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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artistry �) <PPPa20-ResaleTac> 
날 짜 (Date): 2000년 6월  8일 목요일 오전 06시 33분 21초
제 목(Title): 김종락/서평 임지현, 우리안의 파시즘 


<2000년 06월 07일수요일 10:03>[김종락] 
     
 
<서평>진정한 사회변혁? '內的 식민지化'부터 타파하라
  
우리 안의 파시즘-임지현 외 지음/삼인

30대에 일찌감치 금배지를 확보, 기대와 선망의 대상이 되다 5.18 전야 술자리 
사건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80년대 학생운동 출신 정치인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자. 최소한 기성정치인보다는 도덕적이고 진보적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들이 하필 5.18 전야에 술판을 벌인것은 여론, 특히 보수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받아 마땅한 사건이었지만 정작 이들의 문제는 실수랄 수도 있는 그런 도덕성의 
문제가 아닌 듯 싶다. 


이른바 젊은 피로 각광받으며 기성 정치질서에 새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다가 정치권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기성 정치인 못지않은 행보를 보여준 이들이 
누구인가. 백만학도의 윗자리에서 백만학도의 강철대오를 이끌며 토론이라기보다 
상명하복, 더러 얼굴도 모르는 동지의 메모에 맹종하던 문화에서 운동한 세대가 
아닌가. 따라서 보다 근원적인 문제제기는 동년배로부터 '의장님'으로 
떠받들어지던 이들이 권위와 계보정치에 물든 정치판에 진정한 새바람을 불러올 
것인가가 돼야 마땅하리라. 


물론 이런 문제를 학생운동 출신의 젊은 정치인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부당할 수 
있다. 적어도 이땅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20세 이상의 한국인이면 누구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지난 4.13총선에서 총선 시민연대의 
유례없는 분투에도 지역주의의 견고한 벽을 깨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역감정을 파고들어 그것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저질 정치인에게 지역주의의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왜 그런 저질 정치인들이 압도적인 다수 표를 얻어 
당선됐는가. 


진보적인 계간지 '당대비평'의 특집 '우리 안의 파시즘'논의를 확장해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책의 출발점은 이것이다. 이미 자신도 모르게 우리 속에 내면화한 일상적 
파시즘이 극복되지 않는 한 정치적 파시즘, 혹은 제도적 파시즘만 겨냥하는 것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제껏 민중은 혹은 학생운동권은 
독재권력에 맞서 싸운 주체이자 희생자였지만 동시에 공범자이기도 했다는 통렬한 
자기비판이 전제된다. 


이는 또한 자신까지 권력과의 싸움에서 정치영역에만 머물렀던 전선의 외연을 
일상적 삶의 영역까지 확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일상적 파시즘이 
민중들의 의식에 내면화된 대표적인 사례는 히틀러 치하의 독일인과 스탈린 치하의 
소련인이 거론된다. 이를테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끔찍한 유대인 학살을 집행한 
이의 대부분은 열렬한 나치당원이 아니라 예비군으로 각지에서 소집된 평범한 독일 
아저씨들이었다. 


소련 독재자 스탈린만 해도 장례식에 몰린 엄청난 애도인파과 그 큰 슬픔의 물결 
속에서 깔려 죽은 이가 생겨날 정도였다. 

하지만 국내의 실태는 이런 외국 사례를 무색케하기에 충분하다. 아직도 박정희 
향수를 이기지 못하는 평범한 시골 농민들에 더해 박정희를 복제하고 싶은 인물 
1위로 꼽은 명문대 학생들만 해도 그렇다. 도대체 지역감정을 비난하면서도 이를 
부추기는 저질 정치인에게 금배지를 달아주고 광주학살 책임자를 10년 이상 권좌에 
모시고 지지한 이땅의 민중의 의식의 정체는 무엇인가. 


책에 따르면 이는 권력이 사람의 일상과 정신을 교묘하게 조작하여 사람을 
자발적으로 굴종하게 만들고 일상생활의 미세한 국면까지 지배력을 관철한 '내적 
식민지화'때문이다. 그 결과 민중들의 삶에는 권력을 거부하는 자율적 세계와 
더불어 교육과 언론, 다양한 상징조작 등을 통해 권력이 주입한 지배 이데올로기가 
동시에 지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결과는 혹은 80년대 학생들이 
강철대오를 자랑하며 보여준 '의장님'에 대한 충성은 이런 내적 식민지가 우리의 
일상 속에 얼마나 견고하게 자리잡았는지를 보여주는 예화일뿐이다. 


책은 이분법으로 훈련된 눈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다층적인 불연속전선을 따라 
우리속에 형성된 내적 식민지의 지형도를 그린다. 분단이후 시민적 사회를 
규율하는 이념적 도구인 반공주의를 비롯, 전체주의적 심성과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언어생활, 규율과 복종을 내면화하는 학교교육, 군대생활 등이 주요 지형지물이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한국인의 천박성이며 여성과 외국인을 
소외시키며 괴롭히는 심성도 이런 내적 식민지화의 결과다. 더욱 큰 문제는 이른바 
대안세력으로 자처하고 있는 이들의 사고와 운동방식조차도 이런 식민지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학자를 비롯, 학생운동권 출신인 시민운동가, 건축가, 여성학자, 건축가, 목사 
등이 참여한 책의 체제는 학문적인 편제와 거리가 있지만 그 착안점은 무릎을 치게 
하는 바가 있다. 당연히 책의 결론이 제도적.정치적인 구조변혁에서 권력이 형성한 
내적 식민지화의 타파에 집중된다. 혹은 전통의 이름으로 혹은 민족의 이름으로 
아니면 민중의 이름으로 우리의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일상적 파시즘을 
고사시키지 않는 한 진정한 변혁은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직적인 '지배'구조를 수평적인 '우애'구조로 대체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책이 
의도하는 진정한 혁명이다. 


<김종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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