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김 태하 ) <1Cust49.tnt4.sea> 날 짜 (Date): 2000년 10월 20일 금요일 오후 02시 09분 35초 제 목(Title): 인터뷰/ 아리야라트네 ,사르보다야운동 [문화] 세계화 체제 반대는 인류 생존 위한 투쟁 사르보다야 운동이란 58년 스리랑카의 한 가난한 마을에 가난과 질병, 문맹을 물리치자는 뜻으로 뭉친 교사·학생의 작은 캠프가 차려졌다. `노동의 선물'이란 뜻의 슈라마다나 캠프는 이후 들불로 번지는 불씨가 됐다. 우주적 깨달음(사르보다야)과 개발(슈라마다나)을 결합한 독특한 공동체 사상으로 스리랑카 민중 속으로 급속히 퍼져가면서 사르보다야 슈라마다나 운동(SSM)은 72년엔 의회 결의를 통해 전국적 법인조직으로 발돋움했고, 그 사상은 정부에 의해 마을 단위 의사결정 과정에 주민 참여를 촉진하는 등의 정책으로 채택되고 있다. 현재 수십만명의 자원봉사자와 일꾼들이 참여한 가운데 스리랑카의 절반 이상인 1만5천여개 마을에서 이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비영리·무종파·비정치의 민중참여형 마을운동을 내세운 사르보다야 운동은 우주적 깨달음을 바탕으로 개인과 공동체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고 건설할 수 있게 돕는 개발모델로 자리잡았다. `지속가능한 개발' `환경친화성' `공조체계망 조성' 등 원칙에도 기반을 두고 있다. 사르보다야 운동의 중심사상은 사람의 선(善) 의지를 움직여 모든 사람의 완전한 깨달음을 추구한다. 완전한 깨달음은 개인의 깨달음에서 시작해 가정공동체의 깨달음, 그리고 마을공동체 도시공동체 국가공동체의 깨달음으로 나아가며 세계공동체의 깨달음으로 완성된다. 사르보다야 운동의 창시자인 아리야트라네 박사는 또 지난해 8월부터 스리랑카에 국제명상센터를 열어 지금까지 17만명이 참석하는 세계명상집회를 통해 개인의 깨달음은 물론 전쟁반대·환경보호 등을 위한 대각성 운동도 이끌고 있다. 30여년간 스리랑카 1만5천여개 마을에서 마을개발 프로그램인 `사르보다야 슈라마다나 운동'을 일으켜 가난과 질병을 퇴치해온 스리랑카 민중의 지도자. 또 세계종교회의 대표와 지역개발아시아위원회 의장, 세계은행 자문회의 엔지오 멤버 등으로 왕성하게 국제활동을 벌이고 있는 종교 지도자이자 사회과학자인 앙가마게 투도르 아리야라트네(69) 박사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아셈 민간포럼 종교분과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가난도 부정하지만 부자도 부정한다'는 독특한 공동체 사상으로 주민참여형 풀뿌리 마을운동을 이끌어 간디평화상을 비롯해 막사이사이상, 니와노평화상 등을 수상했다. 고령의 몸을 이끌고 세계 각국에서 `문명의 대각성'을 일깨우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그를 지난 16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교육회관에서 만나 스리랑카 절반의 마을을 움직인 사르보다야 운동의 기적 같은 힘과 `공동체의 깨달음'에 관한 그의 경험과 생각을 들어 보았다. 사르보다야 운동은 크게 성공한 주민운동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사르보다야'(깨달음)란 무엇입니까. 현실, 바로 그것입니다. 현실을 직시함으로써 나는 누구인지,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 때, 그 때야 비로소 우리는 깨달음을 얻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왜 부유해야 하는지, 왜 가난해야 하는지, 한번도 깊이 깨우치지 않고 있습니다. 정신이 맑아야 모든 걱정근심이 사라집니다. `사람의 얼굴을 한 개발운동'으로 불리는 사르보다야 운동이 1만5천개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같은 마을운동이 어떻게 가능했습니까. 기본적으로 사람은 착한 존재입니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 살고 있을 뿐입니다. 이 운동이 널리 퍼진 근본요인을 말하자면, 사람은 누구나 근본의 가치관으로 돌아갈 때 스스로 좋은 것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일할 잠재능력을 갖고 있으며, 사르보다야 운동은 일할 기회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일할 기회가 생기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지도자가 됐습니다. 스리랑카 독립 이후 국가의 개발프로그램은 민중에게 실망을 안겨주었지만, 이 운동은 사람들이 스스로 참여할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사르보다야가 해온 마을 개발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닙니까. 정부가 민중의 삶을 개선하도록 정치적 요구를 강력하게 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은 아니었을까요.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사회엔 많은 악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가장 큰 악은 정부입니다. 왜 이런 말을 하느냐 하면, 정부가 가장 강할 때 민중은 가장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정부에 더 많이 의존하면 정부는 민중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할 것입니다. 정부가 강해지면 부패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민중이 힘을 기른다면 부정부패가 줄어들고 많은 사람들이 여러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회간접자본 등 정부가 해야 할 거시적 역할이 있지만 마을에 필요한 일은 주민이 스스로 참여해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간디도 `우리는 복지국가가 아니라 복지사회를 지향한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스리랑카 민중들의 커다란 존경을 받고 계신데, 근본적 개혁을 위해 정치에 참여할 생각은 하지 않으셨는지요. 사실 저는 이미 정치인입니다. 저는 (정치인이 주로 수상하는) 간디평화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치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정당을 통해 권력과 자리를 차지하는 정치입니다. 다른 하나는 권력을 잡기보다는 사람들한테 권력을 나눠주는 정치입니다. 네루는 권력을 장악했고 인도 총리가 됐습니다. 하지만 간디와 네루 가운데 역사는 누구를 더 기억할까요. 비슷하게 저도 정치를 하는 정치인입니다. 다만 민중에 의한 정치이며 참여민주주의 정치를 바랍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제게 정치에 나서 나라를 구하라고 권유하기도 했지만, 글쎄요, 출마해서 정치권에 들어갈 수야 있겠지만 그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마을사람이 자신의 의사대로 결정하는 모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셈 민간포럼 종교분과 초청으로 한국에 오셨는데, 이번 아셈 회의 기간에도 미국 중심의 세계화 체제에 반대하는 엔지오들의 시위가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세계무역기구 회의 때 시애틀에서 벌어진 세계화 반대 시위는 민중의 비폭력 시위였으며 민주주의를 위한 행진이었습니다. 경찰이 필요 이상으로 강경진압하면서 파급력을 키웠습니다. 저는 이런 일을 보면서 정부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세계화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피해를 끼칠것이라고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세계화는 빈부간 투쟁의 대상이 아닙니다. 부자한테도 영향을 주고 피지배층이든 지배층이든 모두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예컨대 북극의 오존층은 날로 파괴되고 있는데 그 영향권에는 빈부의 차별이 없습니다. 빈부간 투쟁이 아니라 모두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 됐습니다. 이른바 `자본의 세계화'가 가속화하면서 투기자본이 현실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예전에 돈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습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면 돈을 벌 수 있었고, 번 돈으로 필요한 물건과 서비스를 다시 샀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돈을 주고 돈을 삽니다. 돈을 팔고 돈을 사기도 합니다. 돈이 돈을 낳습니다.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았는데도, 물건과 서비스가 없는데도 돈이 돈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돈 많은 부자는 생산적 노동을 하지 않습니다. 300개 자본 패밀리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 않습니까.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300개 자본 패밀리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사회의 악은 더욱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올바르지 않은 사회'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필요에 의한 경제개혁'를 각별하게 강조하고 계신데, 어떤 방식의 개혁을 말하고 있는지요. 스리랑카엔 모두 2만8천여개 마을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1만5천개 마을에서 사르보다야 운동이 펼쳐지고 있고, 그중에 5천개 마을에 마을금고가 있습니다. 특히 500개 마을에는 법의 보호까지 받는 마을금고가 마련돼 있습니다. 마을금고 이사회는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며 마을경제를 운영합니다. 마을의 은행들은 수직적이 아니며 수평적 관계를 이룹니다. 자본의 유출이나 유입이 없으며 돈이 돈을 낳는 일도 없습니다. 필요에 의해 운영되는 마을금고입니다. 최근 500개 마을금고의 실적을 평가해보니 1300명의 자영업자에게 대출을 해주어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고용문제만 해도, 스리랑카 정부는 아이엠에프에서 빌린 돈으로 10만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했지만, 저는 이런 방식의 마을금고가 더욱 확산되면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신규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를 발휘하리라 믿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마을 단위의 신용금고가 많지만 이를 통해 근본적인 경제개혁까지 이룬다는 건 무리한 얘기로 들립니다. 마을금고로 국가경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에겐 기본욕구가 있습니다. 마을의 가난 퇴치가 그것인데, 마을금고는 가난을 퇴치할 수 있습니다. 기본욕구가 충족되면 이젠 학교도 세우고 복지회관도 세우려는 2차 요구가 생기죠. 또 그게 이뤄지면 정부도 마을을 함부로 여기거나 부정부패를 저지를 수 없을 것입니다. 민중의 힘이 극대화되면 정치적인 3차 욕구도 올바르게 해결되는 것입니다. 마을금고는 바로 그 시초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독실한 불교 신자이시기도 한데, 한국에서는 사찰 재산을 둘러싼 승려들 사이의 분쟁이 잦고, 일부 기독교 지도자들은 자식한테 교회를 세습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바른 종교 지도자의 모습은 어떤 것입니까. 아주 슬픈 일입니다. 종교 지도자는 소박하고 겸손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종교 지도자 가운데는 비싸고 고급스런 천으로 치장한 사람이 많아 실망스런 경우가 많습니다. 부처도 나무 아래에서 태어나고 깨닫고 돌아가셨습니다. 예수도 옷 한 벌이 가진 것의 전부였습니다. 일부 그릇된 종교 지도자를 보며 실망스럽다, 부끄럽다 하기보다는 부처나 예수의 가르침을 보며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항상 기쁩니다. 모든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의 대북지원을 국부유출로 비난하며, 상호주의적 지원을 고집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독일도 통일 직전과 직후를 보면 비슷한 반응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지 않습니까. 한국도 같은 맥락에 있고 비슷한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좀더 부유한 쪽이 부를 나눠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겁니다. 그것은 살아가는 원칙이 돼야 합니다. 부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움은 미움으로 가시지 않는다. 사랑만이 미움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말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을 듣고 기뻤고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노벨평화상을 계기로 한반도에서 군축과 냉전체제 해체가 가속화되고 평화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또 남북간의 연대를 통해 한반도 구성원들의 삶이 보다 더 윤택해 질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정리/오철우 기자cheolwoo@hani.co.kr 대담/이상현 문화부장 사진/김종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