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123) <stc03-cs.cs.unc.> 날 짜 (Date): 2000년 4월 24일 월요일 오전 10시 30분 47초 제 목(Title): Re: 퍼온글/ 애신각라 ....으음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한국어와 몽골어가 '확실히' 같은 계통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가 없네요. 제 기억이 맞다면 한국어의 알타이어 계통을 처음으로 주장한 사람은 람스테트(Ramstedt?)로서 이미 1920년대의 일입니다. 만주, 터키, 몽골의 세 분파가 정립이 된 것도 최소한 수십 년이 됩니다. (이들 세 분파는 각각 구성원들이 대단히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어서 누가 보아도 한 분파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세 분파들 사이의 연관성을 밝히는 것인데, 아직도 갈 길이 멀죠.) 정말로 한국어와 몽골어의 계통이 같다는 것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이는 실로 획기적인 사건인데 제가 과문한 탓인지 아직 들은 바가 없습니다. (뭐 그래봤자 저도 아마추어니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런 말이 나와서 아직 교과서에 안 올랐을 수도 있지만... 많이 의심스럽군요.) 한국어와 몽골어가 같은 알타이 어족에 속한다고 추정된 지도 몇십 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 학자들이 그 둘을 직접 비교하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단순한 조사 형태의 비교 정도라면 이미 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조사 형태는 언어에서 불변의 요소가 아니므로, 이것만으로 계통을 밝히는 데 확실한 증거는 될 수 없습니다. (예컨대 가장 중요한 조사 중 하나인 주격 조사 '가'는 중세 국어에서 전혀 존재하지 않다가 근대에 갑자기 나타납니다. 제가 아는 한 이것 역시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한국어와 몽골어의 유사성을 연구하는 데 문제가 되는(?) 점은 고려 말기에 몽골 제국이 한국에 큰 영향을 끼쳤던 시기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 시기에 수많은 몽골어 요소들이 한국어에 섞여들어왔고, 따라서 현재 몽골어와 한국어에 유사한 점이 있더라도 이게 고려 말기의 접촉에서 비롯된 것인지 원래부터 같은 뿌리인 것인지 밝혀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고려시대 이전의 고대 한국어에 대한 자료가 워낙 적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