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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MinKyu (김 민 규)
날 짜 (Date): 2000년 1월 30일 일요일 오전 10시 16분 03초
제 목(Title): Re: 16세기였나?



> 일본의 사단급 이상 전투가 서툰건 임진왜란서도 마찬가지..
> 멍청이 신립같은 어설픈 조선군 장수들때매 쪼매 이겼지만..

저도 전공자가 아니라서  확실하게 말씀은 못드리겠지만요,
조금 지나친 단순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은 오랜 기간의 내전이 끝난 직후였기 
때문에, 동시대의 어디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양과 질의
군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조선 침공에 동원된
군대만 해도 10만 명 이상의 규모였다는 것 같은데, 명나라의
'동정군'도 최고 4만 명 정도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것도 보급 문제는 주로 조선에 의존하고요)
이런 규모의 군대를 해협 너머로 원정을 보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무시못할 군사적 능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동시대의
유럽이나 아랍 쪽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당시에 조총과 같은 화기류를 가장  많이 가졌던 나라도
일본이라고 하는 것 같더군요.

일본이 우세한 군사력을 가지고도 이기지 못한 것은, 명나라의 개입,
예상치 못한 의병의 저항, 기후 및 보급 문제로 인한 전투외 손실,
해전에서의 연이은 패배 등등 때문이지, 육군 전투력의 열세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명이 개입을 안했으면? 잘 모르겠는데, 솔직히 일본을 쫓아
낼 수 있었을 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자존심 상하기는하지만요.)

사단급 전투에서도, 일본이 1차 평양성 전투에서는 명군에게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었고, 2차 (아니면 3차) 평양성 전투에서는
일방적인 숫적 열세로, (조선군 + 명군은 4-5만, 일본군은 1-2만) 
작전 능력 보다는 힘의 우위로 조선+명 군이 승리한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후, 벽제관 전투에서 명군에게 승리한
것만 보아도 일본이 사단급 전투에 서툴다고 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리 국사책에서 의병 및  관군이 일본군에게 많은 승리를
거두었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거의 다 성곽에 의존에서
수비전을 펼친 끝에 이기거나, 게릴라 전에서 이긴 것이지,
대규모 군대끼리의 회전이나 공격전에서 이긴 것은 해전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육지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전투에서 조선군이 이긴 일은
거의 없지 않나 싶네요. 하나 예외가 행주산성 전투  정도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역시 수비전이었죠.)

그리고, 패장을 매도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과연 신립이 
'멍청이'에 불과했는지 쉽게 단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조선은 제가 알기로는 상비군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외적이 침입하면 장수가 현지에 가서 군사를 인수하는 
체제(제승방략)였는데, 그런 상태에서 조직적인 공격을 
당했을 때, 미리 장수와 휘하 병력과의 작전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작전의 범위는 제한되지
않나 싶습니다. 배수진을 쳤던 것이, 만용을 부려 한신을
흉내낸 것이라기 보다는, 급히 조직된 군대의 통솔 문제를
고려하고(결국 도망병 문제인가?), 기병이 주력인 아군의 기동력을 살릴 
수 있는 평지를 원했기 때문에 탄금대를 선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상황이 이일이 상주에서 패한 후에 일본군이 조령을 넘었니 말았니
하던 때였으니까, 서울과 조령 사이에서 가능한 남쪽에서 넓은 평지를 
찾는다면 후보지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본 전국시대 말기에 오다 노부나가가 조총의 일제 사격으로 숫적으로 우세한 
기병대를 압도한 사례가  있다는 것을 신립은 몰랐겠죠.
그런 정보가 없었다는 면에서는 '멍청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당시 조선의 분위기로 볼 때, 알기 어려운  정보가 아닌가 싶고, 
무장으로서 '멍청이'라고 하는 것은 좀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신립과 무슨 관계가 있어서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고,
그가 패장이기는 해도, 목숨을 바쳐 싸운 용감한 군인이고,
패전 자체도 개인의 능력 보다는 당시 상황으로 봤을 때
피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는  생각에서 글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일본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뚜렷한 근거 없이
옛날의 일본을 무시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기 전에 
그들에 대해서 더 잘 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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