술에 취한 해모수와 유화를 
오룡거에 다시 태워 올라가게 하는 단락이다. 그 수레가 물 밖으로 나가기 
직전에 해모수는 술에서 깨어 홀연히 놀라 일어나 유화의 황금비녀로 가죽을 
뚫고 구멍으로 나와서 홀로 붉은 하늘을 타고 올라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후 유화는 햇빛을 받아 알을 낳고, 알에서 태어난 아들이 주몽이다. 
廣開土好太王碑광개토호태왕비(414년)의 기록에 고구려의 시조 추모왕(주몽)은 
도읍을 세우고 나라를 다스리다가 "세상의 자리에 있는 것을 즐겁게 여기지 
않자, (하늘에서) 황룡을 보내어 내려가 왕을 맞이해 오게 하였다. 왕이 홀본 
동쪽 언덕에서 황룡의 머리를 밟고 승천하였다"고 전한다. 이러한 고대 
건국신화의 시조와 관련된 이야기에 용이 큰 몫을 차지한다. 

한국의 고대 문화권에 용은 대체로 좋은 일과 관련되어 있다. 문무왕이 죽어서 
동해 바다의 용이 되어 나라의 수호신이 되었다는 영웅담에서 알 수 있듯이 
용은 왕권의 상징으로 자리잡는다. 헌강대왕이 개운포에 놀러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문득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여 길을 잃게 되어 알아보니 동해 용왕의 
조화라고 하여 그 용을 위해서 절을 짓게 하였다. 동해 용왕은 자기 일곱 
아들을 데리고 왕 앞에 나타나 춤을 추고 왕을 찬양하며 아들 處容처용을 
왕에게 보낸다. 처용은 (탈해처럼) 용왕의 아들로 왕의 정사를 돌보는 관리가 
되어 疫神역신을 달래주고 막아주는 힘을 발휘한다. 이래서 나라 사람들은 
처용의 형상을 문에 붙여서 邪鬼사귀를 물리치게 하는 전승을 가지게 되었다. 
처용은 분명히  邪벽사의 힘을 보여주는 용의 얼굴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전설/신화는 불교의 영향으로 상당히 개작된 부분을 읽을 수 있으며, 
특히 불교 설화에 부처가 용들을 설법으로 교화하여 용들은 불법을 보호하는 
護法神/護國神이 되었다는 전승이 한국 문화에 뿌리를 깊이 내렸다. (黃龍寺, 
九龍寺, 龍門寺, 龍山里, 龍井里, 龍頭山 등 龍 字가 들어간 이름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만 생각해보아도 알만하다.) 

신라 성덕왕 때 수로부인의 이야기에서는 바다의 용이 수로부인을 끌고 
바닷속으로 데려갔다가 돌려보냈다. 돌아온 부인은 용궁에서 본 것을 이렇게 
말한다. "七寶로 장식된 궁전에, 음식은 달고 향기로운 것이 인간의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부인의 몸에서 기이한 향기가 풍겼는데 세상에서 
맡아보지 못한 향기였다고 말한다. 수로부인은 용궁 여행을 하고 돌아온 
셈이다. 심청 이야기에서는 심청이가 아버지를 위한 돈을 갚아주기 위해 
바닷속에 빠져 용왕의 아내가 되고 훗날 심봉사를 찾아내기 위해 세상에 올라와 
잔치를 베푼다. 이 이야기도 용궁 여행을 소재로 한 것이다. 고대 근동 신화와 
비교하면 용궁여행은 저승/천상 여행과 같은 범주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혁거세나 탈해 이야기에서 용은 울긋불긋한 남방계 배를 타고 한반도 남해안 
지역을 왕래하는 서역 문물과 연관된다. (닭의 원산지는 인도 쪽이다.) 

불교의 전래와 함께 많은 서역의 문물이 유입되어 한국의 고대 문화/신화에 
새로운 각색이 이루어졌지만, 가능한 이른 시기의 고대 문화의 원형을 찾아보고 
고대 근동 문화와 비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탈해가 西域에서 배를 타고 
가락국에 들어온 무역상인 것 같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가야국의 시조 
김수로왕도 아유타國에서 데려온 공주를 그의 아내로 택했던 점은 남해안 지역 
고대 국가의 건국 신화에 배를 타고 온 외국인들과 혼인하는 공통된 神話素가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화의 상징적 매개체가 
울긋불긋한 바다의 용임을 알 수 있다. 적어도 그들이 타고 들어온 배에 그렇게 
그려졌을 것이다. 보다 중요한 점은 고대 건국 신화를 서술하는 민족사가들의 
역사의식이다. 이들은 한반도의 고대 문화와 서역 사이에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을 강하게 드러낸다. 그것을 드러내는 열쇠가 용이다. 

바다의 용이 가장 이른 시기에 형상화된 모습은 신라 중기 때 것으로 보이는 
울산 천전리 암각화에 나오는 〈네 발이 길고 뿔이 달린 용〉을 말할 수 있다. 
네 발 달린 용의 기원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문화권에서 찾아진다. 울산 
천전리 암각화에 나오는 용은 기원전 6세기초에 완성된 바빌론의 성문 벽면에 
채색된 구운 벽돌로 새겨 만든 용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본지 2001년 1월호 
175쪽의 그림 참조).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화에서의 용을 찾아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만 유럽과 동양에 전승된 용의 특성과 모습을 알 수 있다. 용의 
기원은 적어도 기원전 20세기 이전에 형성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화에서 
찾아진다. 


默示錄의 용 

 
바빌론의 성문 벽면에 채색된 흙벽돌로 새겨진 황소, 용, 사자의 모습. 가운데 
벽면의 상단과 중단, 하단에 그려진 것이 황소이며 그 사이에 용이 나온다. 
오른 편 벽면 아래에 새겨진 것이 사자이다. 사자는 하늘의 여신 
이쉬타르(Ishtar)를 상징하며 황소는 마르둑을 뜻하고, 용은 마르둑이 싸워 
이긴 승리를 드러낸다. 황소가 위아래로 있고 그 사이에 용을 세운 것도 
의도적이다.  
기원전 20∼15세기경에 고정된 (혹은 原形이 된) 고대 근동 문화권의 창세 
신화는 善한 神(들)이 惡한 神(들)을 힘과 꾀로 물리치고 세상의 질서를 
세웠다고 설명한다. 가장 대표적이고 고대 근동의 정형이 된 창세 신화는 
바빌로니아 창조 서사시 '에누마 엘리쉬'이다. 이 신화는 매년 신년행사에 
대사제가 낭송하며 바빌론이 세상의 중심지라고 선전하는 민족 서사시이다. 
바빌로니아의 최고신 '태양신의 송아지/황소' 마르둑이 어둠의 세력을 대변하는 
바다의 괴물들과 싸워 이기고 세상을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바다의 
괴물들은 사나운 용과 괴기한 뱀들로 표상된다. 바빌로니아의 창세 서사시는 그 
주변 민족들에게 전해졌으며 고대 이스라엘, 그리스 등 후대 민족들의 창세 
신화에서도 그 전승을 읽을 수 있다. 

기원전 5세기경부터 고대 근동 지역에 默示문학이 유행하였다. 묵시문학은 
현자나 예언자들의 천상 여행을 이야기하며 천상의 왕국이 지상에 곧 
이루어지는 묵시를 말한다. 묵시문학의 미래(來世) 세계관도 고대 근동의 창세 
신화처럼 빛의 神이 어둠의 神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세상을 이룩하는 구도를 
설파한다. 따라서 빛의 자식들이 어둠의 자식들을 몰아내고 신세계를 실현하는 
전쟁에 관한 책이 만들어졌다. 

기원전 2세기경 예루살렘의 유대인 사회에서는 비리와 불의에 가득 찬 유대교 
사제들의 기득권층에 불만을 품고 새로운 사회를 구현하려는 믿음의 선각자들이 
이러한 묵시사조에 편승하여 새 계약의 공동체를 이루었다. 특히 이 공동체는 
마지막 날이 곧 와서 하느님의 최후 심판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구원을 받기 
위해 모두 회개하고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며 마지막 날에 올 메시아를 
기다리자는 내세적 공동체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소유 재산을 공동체에 
헌납하고 居留地거류지를 형성하여 함께 식사하고 기도하며 성서를 공부하는 
공동체였다. 그들은 스스로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무리라고 자랑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이 내릴 것을 확신했다. 

자신들을 빛의 자식들이라고 칭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둠의 자식들이라고 
미워했다. 그들은 악마가 지배하는 시대에 살면서 그들과 대항하여 싸워 이겨서 
빛의 자식들이 구원된다고 믿었다. 이 공동체를 엣세네Essene라고 불렀다. 
엣세네 현자들은 〈빛의 자식들과 어둠의 자식들의 전쟁에 관한 규례〉라는 
책을 만들어 전쟁 준비를 했다. 이 규례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이것은 
어둠의 자식들인 벨리알(악마)의 군대와 그에 동조하는 민족들의 운명을 
가름하기 위해 빛의 자식들이 겪는 첫 번째 전쟁 용사들의 규례이다. … 
키팀(악마)의 지배가 끝나고 사악한 자는 굴복한다. 남은 자가 없으며 모든 
어둠의 자식들에게 도망갈 길은 없다. 正義의 빛이 세상의 모든 끝에 빛날 
것이며, 어둠의 모든 기간이 끝날 때까지 와서 빛날 것이다. 하느님의 시대에 
그의 위대함이 빛의 모든 자식들의 안녕과 축복, 영광과 행복 그리고 긴 生에 
영원히 빛날 것이다." 마지막 날에 메시아가 와서 어둠의 자식들을 모두 
몰아내고 新天地가 이루어진다는 묵시론이다. 

초대 교회가 이러한 공동체와 유사하며 그리스-로마의 역사를 바꾸게 한 
기독교의 기원이 이와 같은 묵시사조에 있었다. 초대 교회의 문헌 가운데 
〈요한 묵시록〉에서 묵시문학의 대표적인 빛과 어둠의 전쟁 신화소를 읽을 수 
있다. 빛은 그리스도/메시아를 가리키며 어둠은 악한 세력의 우두머리 사탄을 
가리킨다. 빛을 상징하는 메시아는 태양신으로 표상된다. 로마 세계에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듣는 이에게 로마의 최고신인 태양신이 그리스도라는 논리는 쉽게 
이해되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탄생일은 동짓날이고,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나타나 예수(구원자)를 잉태할 것이라고 알려주는 날은 춘분이다. 
초대 교회의 벽화에도 그리스도의 머리 주변이 태양신처럼 환하게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에 어둠의 우두머리 사탄은 '바다 용'으로 형상화된다. "보라, 
커다란 붉은 용이다. 그는 일곱 개의 머리와 열 개의 뿔을 가졌고 그 머리들 
위에는 일곱 왕관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꼬리가 하늘의 별 삼분의 일을 휩쓸어 그것들을 땅으로 내던졌다. 
… 그때 하늘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이 용과 싸웠다. … 
그 커다란 용은 아주 오래된 뱀으로서 악마 혹은 사탄이라고 불린다. … 용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며 예수를 위한 증언을 간직하고 있는 자들과 싸우려고 
떠나가서 바닷가 모래 위에 자리잡았다"(요한묵시록 12장). 붉은 용이 하늘에서 
천사들과 싸우다가 당해낼 수 없어 땅으로 떨어진 것이며, 바닷가에 자리잡고 
바다에서 올라오는 바다 괴물과 땅에서 올라오는 뿔 달린 괴물과 한 패를 
이루어 예수를 증언하는 '빛의 자식들'과 전쟁을 준비한다. 이러한 전쟁신화의 
신화소는 기원전 2세기부터 서기 2∼3세기까지 잘 읽히는 묵시문학 작품의 
소재였다. 거대한 용이 세상을 지배하는 악한 세력의 우두머리로 등장하는 
것이다. 


創世神話의 龍 

이러한 묵시문학 전통은 고대 바빌로니아의 창조 서사시 에누마 엘리쉬에서 그 
기원을 찾아 볼 수 있으며, 그 전승이 마지막 날을 이야기하는 묵시록으로 
이어진다. 바빌로니아의 창조 서사시와 요한묵시록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구원자가 나서서 사나운 용/바다의 괴물을 물리치는 주제이다. 
에누마 엘리쉬에서 '태양신의 송아지/황소' 마르둑이 '바다의 용' 티야마트 및 
그녀의 패거리와 한판 승부를 겨루는 장면을 읽어본다. 에누마 엘리쉬는 아래와 
같이 시작한다. 

위에 하늘이 이름 지어지지 않았고, 
밑에 마른땅이 이름으로 불려지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그들(신들)의 아버지 압수(지하수)와 
그들 모두를 낳을 모체(母體) 티야마트(바다)는1) 
자기네들의 물을 하나로 섞고 있었다. 

이곳은 유프라테스 강 하류의 삼각주 지역을 가리키며 강물이 넘치는 강둑에 
침적토가 쌓이면서 처음으로 '沈泥침니' 같은 神들이 생겨났고, 다음으로 
'수평선'(안샤르)과 '지평선'(키샤르)이 만들어졌다. 그들은 그들의 모습으로 
'하늘 신'과 '지하수 신' 등 자식들을 낳았다. 자식 神들은 '바다의 용' 
티야마트를 괴롭혀 그녀의 뱃속을 엉키게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에게 
관대했다. 얼마 후 지하수 신에게서 용사 중에 용사인 마르둑이 태어났다. 
마르둑에 관하여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의 아버지 에아가 그를 만들어 내었다. 
그의 어머니 담키나가 그를 낳았다. 
그는 여신들의 젖을 빨았다. 
그를 기른 유모는 그에게 위엄을 채워주었다. 
그 모습은 찬란했고 그의 눈매는 불길 같았다. 
태어났을 때부터 용사였고 처음부터 용감했다. 

(구원자 마르둑에게 유모가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볼 수 있다. 단군의 생모는 
웅녀이고 그를 산신이 될 수 있게 기른 공덕은 유모인 호녀에게 있을 것이라고 
상정하는 신화소는 여기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마르둑의 모습은 재간 있게 만들어져서 누구도 알 수 없었으며, 생각할 수도 
없고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눈이 네 개이며 귀가 네 개였다. 그의 입술이 
움직일 때 불길이 타올랐다. 귀가 매우 커서 네 배로 감지하고, 눈도 
마찬가지로 모든 것들을 감찰했다. 하늘 신은 용맹스러운 그의 손자 마르둑에게 
바람개비 노리개를 만들어 주었으며, 마르둑은 그것을 손에 쥐고 불어 흙먼지를 
일으켜 폭풍과 파도를 일게 하였다. 티야마트(바다)는 흔들렸다. 밤낮으로 
바다의 용 티야마트는 시달리고 신들이 분노를 금치 못하자 그녀는 마침내 악한 
계획을 세운다. 

모든 것을 만드는 어머니 후부르는2)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무기를 만들고 괴기한 뱀들을 낳아 
날카로운 이빨, (누구도) 불쌍히 여기지 않는 엄니를 더했다. 
그녀는 그것들의 몸에 피 대신 독을 채웠다. 
사나운 龍들에게 무서운 광채를 씌웠다. 
신들처럼 후광이 빛나게 하였다. 
"그들을 본 자는 두려워 사라질 것이며 
몸으로 덤벼들면 가슴을 돌리지 못한다." 
그녀는 뱀들과 용들과 라하무(털 많은 용사),3) 
괴기한 獅子와 험악한 개와 전갈 용사, 
힘센 귀신들과 물고기 용사와 황소 용사를 세웠다. 
그들은 잔인한 무기를 지니고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녀의 명령은 절대적이어서 누구도 반대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녀는 이처럼 열 하나(의 괴물들)를 만들었다. 

티야마트는 이처럼 무시무시한 뱀들과 괴물들을 만들어 그녀와 함께 전장에 
나설 준비를 한다. 이들 열 한 명의 전사들은 밤하늘의 별자리와도 일치한다. 
뱀 별자리(히드라), 사자 별자리, 개 별자리, 전갈 별자리, 황소 별자리 등. 
(요한계시록에 붉은 용이 그의 꼬리로 하늘의 별 삼분의 일을 휩쓸어 땅에 
떨어뜨렸다는 내용과 비교해도 알 수 있다.) (서기 2세기에 활동한 
알렉산드리아의 천문학자 프톨레미에 의하면 용 별자리는 12궁 별자리를 모두 
지나간다.) 

사나운 용의 악한 계획(즉 세상의 신들을 모두 밀어버리겠다는 협박)에 상대할 
구원자는 '태양신의 아들' 마르둑이다. 힘으로 대항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마르둑은 티야마트와 그들 패거리에게 그의 아버지 지하수 신에게서 받은 졸음 
오는 呪文을 읽으며 바람을 일으킨다. 졸음의 바람이 그들에게 덮치자 [용은 
졸며 하품을 하였다 (이 부분은 원문에 없고 극적 상상력으로 빈칸을 채운 
것이다.)] 마르둑은 그 입안에 화살을 퍼붓는다. 용은 죽고 그 시체를 반으로 
갈라 위 아래로 세워 하늘과 땅을 창조했다는 신화이다. 세상의 창조를 이렇게 
이야기하는 바빌로니아 賢者들은 인류의 구원은 악한 세력과 싸워 이겨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고대 근동 문화를 이어받은 묵시문학에 바다의 
용이 구원자의 원수로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유럽의 전쟁 신화에 사람들을 
괴롭히는 무서운 용에게 대항하여 홀로 싸우러 나서는 용사/영웅의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심지어 오늘날에 만들어지는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여전히 그렇다.) 

일본 신화에 야마다노오로시大岐大蛇 같은 큰 뱀이 쿠니스카미國津神를 
괴롭히는 이야기가 있다. 큰 뱀(大蛇)을 물리치고 惡疫을 퇴치하는 일본 
신화에서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창세/전쟁 신화의 원형이 발견된다. 그러나 
한국의 고대 신화/설화에는 이러한 선과 악의 전쟁이라는 신화 범주가 발달되지 
않았으며, 바다의 용/큰 뱀이 악의 세력으로 등장하여 그들을 물리치고 새 
세상을 구축한다는 시나리오도 아니다. 오히려 바다의 용이 등장하는 한반도의 
고대 개국 신화에서는 용이 주인공들을 도와주는 긍정적인 면을 읽을 수 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화 가운데 위에서 살펴본 창세 신화에 나오는 용이 악의 
세력을 대변하는 것과는 달리,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전개되는 신화에서는 용이 
왕권의 상징이며 또한 부활(내세)의 생명이라는 맥락에서 이해되는 용 신화의 
전승을 볼 수 있다. 

王權의 龍 

 
용을 거느리고 서 있는 마르둑. 기원전 854∼819년에 바빌로니아를 통치했던 
마르둑-자키르-슈미('마르둑이 내 이름을 부른다') 왕의 원통형 인장에 새겨진 
모습. 이 인장은 라피스 라줄리 보석으로 만들어졌으며 길이가 19cm나 되는 큰 
원통형 인장이다. 마르둑의 옷은 아마도 금으로 장식되었을 것이며 겉에 그려진 
3개의 원형 무늬는 왕들의 寶劍에 자주 보이는 문양이다. 신라시대 
미추왕릉에서 출토된 보검(보물 635호)에도 이러한 문양이 나온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화에서 용은 큰 구렁이 같은 뱀을 가리킨다. 수메르語 
'우슘갈'을 용으로 번역하며, '우슘'은 '구렁이'같은 두꺼운 큰 뱀을 가리키고 
'갈'은 '크다'는 뜻이다. '우슘갈'이 왕의 칭호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왕권의 상징어이다. 기원전 18세기초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을 고대 근동의 
최강국으로 만든 함무라비 왕의 칭호에도 '우슘갈'이 사용된다. 함무라비 
법전의 서문에 아래와 같은 문구가 나온다. 

나 함무라비는 엔릴이 선택한 牧者이며, 풍요와 풍부를 가져오는 자, 유능한 
왕이며, 도시 에리둑을 그 자리에 복구한 자, 에압수(압수의 신전)의 정결례를 
깨끗하게 한 자이다. … 태양신에게 복종하는 현자이며… 왕들 중에 
龍(우슘갈)이며, … 원수를 들이받는 사나운 황소이다. … 


이 시기에 마르둑의 제사장들은 마르둑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최고신으로 
올려놓으려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우슘갈이라는 칭호가 가장 잘 사용되었던 인물은 수메르 초기 왕조의 왕인 
양치기 두무지Dumuzi이다. 〈수메르 왕 계보〉의 시작에 두무지가 
바드티비라('티비라의 성벽')의 왕으로 기록되어 있다. (도성국가 바드티비라는 
메소포타미아 남쪽 티그리스 강 하류 지역에 위치했다.) 

왕권이 하늘로부터 내려 온 후 
에리둑에 왕권이 있었다. 
에리둑에 아룰림 왕은 3600x8년 다스렸다. 
아랄갈이 3600x10년 다스렸다. 
2 왕이 3600x10 + 3600x8년을 다스렸다. 
에리둑이 무너지자 
왕권은 바드티비라로 옮겨갔다. 
바드티비라에 엔멘루안나가 3600x10 + 3600x2년 다스렸다. 
엔멘갈안나가 3600x8년 다스렸다. 
양치기 두무지는 3600x10년 다스렸다. 
3왕이 3600x30년 다스렸다. 

〈수메르 왕 계보〉는 기원전 20세기경에 편집되었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오래된 전승에 의존한 것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전통에 도성국가 에리둑이 
첫 번째 도시였고 바드티비라가 그 다음 도성국가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이 
왕들 가운데 신화에도 등장하는 인물이 양치기 두무지이다. (에리둑은 지하수 
신 엔키가 그 도시의 수호신이며, 두무지는 엔키의 아들로 나온다.) 두무지에 
관한 신화는 '하늘의 女主' 인안나와 혼인하여 신들과 어울리는 이야기로 
발전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홍수 신화'에서 그들의 혼인 관계를 볼 수 있다. 

왕권이 하늘로부터 내려온 후, 
왕관과 왕좌가 하늘로부터 내려온 후, 
의례와 고귀한 제의가 다 갖추어졌다. 
도시의 거룩한 곳에 흙벽돌을 쌓았다. 
그 곳에 이름을 주었고, 배급그릇을 나누어주었다.4) 
이 도시 중에 첫째는 에리둑이었고, 
그 곳의 지도자인 누딤무드(엔키)에게 주었다.5) 
둘째로 바드티비라를 왕자와 聖女에게 주었다. 

여기에서 왕자는 두무지이며 聖女는 인안나를 가리킨다. 두무지와 인안나의 
사랑과 이별에 관한 雅歌아가와 哀歌애가는 성혼례라는 종교의례의 역사적 
맥락에서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화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성혼례'에 관하여는 
본지 2001년 3월호 참조). 여신과 혼인한 두무지는 자기 아내의 분노를 사서 
일년에 6개월씩 저승에 살다가 돌아와야 하는 운명이 된다. 두무지는 부활과 
재생의 저승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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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압수(apsu)는 깊은 지하수를 뜻한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파생된 단어 
abyss의 기원을 apsu에서 찾을 수 있다. 티야마트(tiamat)는 바다를 뜻하는 
단어에서 파생된 고유명사이다. 

2) 후부르(Hubur)는 '떠들썩하다'는 뜻으로 저승의 강 이름이다. 
티야마트(바다의 용)가 저승의 강과 연관되는 점을 시사한다. 

3) '라하무'(Lahamu)는 털이 많은 벌거벗은 용사이며 그의 모습의 木像을 신전 
출입구에 세워 놓아 수문장 역할을 했다. 

4) 일한 勞賃으로 곡식과 기름을 크기가 일정한 배급그릇으로 받았다. 

5) 누딤무드는 '창조자'라는 뜻이며 지하수 신 엔키의 칭호이다. 

사랑과 이별 신화의 양치기 

두무지의 운명은 '인안나의 저승여행' 신화의 후반부에서 볼 수 있다. 저승에 
내려갔던 인안나는 저승 신들에게 붙잡혔다가 지하수 신의 도움으로 일어나 
나온다. 그녀를 대신할 '머리 하나'를 보내줄 것을 약속하고 땅 위로 올라와 
대신할 사람을 찾으러 다닌다. 화려하게 옷을 차려입은 그녀의 남편 두무지가 
석류나무 아래에 누워있는 것을 보자 화가 난 그녀는 그를 저승에 데려가라고 
한다. 두무지는 인안나의 오빠 태양신의 도움으로 저승사자들의 눈을 피해 
도망가서 그의 누이의 양조장에 들어가 숨는다. 죽음을 예고하는 파리가 숨은 
곳을 알려주어 결국 그는 붙잡히고 저승으로 끌려간다. 인안나는 두무지와 그의 
누이에게 각각 반년씩 저승에 살다오라고 그들의 운명을 정해 준다. 

물론 이러한 신화가 자연 환경을 배경으로 엮어진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건기와 우기의 구분이 확실하다. 우기가 지나고 5월 
즈음에 여름이 시작되면서 벌판의 초목이 점차 시들어 간다. 양치기들이 
조금이라도 남은 풀을 찾아 벌판을 헤매는 모습이 저승에 끌려가는 이야기로 
불려졌다고 설명할 수 있다. 여름에 양치기들은 마치 저승으로 밀려들어가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한 포도주를 만들어 그 통들을 지하 창고에 보관하는 
작업은 겨울에 시작한다. 그러나 〈인안나의 저승 여행〉 신화가 영원한 계절적 
반복을 이야기하는 일반적인 신화와 다른 면은, 두무지가 저승사자들에게서 
도망 다니며 들판의 할머니 집에 숨었을 때 그녀에게 호소하는 장면에서 읽을 
수 있다. "할머니, 나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여신의 남편입니다." 사람 
두무지와 여신 인안나의 신화는 매년 新年에 도시의 통치자와 여사제가 
거행하는 성혼례에서 불려지는 아가와 애가이다. 

두무지의 부활/재생의 전승이 고대 근동 문화의 큰 신화소 가운데 하나이다. 
두무지는 바빌로니아 언어로 '탐무즈'라고 부르며 6∼7월에 걸리는 달[月]을 
'탐무즈 달'이라고 한다. 이 달은 망자들을 위해 哭하는 달로 알려졌으며,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서도 그 전승을 읽을 수 있다. 기원전 6세기 중반에 활동한 
예언자 에스겔이 천상 여행을 하며 본 幻視환시 가운데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하느님께서 나를 하느님의 성전 북쪽에 있는 대문에 데려왔다. 거기에 
여인들이 앉아서 탐무즈를 위해 哭하고 있었다."(에스겔서 8:14). 

대추야자나무 

두무지의 운명을 이야기하는 哀歌에 아래와 같은 가사가 나온다. 

그녀의 보증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저승에 [그를 넘겨주었다.] 
우슘갈안나의 아내는 그를 살리지 않고 
그녀의 보증으로 그를 넘겨주었다. 
두무지는 '기쁨의 성소'에서 멍에를 짊어졌다. 
가샨키갈라(저승 여신)의 '기쁨의 성소'에서 멍에를 짊어졌다.6) 
음식이 있었으나 먹을 수가 없었다. 그는 멍에를 짊어졌다. 
물이 있었으나 마실 수가 없었다. 그는 멍에를 짊어졌다. 
운명 신이 자리잡고 있는 곳에서 그는 멍에를 짊어졌다. 
문명이 파괴되어 버린 곳에서 그는 멍에를 짊어졌다. 
입술이 피로 범벅이 된 곳에서 그는 멍에를 짊어졌다. 
그 때 그들은 일곱이었다. 그들은 일곱이었다. 
그 때 아라리의 마술사들은 일곱이었다.7) 
그들은 아라리의 마술사들이었으며 그들은 일곱이었다.8) 

우슘갈안나는 두무지의 별명이다. 보다 흔한 그의 칭호는 아마우슘갈안나이다. 
아마-우슘갈-안나는 '대추야자나무 열매'라고 번역한다. 글자 그대로 '아마'는 
'열매'를, '우슘갈'은 '큰 구렁이'를, '안나'는 '하늘의, 높은'을 뜻한다. 
우슘갈안나는 '대추야자나무'라고 번역하는데, 대추야자나무가 마치 큰 
구렁이가 하늘로 향해 서 있는 모습 같아서 그렇게 불렀다고 상상할 수 있다. 
두무지를 '대추야자나무 열매'라고 부르는 이유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양치기들이 대추야자나무 열매를 늘 가지고 다니며 먹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대추야자나무 열매는 상징적으로 풍요를 뜻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혼인 예절에 신랑의 친구들이 혼인 선물로 곡물과 꿀과 버터, 
물고기, 새 등과 함께 대추야자나무 열매를 단지에 담아 들고 신부의 집에 
찾아오는 풍속이 있었다. 
인안나를 뜻하는 상형문자가 갈대로 엮은 집(창고)의 기둥인 것처럼 인안나는 
곡식 창고를 상징하며 두무지는 곡식창고를 채우는 공급자로 그 상징이 
대추야자나무 열매(아마우슘갈안나)이다. (메소포타미아 남쪽 지역에서 
대추야자나무는 강가에 자라며, 대추야자나무 열매는 말려서 즐겨 먹는다. 
지금도 그렇다. 때로는 비상 식량으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두무지의 별명 
우슘갈안나는 대추야자나무라고 말할 수도 있고, 때로는 글자 그대로 '하늘의 
용'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두무지를 '우슘갈'이라고도 불렀다. 아래에 
번역한 성혼례 雅歌 〈인안나와 두무지의 만남〉에서 우슘갈안나가 '황소'와 
竝行하는 것을 보아도 우슘갈안나가 '하늘의 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칭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숙녀이다. 나는 어제부터 동 틀 때까지 놀았다. 
나는 인안나이다. 나는 어제부터 동 틀 때까지 놀았다. 
동 틀 때까지 놀며 춤추었다. 
밤새며 동 틀 때까지 노래했다. 
그와 마주쳤다. 그와 마주쳤다. 
하늘 신의 친구인 貴人과 마주쳤다. 
귀인은 다가와 그의 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우슘갈안나는 내 목을 껴안았다. 
'왜 그러십니까? 황소여, 나를 놓아주세요. 
우리 집에 가야됩니다.' 


강물에 빠져 저승에 간 양치기 

인안나와 두무지의 이별 신화에서 두무지는 강물에 빠져 저승으로 간다. 
〈강물에 빠져 저승에 간 양치기〉 哀歌에서 그 내용을 읽어본다. 두무지는 
양떼를 몰고 목초지를 찾아 마을을 떠났다. 돌아와야 할 때에 돌아오지 않는 
두무지를 기다리는 그의 어머니와 누이, 그리고 그의 아내 인안나도 강가에 서 
있다. 저승에서 두무지를 잡아가려고 올라온 저승사자들은 두무지의 양 우리에 
들어와 우유 통을 엎어버리고 양 우리를 부수어 버렸다. 저승사자들은 잠들어 
있던 두무지를 깨워 붙잡았다. 그는 태양신에게 자기를 山羊으로 변신시켜 
살려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자, 그의 몸은 산양으로 변하여 
저승사자들로부터 도망할 수 있었다. 두무지는 그들을 피하여 벌판의 강가로 
왔다. 그 사이에 그들은 두무지를 찾아 벌판을 헤매고 있다. 두무지는 옷을 
벗어 던지고 헤엄쳐 강을 건너간다. 강 건너에서 그의 어머니와 누이는 
허우적거리는 두무지를 보고 불쌍히 여긴다. 그때 그의 아내 인안나가 
두무지에게 폭풍우처럼 소리지르자, 정말로 폭풍우가 몰아쳐 거센 물살에 밀려 
두무지는 저승으로 내려갔다. 

그가 그의 어머니 두투르의 무릎에 건져달라고 허우적거리자 
자비로운 어머니, 그의 어머니 두투르는 그를 불쌍히 여기었다. 
그의 누이의 무릎에, 그의 누이는 그를 불쌍히 여기었다. 
그의 새색시 인안나의 무릎에 건져달라고 허우적거리자 
인안나는 머리를 뒤흔드는 폭풍우처럼 그를 향해 소리질렀다. 
하늘이 폭풍우로 찼다. 땅이 폭풍우로 찼다. 
(4행은 부서져 없음) 
우루크의 벽돌… 
에무쉬 들판의 큰 연못가 석류나무 있는9) 
그 곳에서 배를 삼키는 물살이 젊은이를 저승으로 빠뜨렸다. 
배를 삼키는 물살이 인안나의 남편을 저승으로 빠뜨렸다. 
그는 음식이 아닌 음식을 먹으며 
물이 아닌 물을 마시고 있다. 
그는 소 우리가 아닌 소 우리를 지으며 
양의 헛간이 아닌 울타리를 엮고 있다. 
갈대 창이 없는 저승사자들이 그의 옆에 붙어 있었다.10) 


인안나와 두무지의 哀歌 

'대추야자나무' 두무지가 강물에 휩쓸려 저승에 내려가는 모습은 마치 
대추야자나무가 회오리바람에 휩싸여 뿌리 채 뽑혀 강물에 떠내려가는 광경으로 
상상할 수 있다. 큰 나무가 뿌리 채 뽑혀 유프라테스 강에 떠내려가는 장면은 
때때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길가메쉬와 엔키두의 저승 여행〉 신화에 
이러한 광경이 나온다. 

그때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훌루푸 나무 한 그루였다. 나무 한 
그루였다.11) 
거룩한 유프라테스 강변에 심어 있었다. 
유프라테스 강물을 마시고 있었다. 
남풍이 불어 뿌리를 뽑아버리고 가지를 부러뜨렸다. 
유프라테스 강물에 휩쓸려 내려갔다. 

인안나가 이 나무를 건져다가 정원에 심고 정성껏 가꾸었다. 훗날 길가메쉬가 
이 나무로 의자와 침대를 만들어 그녀에게 선물했다. 
바드티비라의 양치기 왕 두무지는 저승에 내려가 저승의 감독관으로 저승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돌보아 주는 일을 한다. 계절적으로 저승의 善神이 되어 
저승의 수호신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도 큰 구렁이 모습의 용이 강물과 깊은 
관련이 생기게 된 것은, 강변에 심어진 대추야자나무가 남풍에 뿌리가 뽑혀 
강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자주 접할 수 있는 자연 환경에서 생긴 신화라고 
설명할 수 있다. 유프라테스 강에 뿌리채 뽑혀 떠내려가는 
대추야자나무(우슘갈안나)의 모습이 그림에 보이는 '큰 뱀/용'(우슘갈)의 
모습으로 형상화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용의 모습이 그림으로 나타나는 것은 적어도 
기원전 25세기경의 원통형 인장이며 인류가 이야기하는 용 신화의 원형과 용 
모습의 기원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화권에서 찾아진다. 그리고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화에서 용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하나는 창세/전쟁 신화에 
등장하는 '바다의 큰 뱀/용'으로 악한 세력의 우두머리를 가리키며 구원자와 
대적하는 원수로 나타난다. 다른 하나는 양치기 왕 두무지의 상징으로 풍요와 
계절적 부활을 뜻하며 저승의 수호신 역할을 한다. 

西域의 龍 

두무지(우슘갈안나 '하늘의 용/대추야자나무')와 인안나의 신화에서 용에 관한 
신화소 몇 가지를 가려낼 수 있다. 그들의 혼인 관계, 그들의 사랑과 이별, 
강물에 빠지는 이야기, 폭풍우, 저승 여행, 저승의 신/감독관 등이다. 한반도의 
고대 신화에서 나오는 용과 비교해 보면, 혁거세와 계룡 사이에서 태어난 
알영의 혼인 관계, 용성국에서 쫓겨온 탈해가 남해왕의 딸과 혼인하는 이야기, 
용의 아들 처용과 그 아내 이야기, 수로부인을 용이 데려갔다가 돌려준 이야기, 
해모수와 河伯(강물)의 딸 사이에 사랑과 이별 이야기, 심청과 용왕의 혼인 
등의 고대 신화에서 용은 특히 사랑과 이별을 소재로 엮어진다. 또한 문무왕이 
용이 되어 나라의 수호신 역할을 했다는 전설은 두무지가 저승의 감독관이 되어 
착한 사람들의 저승 생활을 돌보았다는 전승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두무지가 
강물에 빠져 저승에 들어갔기 때문에 비와 폭풍우를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의 
보유자로 祈雨祭의 기도 대상이 될 수 있다. 

한반도의 남해안 지역에서 만들어진 고대 개국신화에 나오는 용은 외래 문물의 
유입을 대변해 주며 서역국과 긴밀한 교류가 있었다는 점을 신화소의 
비교분석을 통하여 알아 볼 수 있다. 남해안 지역과 관련된 용은 바다와 강을 
수호하는 神으로, 그리고 북쪽 지역의 환경에서 엮어진 단군신화에 나오는 
호랑이는 산을 수호하는 神으로 한국 고대 문화의 큰 줄기를 이룬다. 남북의 
만남의 광장은 집 대문에 붙여진 龍虎의 두 글자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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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기쁨의 성소'는 저승을 가리킨다. 

7) '아라리'(a-ra-li)는 들판 언덕에 폐허가 된 神堂의 이름으로 저승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아라리에서 亡者를 위한 제사상을 차리고 哭한다. 아라리의 
마술사는 저승사자를 뜻한다. 

8) 일곱 명의 저승사자들이 법석을 떨며 길거리에서 회오리바람을 일으킨다. 
그들은 사거리에서 방황한다. 

9) 에무쉬(곡식 창고)는 바드티비라에 있는 신전 이름이다. 

10) '인안나의 저승 여행' 이야기에 인안나가 저승에서 살아 올라올 때 그녀를 
동반한 저승사자들이 갈대 창처럼 그녀 옆에 꼭 붙어있었다 (294-5행). 

11) '훌루푸'(huluppu) 나무는 메소포타미아의 동쪽 지역에서 이식되었다고 
전하며, 이 나무로 의자나 탁상, 수레 등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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