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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김 태하 )
날 짜 (Date): 2001년 3월  2일 금요일 오전 11시 57분 39초
제 목(Title): 김창남/ 교육방송의 '교육' 없애기 


출처: 한겨레 논단 

[논단] 교육방송의 '교육' 없애기 


개인적으로 나는 교육방송 에프엠 채널을 즐겨 듣는 청취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요즘 같은 생활 패턴에서 라디오 방송 청취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자동차를 타거나 할 때 나는 의식적으로 교육방송에 채널을 맞추곤 
한다. 오며 가며 짜투리 시간을 통해 듣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교육방송을 
들으며 의외로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실제로 다른 
방송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교육적' 효과를 톡톡히 누리기도 했다. 오전의 
정보 프로그램에서 시사에 관한 교양을 늘이기도 하고 전통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음악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기도 하며 방송대학 강좌를 통해 의외의 
정보를 얻기도 한다. 

교육이란 것이 학교라는 제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님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다. 
일상 속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고 사회적 변화를 읽는 눈을 키우며 새로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과 능력을 기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교육이다.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지식기반 사회니 정보화 사회니 하는 
것도 많은 대중이 일상적 삶 속에서 다양한 정보와 지식, 문화의 혜택을 누리며 
창조적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때 제대로 된 의미를 얻을 것이다. 이른바 
사회 교육, 평생 교육의 개념이 더욱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며 
시청료의 일부를 지원받는 교육방송의 존재 의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많은 수는 아닐지 모르지만 나와 비슷한 교육방송의 애청자들은 분명히 있다. 
수가 많건 적건 중요한 것은 그 청취자들이 교육방송을 통해 누리는 즐거움과 
충족감은 다른 채널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며 이들은 상업주의 체제에서 
소외된 청취자 집단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시장 논리와 상업주의의 득세 
속에서 모든 방송, 모든 채널이 앞다투어 시청취율 경쟁의 포로를 자임하고 
나서고 공영방송조차 여기에서 예외가 아닌 터에 시장주의의 북새통에서 소외된 
많은 사람들에게 그나마 필요한 정보와 문화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채널이 
있다면 바로 교육방송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교육방송은 지금 남아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공영방송인 셈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교육방송이 에프엠 채널을 외국어 교육 전문 채널로 전환한다는 소식은 따라서 
시장주의의 틈새에서 필요한 정보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교육'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명백한 자기부정이다. 외국어 교육이 
교육의 중요한 부분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당연히 전부일 수는 없다. 더욱이 
신문 보도대로 이러한 전환이 `치열한 채널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이며 
`교재 수입을 염두에 둔 편성 방침'이라면 이는 교육방송조차 상업주의적 경쟁 
체제에 함몰되어 버린다는 뜻이며 교육방송을 통해 정보와 문화의 혜택을 
누려온 청취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비교육적 반교육적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차제에 지금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외국어, 특히 영어 열풍에 대해 다시 한 
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영어 교육이 지닌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영어가 의사 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출세와 신분상승을 위한 상징적 
자본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영어 경쟁력론은 그런 점에서 철저한 허구이며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 영어는 영어로 의사 소통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 
필요한 만큼 배우면 되는 것이다. 라디오 채널 하나를 온통 영어로 도배한다고 
국민들의 영어 실력이 늘고 사교육 문제가 감소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른바 세계화 이데올로기가 휩쓸면서 온 나라가 영어 경쟁력론이라는 
허구의 이데올로기에 중독되어 버렸다는 사실이다. 교육방송의 외국어채널화 
발상은 영어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되어버린 국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볼모로 
삼은 비열한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교육방송의 이번 방침은 이른바 
경쟁력 담론이 어떻게 문화를 황폐화시키는지를 또 한번 절감하게 하는 사례일 
뿐이다. 

김창남/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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