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김 태하) <1Cust178.tnt3.se> 날 짜 (Date): 2000년 11월 30일 목요일 오후 02시 10분 05초 제 목(Title): 노형석/ 민족보단 동아시아 보편적 정체성 [학술] 민족보단 동아시아 보편적 정체성 찾기 `이제 민족주의 대신 한·중·일의 동아시아를 보자'. 민족주의 담론이 뚜렷이 퇴조하는 징후일까. 동아시아의 보편적 정체성과 연대 가능성을 타진하는 동아시아담론이 최근 부쩍 부각되고 있다. 사상·역사쪽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이런 흐름은 학계상황에서 새삼스럽지는 않다. 70년대 동아시아의 역동적 발전을 유교윤리 탓으로 환원시키는 유교자본주의론이 서구에서 태동했고, 그 자장아래 있었던 일부 유학파 학자들이 90년대 중반부터 전통사상의 현대적 변용에 대한 논쟁적 탐구를 유행처럼 끌고왔기 때문이다. 함재봉·유석춘 연세대교수 등이 그런 이들이다. 그러나 최근 진보진영 일각에서 모색되는 동아시아학 논의는 이들 `동아시아론'과는 많이 다르다. 유교 중심의 울타리를 걷고 후발 근대화의 자기모순을 공통분모로 삼으면서 서구의 신자유주의에 비판적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그 외연이 넓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원장 심윤종 총장)이 지난 23~24일 개최한 동아시아학 국제학술회의는 이처럼 `론(論)'에서 `학(學)'으로의 영역확장을 꾀한 21세기 동아시아담론의 성격을 어렴풋이 드러냈다. 특히 뚜웨이밍 미국 하버드대 예칭연구소장, 미조구치 유조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 등 해외학자들의 의견이 주목됐지만 국내 시각과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유교자본주의를 주창해온 뚜웨이밍이 공동체와 자기수양을 강조하는 유가 인문주의를 동아시아학의 핵심요소로 반영할 것을 강조한 반면, 박명규 서울대교수는 민중적 체험에 기초해 식민적 문화과제에 민감해질 때 실천적 지향이 명료해질 수 있다고 주장해 대조를 이뤘다. 또 현대적 예악문명의 재건설을 주장한 쿵펭쳉(대만 불광대)이나 유학적 이상주의와 사회적 실용의 조화를 역설한 왕종지앙(중국사회과학원)처럼 중국학자들은 동아시아담론에는 관심이 없는 느낌을 주었다. 앞서 지난 9월23일 열린 역사문제연구소 주최의 학술토론회 `21세기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선택'에서는 김동춘(성공회대), 이장희(한국외대), 최원식(인하대), 백원담(성공회대)교수 등 진보학자들이 바라본 동아시아담론의 방향을 탐색했다. 극우논리나 봉건성과 경계가 모호한 `동아시아론'들과 경계를 긋기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이 행사에서 토론자들은 근대적 자아가 확립되지 않은 3국 공통의 상황을 동아시아학의 바탕으로 삼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들은 시민·민중연대를 통한 실천의 중요성에 동의하면서도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서 주체와 역량의 문제를 놓고 의견의 차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출판쪽에서는 창비진영의 이론가인 백영서 연세대 교수의 신간<동아시아의 귀환>(창작과비평사)에서 언급한 복합국가론이 눈에 띈다. 지은이는 동아시아3국이 근대기 쇠망위기를 벗기위해 부강을 명분으로 근대화를 국민국가의 하위이데올로기로 흡수했다는 논점에 서 있다. 민족주의가 진보와 독재의 양날로 동시에 사용됐다는 이런 인식은 근대국가를 대체할 초국가주의적 공동체를 가정하는 복합국가론으로 나타난다. 특히 그는 여러 국경을 부유하거나 이국에서 또다른 정체성을 지닌 재외교포들을 국경의 의미를 벗어던진 초국가주의의 중간자적 실체로 주목하고 있다. 지난 9월 국제학술대회 논문집으로 나온 <발견으로서의 동아시아>(정문길 외 3인 엮음·문학과지성사)도 동아시아학의 새 흐름을 감지할 수 있는 주요 텍스트다. 노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