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김 태하 ) <1Cust222.tnt1.re> 날 짜 (Date): 2000년 9월 5일 화요일 오후 03시 04분 40초 제 목(Title): 퍼온글/서평 강만길, 머리로 가슴으로 역사 강만길,'머리로 가슴으로' 역사연구 40년 정리 ●조선후기사 연구의 현황과 과제 강만길 엮음/창작과 비평사 ●한국자본주의의 역사 ●통일지향 우리민족해방운동사 강만길 엮음/역사비평사 그에게는 제자들의 ‘사은(謝恩)’도 호사스러운 일이었던 모양이다. 강만길(姜萬吉.67)고려대 명예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40여년의 학문적 성과를 정리해냈다. ‘조선후기사 연구의 현황과 과제’, ‘한국자본주의의 역사’, ‘통일지향―우리 민족해방운동사’등 3권의 책. 지난해 정년퇴임한후 제자들이 ‘정년기념논문집’을 준비했는데, 정작 강교수는 냉랭하게 “공연한 일에 힘을 낭비하지 말라”고 말렸다고 한다. 대신, 직접 “일반인도 쉽게 읽을수 있는 근현대사를 엮어내 인사를 대신하겠다”고 나섰다. “그래도 도리가 아니니 함께 마무리짓게 해달라”고 제자들이 청했고, 마침내 스승과 제자들의 공동집필이라는 별난 형식이 된 것. 책 제목과 목차만 봐도 시대와 긴장을 늦추지 않았던 한 역사학자의 발자취가 오롯해진다. 소주제별로 나눠 서술하는 형태를 띠었지만 이 책들은 스승의 주문대로 역사학의 ‘현재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대중적인 개설서에 걸맞은 문체를 택했다. 강교수는 서문에서 “저마다 시각이 조금씩 달랐으나 책의 체제를 잡는데만 관여했을뿐 학문적 입장을 존중해줬다”고 밝히고 있다. ‘조선후기사 연구의 현황과 과제’는 강교수의 총설과 17명 제자들의 논문으로 엮어졌다. 강교수는 조선후기가 한국근대사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맺고 있으며, 현재를 사는 우리 삶의 ‘원형질’이라고 규정한다. 그래서 연대기적 역사서술을 피하고 ‘법과 제도’, ‘전쟁과 대외관계’, ‘경제변동’, ‘향촌사회의 구조’, ‘사회의 동요’, ‘사상과 문화’등의 주제별로 다뤘다. ‘한국자본주의 역사’는 일제식민지시절부터 박정희정권까지 시기의 경제사적 흐름을 살핀다. 이 고찰이 현재 남·북간에 평화적인 ‘대등통일’을 위한 경제체제를 찾는데 필수적인 선행작업임을 분명히 한다. ‘박정희시대의 경제성장’에 대한 입장도 변함없다. “당시의 성장을 박정희 개인의 업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다. 전쟁후 복구과정에서 경제의 저력이 되살아나 경제건설로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 박정희시대 경제정책은 정·경유착 경제체제로 전개됐으며, 이 방식이 김영삼정권까지 지속돼다가 파탄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변화가 급류를 타면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통일지향―우리민족해방운동사’는 ‘강만길식 통일론’을 뒷받침한다. 강교수는 식민지 시기 민족해방운동의 주축인 민족주의 세력과 사회주의 세력이 한국사회의 전망에 대한 입장차는 있었으나, 정치적 독립과 사회개혁을 추구했던 목표는 같았다고 본다. 분단후 남북의 정권은 이 시기 민족해방운동사를 반쪽만 다루도록 강요했는데, “앞으로 통일문제를 다루려면 분단으로 갈라졌던 시각을 복원, 민족해방운동이 통일전선적인 각도에서 이루어졌음을 가르쳐야 현재의 통일논의와 연결된다”고 역설한다. 이것이 남북의 통일성 있는 역사적 관점을 확보할수 있는 길로 본다. 강교수는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온뒤 ‘확신’에 이른 것 같다. 그는 40년 공력(功力)을 정리한 소회를 묻자 “내 연구가 헛되지는 않았다는게 참 다행스럽다”며 “정말 21세기 민족사의 방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문성★★★★ 대중성★★★ 완성도★★★, 최고 5개) 〈오승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