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김 태하 ) 날 짜 (Date): 2001년 3월 26일 월요일 오후 04시 28분 46초 제 목(Title): 퍼온글/와호장룡, 중국의 인종적 정치 심볼 출처: 조선일보 독자게시판 작성자 : 오두방정 조회수:9944 추천수:11 줄수:64 다운횟수: 0 와호장룡-중국의 인종적 정치 심볼리즘 오늘부터 서비스되는 조선일보 중국어판 개시를 축하하면서 최근 개봉된 중국 영화에 대한 비평을 하나 올려둡니다. -와호장룡-중국의 인종적 정치 심볼리즘- 시카고 서버브 Yorktown 극장에서 와호장룡을 보았다. 와호장룡! 그야말로 웅크리고 있는 호랑이와 잠복해 있는 용의 이야기다. 주윤발 주연의 '홍콩영화'인 와호장룡(臥虎藏龍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은 중국영화의 무협영화로의 복귀를 선언한 명작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중국의 다른 많은 영화들과 같이 미국의 인종주의적인 시각이 중국적으로 적용된 또 다른 한 케이스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시원한 뒷맛을 주지는 못했을지라도. LA 영화비평가협회에 의해 올해의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한 이 영화는 외국어 영화작품으로서 최초로 이와같은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된 것이다. 앙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 와호장룡은 왕 두루 소설을 영화화(스크린플래이: James Schamus, Wang Hui Ling과 Tsai Kuo Jung.) 시킨 작품이다. 시작부터 매트릭스보다 뛰어난 벽타기 지붕타기 곡예의 멋진 컴퓨터라이징 신들이 속속 나타나는 것은 옌워핑이 그의 메트릭스(The Matrix) 영화에서 보여준 컴퓨터 그래픽 실력을 다시한번 더 정교하게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소설 하면 아무래도 무협소설이다. 중국영화라고 해도 한때는 공리 중심의 붉은 끼 나는 영화들이 주축을 이루어왔지만, 홍콩을 중심으로 이해해 온 중국영화들은 우선 여러 단계의 흥행변화를 겪어왔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먼저 60-70년대 이래 왕우(王羽) 주연의 홍콩영화는 정말 화끈한 검술 영화를 선보여주었다. 우리가 홍콩영화라고 하면 바로 이러한 왕우영화의 검객 혈투의 장면을 떠올리는 것은 검술무협영화가 중국영화의 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홍콩배우 왕우로 대표되는 무술협객 영화에 혁명적인 새바람을 불러 일으킨 사람이 이소룡(부르스 리)이다. 이소룡 영화는 <당산대형>을 필두로 한 맨주먹 무공에 삼절곤 또는 쌍절곤의 무기가 곁들여지는 무술을 선보이는 천기백묘의 쿵푸영화이다. 이소룡의 개인적인 무술연기는 미국의 마이클조던과 20세기 몸놀림의 달인들로서 쌍벽을 이루는 동서양의 몸놀림의 쌍룡들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클 조던이 농구에서 손으로 재주를 부린다면 이소룡은 대림권법의 발놀림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된다. 조던이 슬로비디오 모션에 가깝게 공중에 멈추어 서는 듯한 덩크 모션이 트레이드 마크라고 한다면, 이소룡은 치고나서 슬로비디오 몸동작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고양이 울음소리를 흉내낸다는데 있어서, 두 사람은 음악의 시나위 선율같은 늘어트리기를 잘 해내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나는 후렴액션이라고 칭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긴 혀를 빼내며 덩크를 시도하는 조던의 액션이 성난 송아지의 모습이라면 상대의 주위를 뱅뱅 뛰며 재빠른 펀치들을 날리는 이소룡은 그의 고양이 울음소리와 함께 고양이의 액션으로 보기에 알맞다. 이소룡을 뒤이어 나온 새로운 스타일의 홍콩영화가 바로 성룡영화이다. 성룡(재키 챤)은 고전적인 <취 권>을 간판으로 하듯이 모든 것을 서양사람들의 기호에 맞는 코미디류의 쿵후영화이다. 그런데 왕우-이소룡-성룡에 연결되어온 홍콩영화의 흐름은 다분히 그 전통문화적인 배경에 있어서 너무나 '중국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영제국의 조차조약 산하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던 홍콩영화는 80년대 후반에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그것이 주윤발로 대표되는 '쌍권총 액션 무비'다. 음침한 블루액션을 깔면서 쉴사이없이 총을 쏘아대는 장면은 다분히 서양의 007 영화에까지 영향을 주었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영화의 변천사는 이번에 와호장룡으로 말미암아 다시한번 고전적인 검술무협영화로의 회귀의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주윤발이 이러한 중국영화의 흐름의 한 가운데 서 있게 되었다. 와호장룡은 무술검객 이야기이지만 '객'보다는 '검'에 더 의미를 부여한 영화라는 점에서 왕우 영화와는 조금은 다른 이미지를 풍긴다. 이 점은 다분히 현대의 핵폭탄 보유의 이미지가 얼마나 막강한 것인가를 간접적으로 시사해주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고전영화 작품이지만 현대사의 상징성을 다분히 내장하고 있는 그런 정치심볼리즘이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가장 압권 부분이라할 두 여걸의 검술 대결에서 유슈리엔(미셀 요 Michelle Yeoh 분)은 보다 막강한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고, 그의 상대역인 지방 현감의 딸인 런유(Zhang Ziyi)는 무슨 무기이든지 두 동강내버리는 천하 제일검을 가지고 있다. 이 기막힌 두 여걸의 대결은 결국 '무기우승-무술패배'라는 등식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 이 영화는 국가적으로 부강의 소유자보다도 무기(핵무기)의 소유자의 위대성을 은근히 강조하려는 암시를 내보여주고 있는 상징성이 있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중세 11세기 영국의 명검 이야기에 나오는 엑스칼리버(영화로도 나온 적이 있다)는 바로 중국 고전인 [시경[에서 말하는 '물 속에서 떠오르는 검' 이야기와 역사적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와호장룡의 영화에는 4백년 된 명검이 물 속에 던져저서 건져지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이 영화의 액션 무협의 장면에서 보기 드문 대나무 밭 신이 멋있다. 정말 시원한 무협 액션으로서 '죽림칠우' 등의 고사성어에서 보여주듯이 대나무밭은 '숨는 장소'의 대표적인 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대 협객 리무바이는 그의 스승의 원수를 갚기 위한 무사로 등장한다. 그는 한족의 이미지로 이 영화 속에서 비쳐지고 있다. 그의 스승은 한 때 이 유명한 명검의 소유자였으나 독살되어 죽었다. 그러나 이 명검은 최근에 만추리안인 부유한 지방 현감에게 팔렸다. 한족이 다스려 오던 명나라가 1644년에 만주족이 다스린 청나라에 의하여 접속되어버린 17세기 중 후반의 명청사의 전환기의 역사에 대한 상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주요 등장인물로서 만주족 현감의 딸 런유(Zhang Ziyi)는 남몰래 고급 보물을 훔치는 도둑질을 하는 여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러한 그녀는 나중에 신짱 출신의 '산적두목'과 연정을 나눈다. 현대의 중국내에서 만주지역과 신장지역은 중국의 마이너러티 문제에서 가장 예민한 지역들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미국은 이 영화의 스토리 구성에 눈독을 일찌감치 들이고는 전국적인 방영과 비평가들의 찬사로 포장하여 띄우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헐리우드 영화들이 보통 흥미를 위주로 한 영화같지만 그 내면에는 엄청난 정치적인 심볼리즘을 깔고 있는 정치 프로파겐다인 수가 많다. 최근에 방영된 Unbreakable도 마찬가지의 영화이다. 이 영화는 겉보기에는 어떠한 사고를 만나더라도 전혀 부상을 입지 않는다는 한 백인의 불멸에 가까운 무부상 체질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 미국의 도시 중심의 불소 문제를 정치적으로 캄프라치하는 영화로 보일 수 있다. 불소는 뼈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추운 겨울날 길에서 쓰러지면 노인들이 젊은이들보다 뼈가 부러질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넘어져서 뼈가 부러질 확률이 백인보다 흑인에게 더 있다는 인종적인 비교 암시를 보여주고자 하는 영화가 이 영화 Unbreakable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영화에서는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있지만 실제는 '도시에 사는 흑인'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흑인들이 더 '뼈가 잘 부셔진다'는 것을 암시하려는 영화인 것이다. 그것은 도시 수도관을 통하여 공급되는 불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수돗물에 불소를 공급하게 되면 그 물을 마시는 사람들은 임시적으로는 이빨 등의 보호가 될 수 있을지언정 장기간으로 보면 늙어서 뼈가 쉽게 뿌러질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이같은 불소 영향권에 있는 사람들이 미국의 대도시 사람들 특히 흑인들이다. 미국에서 '도시연맹'이라는 말은 흑인정치조직을 말한다. 미국의 대도시들은 대개가 흑인들을 중심한 마이너러티들의 삶의 터전이다. 이러한 대도시일수록 수돗물에 불소를 풀어서 '이빨이 튼튼해지도록' 조치를 내린 반면에, 백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서버브나 시골들은 대개가 불소를 풀지 않는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흑인들이 백인들보다 미식 축구의 라인백커들이 많은 것 같아 힘께나 쓰는 것 같지만 잘 부러지지 않는 뼈는 백인들의 뼈일 수가 있다. Unbreakable은 이러한 흑백 인종간의 뼈 문제를 캄프라치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이와같은 헐리우드 영화의 정치 심볼리즘이 적용된 것이 이번 중국영화 와호장룡이다. 와호장룡은 중국적인 인종문제를 빗대어 풍자하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와호장룡에서는 두 다른 주요 마이너러티 사이의 연정을 실패하도록 꾸미고 있다. 주인공 리무바이(주윤발 Chow Yun-Fat 분)와 여걸 유슈리엔(미셀 여 Michelle Yeoh 분)의 이루어지지 못한 운명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전통적인 중국 무협지 속의 헤어지는 사랑을 연출해 보이면서도 이와같은 정치 프로파겐다가 들어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잘 보여주고 있다. 신짱(위구르) 지역 사람들이나 만주족은 한족들에 있어서 '도둑'과 같은 이미지로 이 영화에서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만주족 도둑 처녀와 신짱 산적 두목으로 나타나는 이들 두 '도적간의 사랑'은 끝내 완성되지 못하고 런유가 리무바이를 사모하도록 이야기를 만들어 끝내는 두 마이너러티를 격리시키는 정치적인 이미지화를 시도한다. 즉 만주족 여인은 같은 마이너러티인 신짱 산도적과 연심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아니라 종국에는 한족 무사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스토리매이킹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인디안들이 친백인화 하도록 스토리를 만드는 헐리우두 영화의 판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와호장룡 영화가 중국영화이지만 미국은 크게 떠벌려 상당수 극장에서 동시개봉을 허락하고 있는 것이며 비평가들은 별 네 개씩이나 주면서 극찬을 하는데는 이와같은 중국식 '인디안 물먹이기'가 미국식으로도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많은 무협소설의 끝장면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남기고 소나무 밭길 고개 너머로 유유히 사라지는 검객의 이야기로 나타난다. 이 영화는 그러한 방법을 죽음을 선택하도록 하는 모양으로 만주족의 사멸을 상징하려 했다. 와호장룡은 웅크린 호랑이와 숨은 용의 이야기이지만 이 영화의 이미지는 호랑이를 누르고 용을 가리고자 하는 의도로 호랑이와 용의 연합을 거부하고자 한 영화이다. 인종주의적 제국주의의 문화패턴은 이 영화에서도 극명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왕우 이래 오랜만에 검객들이 결투를 벌이는 신나는 협객 영화라는 점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엔터테인먼트 효과와 함께 흥행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12/27/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