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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김 태하 )
날 짜 (Date): 2001년 9월 17일 월요일 오후 03시 29분 02초
제 목(Title): 손병관/ 팔레스타인에 제2의 마셜플랜을..


출처: 오마이뉴스 

팔레스타인에 '제2의 마셜 플랜'을 
미국은 '절망지대'에 희망을 건설하라 
 
 
손병관 기자 moviecritic@korea.com    
 
  
▲ 조지 C. 마셜 미 국무장관 
미 의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2차 대전후 유럽에 재건 자금을 지원, 53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9.11 테러 대참사'가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난 15일 현재 사망 추정자들의 수는 
계속 늘어가고 미국인들의 테러 배후 조종자와 그 배후세력에 대한 분노도 
증폭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조만간 
테러 세력에 대한 '응징'이 이뤄지겠지만, 희생자들의 유족조차 그것이 문제 
해결의 종언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대다수 미국인들이 '보복'을 지지하는 이 미묘한 시기에 오히려 사태의 
진원지인 팔레스타인에 '제2의 마셜 플랜' 같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역설적으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마셜 플랜의 역사적 교훈'은 
'평화의 진정한 지름길'이라는 울림으로 다가온다. 

작년 12월 21일 미국의 크리스천 모니터지는 역사학 및 정치학 교수 45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미국 정부가 2차 대전 종전 후 추진한 대표적인 
업적들의 순위를 매겼었다. 가장 대표적인 업적은 마셜 플랜이었고, 참정권 
확대, 질병 감소와 공공 편의시설 확대가 뒤를 이었다. 조사 담당자조차 마셜 
플랜이 1위로 꼽힌 데 대해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응답자의 82%가 마셜 
플랜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답했다. 

'가장 성공한 미국의 정책'

그렇다면, 마셜 플랜은 무엇인가? 공식 명칭이 '유럽부흥계획(European 
Recovery Program)'이었던 마셜 플랜은 2차대전 후 서유럽에 대한 미국의 
경제원조계획으로 조지 마셜 국무장관이 47년 6월 5일 하버드대 강연에서 처음 
이 계획을 공표한 후 그의 이름을 땄다. 

5년간의 전화(戰禍)를 당한 유럽은 재정 및 외환 보유고 고갈, 원자재의 
부족으로 총체적 경제난국에 빠져 있었다. 반면, 미국은 방대한 생산능력과 
과잉자본의 배출구가 필요했던 상황에서 48년 4월 3일부터 52년 6월 30일까지 
4년간 약 133억달러의 원조를 서유럽 16개국에 쏟아부었다. 당시의 133억 
달러는 지금 가치로는 1천억 달러가 넘는 거금이었다. 

사실 마셜 플랜의 추진에는 두 가지 배경이 깔려 있었다. 첫째는 1차대전의 
전승국들이 2차대전의 재발에 변변히 대응 못했다는 역사의 교훈이고, 둘째는 
구 소련이 세력을 팽창하는 상황에서 서유럽도 공산화될지 모른다는 미국의 
우려가 짙게 깔려 있었다. 실제 마셜 플랜 자금을 지원받은 
유럽경제협력위원회(CEEC) 소속 16개국 중 10개국과 미국, 캐나다가 합쳐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전쟁을 빙자한 세계초강대국의 보복이 임박한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당시 미국 행정부가 얻은 '1차대전의 교훈'이다. 1차 대전 
당시 전승국들은 승리의 기쁨에 도취한 나머지 독일에 무리한 배상금을 
뜯어내고 무력화(無力化)시키는 것이 전쟁 재발을 막는 길이라고 계산했다. 

그러나 패망한 독일의 위기는 부유한 유태인 자본가들과 빈곤한 독일인의 
차이를 부각시키고, 군수산업 활성화를 통한 재무장을 역설하는 히틀러의 
집권으로 이어졌다. 극우 정권의 부상은 더욱 처참한 세계전쟁을 낳았고, 
2차대전 후에도 유럽은 패전국인 독일(당시 서독), 이탈리아는 물론 영국, 
프랑스 등 전승국조차 재정 및 외환보유고의 고갈, 폐허와 기아에 신음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전후 유럽의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마셜 플랜의 추진으로 유럽경제는 금세 회생하고, 활기를 되찾게 
됐다. 서유럽의 국민 총생산이 첫 2년간 62%나 성장했고, 철강, 기계, 화학 등 
사회 기간 산업 분야도 빠르게 회복됐다. 반소-반공주의를 지지해야 한다는 
단서는 있었지만, 지원금을 받은 서유럽 국가들이 번영을 구가한 반면, 마셜 
플랜에 불참한 구 소련과 그 영향하에 있던 동유럽의 위성국가들이 지금까지도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욱 평가해야 할 대목은 원조금의 10%만이 대출금이었고, 나머지 90%는 
직접보조금이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독일(서독)과 이탈리아에 투여된 
재건비용은 전체 금액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나치즘과 파시즘이 지배한 
나라에서 극우, 극좌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든 데에는 마셜 플랜의 경제적인 
효과가 컸다. 

그렇다고 당시 미국이 풍족한 잉여물자로 생색을 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딘 
애치슨 국무차관이 48년 미국 국민총생산(GNP)의 2%에 해당하는 자금을 쏟는 데 
반발하는 의회를 설득해야 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희생정신과 
근검절약을 요구했고, 유럽에 보낼 물량을 채우기 위해 계란과 닭고기를 덜 
먹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을 보인 마셜 플랜에 대해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은 "역사상 가장 고결한 행동"이라고 극찬했고, 입안자인 마셜 
국무장관은 유럽 회생에 기여한 공적이 인정돼 53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다시 새로운 전쟁이 임박한 지금의 상황을 돌아보면, 대다수가 테러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아랍 테러리스트들의 입지를 줄여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팔레스타인 사태의 해결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등의 양심적인 미국 언론들은 
즉각적인 평화협상의 재개와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를 쪼개는 땅 따먹기 협상이 타결된다 해도 그것이 아랍계 
강경파들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팔레스타인 문제의 가장 큰 
어려움은 팔레스타인 자치구 젊은이들에게 미래가 없다는 사실이다. 

극도로 낙후한 경제를 유지하는 팔레스타인 자치구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2000년 현재 1300달러. 91년만 해도 1800달러였으나 갈수록 생활수준이 
떨어지고 있고, 특히 절반이 난민촌 생활을 하는 가자지구의 GNP는 94년 
850달러에서 작년에는 700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이스라엘은 제3차 중동전쟁(1967년)때 요르단강 서안지역과 가자지구를 점령한 
후 지난 34년간 이들 지역에 거의 투자를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이들 지역은 
자립경제의 토대를 갖추지 못하고, 이스라엘에 철저히 의존해야 하는 
종속경제로 굳어져 버렸다. 이들 지구의 수출입은 2/3 이상을 이스라엘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가자지구의 대 이스라엘 수출입 의존도는 80% 이상에 
이르고 있다.

자치구의 실업률이 절반에 육박하는 가운데, 그나마 취업자 가운데 3분의 1은 
이스라엘 영토내에 직장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하층 노동시장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값싼 노동력으로 채우고 있지만, 자치구를 위한 고용 
창출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혈 분쟁이 터지면 이스라엘은 자치지구 
봉쇄를 '전가의 보도'로 쓰고 있다. 부유한 이스라엘 사람들(2000년 1인당 GNP 
14,900달러)의 허드렛일이라도 하고 싶으면 저항하지 말라고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는 꼴이다.

희망 없는 팔레스타인의 미래

주지하다시피 이스라엘의 자치구 탄압 정책은 아리엘 샤론 총리가 집권한 
이후에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작년 9월 중동 평화협상의 고착화 이후 
미 테러 대참사 직전까지 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지금까지 사망한 사람의 숫자는 
팔레스타인 사람 569명 대 이스라엘 사람 165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스라엘 
사람 1명당 3.5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음을 당하는 상황에서 아랍 
강경파들은 "미국으로부터 최신 무기를 지원받아 동족을 학살하는 이스라엘과 
미국을 응징하기 위해서는 '자살테러'가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낙후한 사회간접자본과 종속 경제, 이스라엘군에 살해당하는 동료들의 모습 
등을 지켜보며 자란 팔레스타인 사람들, 나아가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분격한 중동의 회교근본주의자들은 "차라리 자살 테러에 목숨을 내던지고, 
순교자로 대접받자"는 내세론에 현혹당하는 실정이다. 

'마셜 플랜'의 주창자인 마셜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의 건국을 승인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그러나 입안자조차 자신의 결정이 세기를 넘기는 끔찍한 
참사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것을 예견했더라면 결코 이스라엘에 편중된 외교 
정책을 펴지 않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 정부는 새로운 갈등을 일으킬 보복 공격에 신중을 기하고, 
팔레스타인을 재건하는 데 성의를 보여야 한다. 1998년 8월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에 대한 보복 공격이라며 수단의 제약공장에 폭탄을 퍼붓고 나서 '실은 
화학 무기 공장이었다'고 억지를 부리는 무리수가 반복돼서는 안될 것이다. 

미국의 무차별 보복 공격이 설사 배후 조종자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추종자들을 군사적으로 제압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또 다른 
테러리스트들의 준동을 막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12일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 틈을 타 
자치구에 진입, 1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스라엘에 대한 군비 지원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을 재건하는 데 나서는 
것만이 '미국은 절대악'이라는 아랍 강경파들의 논리를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유태계 언론에 휘둘린 미국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지금 미국 언론들은 거의 대부분 전국적인 추도 분위기와 테러 현장의 복구 
움직임, 전쟁 준비 움직임을 번갈아 비추며 국민들의 애국심을 부추기고 있다. 
제국의 오도된 애국심은 또 다른 약소국 민중들의 피흘림을 요구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 언론은 부시 대통령이 사건 발생 후 10시간이 지나서야 백악관에 
복귀한 것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자 "대통령이 암살 목표였기 때문"이라는 
백악관의 근거 없는 변명을 그대로 받아 보도하는 등 '정부의 시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작년 대선 당시 플로리다주에서의 철저한 재검표가 무산된 것이 한 국가의 
민주주의의 초석을 무너뜨리고 비정통적인 정부를 출범시켰다는 사실을 망각한 
미국인들은 부시 행정부의 자국 위주 외교정책이 자신들에 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참사를 통해 세계대전 당시의 국민 단결을 떠올리게 하려고 
하지만, 베트남전 반대 여론이 미국을 '부도덕한 전쟁'으로부터 손을 떼게 
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미국이 최소한의 양심과 
이성,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지도력이 있다면, '베트남 폭격'이 아닌 '마셜 
플랜'의 길을 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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