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김 태하 ) 날 짜 (Date): 2001년 2월 12일 월요일 오전 11시 22분 09초 제 목(Title): 책/서평 아나키즘에 관한.. 출처: 한겨레 [출판] 왜 다시 아나키즘인가? 무정부주의로 흔히 번역되는 아나키즘은 역대 정치사상 가운데 가장 낭만적인 부류에 놓여지곤 한다. 일제시대 의열단의 항일활동에서 보이듯 지금껏 아나키즘은 과격주의자들의 테러나 파괴주의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정치권력과 개인권리의 갈등이 심화되는 지금 상황에서 아나키즘을 철없는 유행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사회운동의 사상기반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아나키즘 담론을 다룬 간이연구서 2권이 나란히 나왔다. 책세상에서 낸 로버트 폴 볼프 미국 매사추세츠대 교수가 지은 <아나키즘 국가권력을 넘어서>(임흥순 옮김)와 조세현 부경대 교수가 쓴 <동아시아 아나키즘 그 반역의 역사>(조세현 지음)는 아나키즘의 진정한 본질과 실제적 맥락을 탐구한 논쟁적인 책이다. 70년 베트남전과 핵확산 경쟁을 배경으로 나온 <아나키즘…>은 `아나키즘=무정부주의'의 단순등식을 넘어 양립할 수 없는 개인의 도덕적 자율성과 국가적 권위의 관계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권위에 의문을 가져라”란 책의 화두처럼 칸트주의자였던 볼프는 개인의 실천이성을 일상적이고 합법적으로 제약하는 국가적 권위에 끝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그 이상적 대안은 만장일치적 직접민주주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가권위에 저항하는 개인의 자유를 전제삼는 자율을 조율하는 합리적 아나키즘에 그는 방점을 찍고있다. 그러나 사실 책의 의도는 아나키즘 옹호쪽보다는 정치의 본질이 여러 세력들이 타협과 조정을 통해 집단적 목표를 실행하는 역학관계임을 일깨워주는 데 쏠려있다. <동아시아…>는 근대화과정에서 국가·민족의 수동적 운명을 거부한 일본·중국·한국의 아나키스트들을 다룬다. 일본의 고토쿠 슈스이, 중국의 스푸, 한국의 신채호, 박열 등 열정적인 동양 아나키스트들의 사상과 행동을 분석한 지은이는 세계주의에 주력한 일본, 전제왕조를 뒤엎는 혁명이론에 기울어진 중국, 민족해방운동 수단으로 받아들인 한국 아나키즘의 독특한 갈래를 짚어내고 있다. 그들이 주창한 동아시아 민중연대론의 전망 찾기가 오늘날도 유효하다는 시각은 주목할 만하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