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김 태하 ) 날 짜 (Date): 2001년 2월 15일 목요일 오후 04시 48분 22초 제 목(Title): 박현봉/서평 수수께끼같은 전쟁, 한국동란 출처: 한겨레 21 [움직이는 세계] 러시아가 본 한국전쟁 책으로 보는 세계/ <수수께끼같은 전쟁: 1950-1953년 한국동란> 한국전쟁의 기원과 성격에 관한 논의는 한국사회에서는 이미 충분히 논의된 바 있는, 약간은 고리타분한 주제이다. 최근에는 논의의 중점이 한국전쟁이 남북한 및 주변국에 끼친 영향으로 옮겨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전쟁에 대한 관심사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간 한국전쟁에 대한 관심이 얼만큼 지대했는가 하는 것은 종전 이후 10여년이 경과한 시점에 이미 한국전쟁에 관한 연구의 양이 무려 1만편이 넘는다는 통계에서 잘 증명되고 있다. 또한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1980년 광주민중항쟁 이후 민중운동의 성장과 함께 그간 관일변도의 분단고착적인 한국전쟁 연구 시각을 탈피, 통일지향적 시각의 새로운 연구가 속속들이 출현했다. 이같은 시대적 조류를 타고 한때 한국현대사 연구에서는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이 열풍을 일으킨 바 있다. 브루스 커밍스의 연구가 미국쪽의 미공개자료를 원용한 한국전쟁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라면, 최근 러시아의 사료전문 출판사 ‘로스펜’에서 나온 토르쿠노프 교수의 저서 <수수께끼같은 전쟁: 1950-1953년 한국동란>은 소련쪽의 사료를 거의 완벽하게 활용한 한국전쟁 종합분석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90년대 들어서면서 변화된 사료접근 환경을 십분 활용, 그간 미공개되었던 소련쪽 고문서를 꾸준히 정리해왔는데 이번 저서는 그 결실이다. 비록 때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앞으로의 한국전쟁 연구에 하나의 이정표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으로 평가된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첫번째 장점을 꼽는다면, 그것은 기존의 한국전 연구서처럼 한국전쟁 자체의 발발이나 그 경과에 역점이 두어져 있다기보다는 한국전쟁까지 이르는 해방 3년의 시점에 소련쪽에서 바라본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인식이 사료들에서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사료분석을 통해 한국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남한쪽에 상당한 정도의 호전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고, 이것이 북한은 물론 소련의 안보의식을 자극(?)한 바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스탈린이 당시 한반도 상황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음도 이번 사료분석에서 드러나고 있다. 전쟁 전 김일성의 꾸준한 군사행동개시에 대한 일종의 승인요청에 대해 스탈린이 끝까지 성급한 판단을 유보한 바 있다고 필자는 말한다. 또한 스탈린은 북한 자체가 충분한 전투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필요할 경우 중국이 한국전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북한의 무력행위를 승인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련이 북한의 남침을 용인한 결정적인 요인은 미국은 그 어떤 경우에도 한국전에 개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었는데, 이점에서 스탈린은 “실수했다”고 저자는 평하고 있다. 사료의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이로써 한국전 연구가 완전한 것은 아니라고 필자는 자신의 저서의 한계를 지적한다. 좀더 균형된 평가를 위해서는 아직까지 소재가 불분명한 주요 고문서들을 확보해야 하고 이들의 대부분은 중국쪽과 북한쪽에 소장되어 있을 것이라 상정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박현봉 통신원 parkhb_spb@yah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