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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김 태하 )
날 짜 (Date): 2001년 2월 16일 금요일 오전 10시 55분 57초
제 목(Title): 최경희/ 베트남인들의 자전거 사랑 


출처: 중앙일보 

[헬로 사이공] 베트남인들의 '자전거 사랑' 
  
 등록일시 : 2001-02-15 12:57:42      조회 : 735  
흰 '아오 자이'를 입은 아름다운 젊은 아가씨가 삿갓 모자인 '농 라'를 쓰고 푸른 
들녘을 천천히 미끄러져 달려가고 있는 모습은 아마도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장면중의 하나일 것이다.(사진 참조) 

물론 그녀의 가녀린 허리께 까지 출렁이는 길다란 생 머리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을 
것이다.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에는 이런 낭만적이고 평화로운 장면이 꼭 
한두 씬 삽입되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전거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이미지 속에서 
존재하는 그림 같은 것만이 아니다. 베트남 사람들의 숱한 고난의 긴 역사를 함께 
하며 서민들의 생활 속에 밀착되어 살아서 숨쉬며 함께 생활하는 소중한 문화의 
일부이다. 

친구를 만날 때, 가슴 설레며 애인을 맞으러 갈 때는 물론, 급한 병자가 생겼을 
때도 자전거만이 커다란 의지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산모가 예기치 않게 진통을 
시작하는 때에는 두 대의 자전거 사이에 들것을 고정시키고 산모를 수송하기도 
했다. 

베트남의 거리에는 자전거가 유난히 많다. 최근에 도심지에는 급속한 경제 성장 
탓으로 보다 편리한 오토바이가 많이 늘어났지만, 아직도 자전거는 서민들의 
발로서 압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자전거는 사람 뿐 만 아니라 닭이나 오리, 생활 용품, 과일 꽃, 죽은 사람을 모실 
관까지도 수송한다. 거리에서 자전거에 최대 5사람까지 타고 가는 묘기를 볼 수 
있는가 하면, 쌀가마니 크기 정도의 쌀자루 4-5개 정도, 오리 50마리 정도를 
가볍게 싣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전거는 베트남의 근대사와 같이 한다. 1945년 9월 2일, 호치민 주석이 
'바딘'광장으로 베트남 독립선언문을 낭독하러 갈 때도 호치민이 타고 있는 차의 
앞과 옆을 4대의 자전거가 호위하며 달리는 모습의 사진이 남아 있다. 

특히 베트남 전에서의 자전거의 활약은 눈부신 것이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국립 미술관의 전쟁 당시의 인민 화가들의 그림에는 자전거가 자주 
등장한다. 전쟁박물관에도 가녀린 여성이 무거운 생필품이나 식량을 자전거에 잔뜩 
싣고 전쟁으로 폭격 맞은 거리를 무표정하게 지나가고 있는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전쟁 때 자전거가 대 활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리 좁은 길이라도 다닐 수 
있는 기동력 때문이었다. 내리막이든 오르막이든, 개천을 건널 때든, 숲길을 가든, 
자갈밭, 모래둔덕이라도 자전거는 못 지나가는 데가 없었다. 달리기 힘들면 
끌고서라도 갈 수가 있는 것이다. 베트남의 지형에서는 자전거를 이길 만한 
수송수단이 없었다. 

또한 전시의 자전거는 고립으로부터의 두려움을 해소해주고 가족들을 위안하고 
안심시키는 수단이기도 했다. 폭격을 맞아 고립된 마을에서, 아버지나 오빠, 혹은 
남편이나 자식이 숨어서 적과 싸우는 진지로, 필요한 식량과 연료를 날랐다. 
100Km가 넘는 거리라도 문제없이 단절된 친척들을 연결시켜주곤 했다. 

베트남에서는 보통 한 집에 자전거가 2~3대 정도 있다. 80년대 초, 오토바이가 
지금의 자동차처럼 일부 특수 계층이나 타고 다니는 것으로 여겨지던 시절, 
자전거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재산이었기 때문에 제각각 번호 판과 이름을 달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베트남인들에게 자전거란 농사를 짓는 토지와 물소 다음으로 
소중한 귀중품이었다. 

새 자전거를 사면 타지 않을 때는 덮개를 씌워 놓고 행여나 타이어가 상할까봐 
벽에 걸어 놓기도 했다. 먼지가 앉을 새도 없이 정기적으로 닦고 윤내는 일에 
열중했다. 한때는 동독제나 러시아제를 최고로 쳐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일제를 
최고로 쳐주고 다음으로 대만제를 선호하며 값 싼 중국제도 수입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아직까지 베트남산은 품질에 대해서 확신이 없는지 제일 싸게 팔리고 있는 데 녹 
방지 처리 여부와 개인의 흥정 능력에 따라 40만 동부터 60만동(3만 2천원~4만 
8천원)의 가격으로 살 수 있다. 

길거리에 타이어 공기 주입 펌프 하나를 덩그러니 놓고는 딴 짓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심심치 보여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자전거를 타보니 금방 이해가 
되었다.(사진 참조) 

무슨 영문인지 1주일이면 타이어의 바람이 빠지기 때문에 그들의 신세를 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한 번 공기 주입 요금은 바퀴 당 500동인데 매번 가기가 
귀찮아 펌프를 하나 샀더니 2만 동. 투자액에 비해서는 수입이 만만찮은 
사업이었다. 

오토바이의 등장으로 이동이 훨씬 편리해졌지만, 사람들은 오토바이가 많아지면서 
거리가 복잡해지고 교통사고도 늘고 사람들이 조급해져 오히려 생활이 각박해지고 
있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하노이에 온 지 삼 년이 된다는 어느 외국인은 "베트남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자전거가 달리는 거리풍경"이라면서 "자전거를 모는 사람들의 유연한 페달 밟는 
동작은 지켜보는 이에게 마음이 푸근해지도록 여유 있게 보인다"고 말한다. 

지금 자기에게 하노이를 마음대로 변모시킬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자전거만 
달리는 거리로 만들어 보고싶다고 한다.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없는 날이 일주일에 
하루라도 있으면 하노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여유 있는 도시가 되지 
않을까 필자도 같은 꿈을 꿔본다. 

[베트남=최경희 리포터] 

* 사진 출처:vietnam.withyou.net(베트남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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