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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김 태하 )
날 짜 (Date): 2001년 9월 19일 수요일 오후 01시 50분 29초
제 목(Title): 진중권/cheng 지하드와 십자군 전쟁 


출처: 조선일보 독자게시판 


작성자 : 진중권 작성자ID : pierot 조회 : 1054 추천 : 128  작성일 : 
2001-09-19   
 
 [사설]지하드와 십자군 전쟁 
미국은 이번 전쟁을 "성전"이라 불렀다. 테러리스트들 역시 자기들의 행위를 
"성전"이라 부른다. 이렇게 전쟁을 성스럽게 축성하는 자들은 인간의 목숨을 
개미목숨만도 못하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신의 성스러움 앞에서 나머지 것들은 
한갓 미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의가 신성하면 수단은 더러워도 된다. 신성함은 인간의 도덕으로 단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미국은 암살과 테러, 반인권행위자의 이용, 핵무기의 
사용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했다. 왜? 이 전쟁의 성스러움은 수단의 
비열함과 잔인함을 덮어주고도 남을 정도로 무한한 신적 성스러움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한결 결함이 없는 고결한 "성전"이 곧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더러운 전쟁"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더러운 전쟁은 성스러운 전쟁이다. 
이렇게 신적 성스러움 속에서는 논리적 모순도 가볍게 용서가 된다. 핵은 
그야말로 미국의 신이 인류에게 내리는 신적 폭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폭력의 정당성을 묻는 것은 인간에게는 허락이 되지 않는다. 거기에 대해 
판단을 내릴 자는 오직 신,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신의 뜻을 대행한다고 
자처하는 자들뿐이다. 

계약금만 수백억 달러가 드는 전쟁. 왜 굳이 돈을 들여가면서 전쟁을 하려고 
하는 걸까? 테러를 줄이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그것은 돈이 전혀 안 드는 
방법이다. 그것은 미국이 이제 남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진짜로 
신적인 성스러움은 "더러운 전쟁"을 하겠다는 오만함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겸손함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 

............................................. 

"미국은 경청하는 법을 배워라" 

또다른 테러를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 
지난 9월 1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은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항공기 충돌 
테러를 배후조종한 사람들을 응징하는 것에 이견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이 앙갚음을 위한 군사 행동을 단행하기 전에 나는 동료 미국인들에게 
몇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강렬한 분노가 가득한 요즘, 미국 정부가 자제력과 인내심, 분별력을 
발휘하기를 간청한다. 증오는 증오를 낳을 뿐이다. 무차별적인 무력 공습은 
미국을 향한 또다른 테러를 야기시킬 뿐이다. 오사마 빈 라덴의 본거지를 
파괴하고, 그와 그의 추종자를 제거한다 해도 광신자 전부를 몰살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들 중 단 한사람이라도 살아 남는다면 테러리즘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뒤따르는 테러 공격은 단순히 납치된 항공기를 고층 빌딩으로 몰고가는 
것에 그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뉴욕 중심가에서 서류 가방 크기의 핵폭탄을 
터트리는 것 같은 무모한 테러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사람들은 이번 참사가 일어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파악하려 노력해야 
한다. 동포들처럼 나도 이 무자비한 습격에 등골이 오싹해 졌다. 동포들에게 
처럼 나에게도 이 엄청난 불법적인 행위는 아픔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과는 달리 나는 빈 라덴이나 회교도 원리주의자들 같은 
'테러범'들이 왜 그토록 미국을 증오하는지 또한 이해할 수 있다. 

저널리스트인 나는 거의 10년 동안 전세계를 돌아 다녔다. 그러는 동안, 미국에 
살 때 지녔던 생각과 매우 다른 시각들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면, 
미국은 완벽하지 않다, 미국은 자기 정당성에 빠져 있다, 미국은 민주주의를 
역설하지만 외교 문제는 민주적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미국은 스스로를 위해 
동맹국과 적대국을 한결같이 협박한다,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등과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됐다. 

나는 대만에서 태어났고 7살 때 미국으로 이민갔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보통 
미국인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깨닫지 못했을 미국의 가치를 나는 뼈저리게 
주입받았다. 일리노이주, 카본댈에 소재한 제퍼슨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을 
기억한다. 냉전시대의 절정이었던 1970년의 일이다. 학생 모두가 美 성조기를 
향해 충성을 맹세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대만에서 막 도착한 나는 새로운 
조국에 맹세를 할 만한 마음상태가 아니었다. 선생님은 나의 비타협적인 행동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신속히 나에게 다가와, 내 어깨를 움켜 쥐었다. 그리고 
나를 일으켜 세우더니 내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강제로 올려 놓게 했다. 그리고 
나서, 충성의 맹세를 낭송하게 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사회에 
편입되려면 미국에 대한 충성을 매일 아침 공언해야 한다는 것을. 

"미국에 대한 경애"는 내게 너무 깊숙하게 심어져, 아시아에 처음 돌아왔을 때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에 도전할 때마다 내 
조국편에서 맞섰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미국의 관점만으로 세계를 보지 
않는다. 

예를 들면, 작년에 하와이에 주둔해 있는 데니스 블래어(Dennis Blair) 미 
태평양 사령관을 인터뷰 했을 때 그에게 남중국해에 있는 중국 해군 함정이 
증가함에 따라 얼마간의 "공간"을 중국에 나누어 줄 것인지 물었다. 그때 그는 
지역 평화 증진을 위해 실제로 중국과 협력하는 것을 기대해 왔고 앞으로도 
기대할 것이라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후에 나는 내가 서서히 미국의 입장이 
아닌 다른 이들의 자리에서 세계를 보기 시작했음을 알아 차렸다. 

미국에 사는 동안 독립국가의 지위를 얻으려는 팔레스타인의 야심을 최소화할 
절대적인 권리가 미국과 이스라엘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너무나도 오랫동안 이스라엘 이주자들에게 자신들의 땅을 
침해 당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미국이 너무 오랫동안 보수적인 
유대인 정치가들에게 충실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미국 사람들이 알든 모르든 간에, 대다수 회교국 사람들은 미국이 중동을 
지배하는 것에 지쳐 버렸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유하도록 하고, 
미 중앙정보국(CIA)이 권위적인 정부들을 지원하게 하면서, 미 석유 회사가 
경제적 완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비호한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미국의 
이러한 정책이 낳은 직접적인 부산물이다. 회교 국가에 살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의 정부를 미국의 '꼭두각시' 정도로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부가 각각의 국가가 지닌 다양한 입장을 경청할 의지도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아시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중앙정보국은 미국과의 협력에 필요한 몇가지 안내서를 들고 그녀를 찾아갔다. 
중앙정보국은 또한 천수이벤이 대만 총통이 됐을 때도 비슷한 요구를 그에게 
했다. 인도네시아, 태국, 한국, 일본 그리고 거의 모든 아시아 국가에서 같은 
일들이 계속 반복된다. 미국 사람들이 알든지 모르든지, 중앙정보국은 아시아 
정세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중앙정보국은 지도자 모두에게 미국이 이 
지역의 최고 지배자이며 모두가 미국의 규칙을 배우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이러한 전략은 오늘날 미국이 세계 최고의 패권국이 되도록 도와주었다. 그러나 
모든 세상 사람들이 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미국이 더 이상 테러를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미국이 주장한 것들을 
이행하는 대외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미국 사람이나 미국에 동조하는 세력만을 
위한 평등과 민주주의가 아니라, 모든 이들을 위한 평등과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 민주주의란 모든 소수민의 목소리가 평등하게 울리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목소리도 포함된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뉴욕과 워싱턴에서 일어난 불행은 단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ALLEN T. CHENG (ASIA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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