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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Hyena (  횡 수)
날 짜 (Date): 2000년 1월  4일 화요일 오전 11시 25분 22초
제 목(Title): 노자




요즘 EBS에서 김 용옥 씨가 강연하는 '노자와 21세기'를 두 번 들어봤었는 데, 
공영 방송에서 상소리를 하는 등 소문대로 입은 상당히 험하더군요. 
어떤 신문 기자가 자신의 책인 '노자와 21세기'에 대해서 '대가의 지적 오만'
이라고 비평했다고, 그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한참동안 입가에 침이 하얗게 
마르도록 떠들어 대며 자신의 책을 선전해서 인상이 상당히 안 좋았습니다
그런데, 우연찮게 그의 '노자와 21세기'를 책으로 직접 읽어보니 신문의 비평은
너무 형식적인 것에 치우쳤다는 김 용옥 씨의 말이 과연 맞긴 맞더군요.

그 책을 읽고 노자에 대한 흥미가 동해서 다른 사람이 쓴 노자 '도덕경'의 
주해서를 2 권 더 구해 부분적으로 읽어 보았는 데, 그 중 김 용옥씨의 책이 
가장 뛰어나고도 재미있더군요.
다만, 김 용옥씨의 책은 상권만 나와 있는 탓에 노자 '도덕경'의 앞 부분 
6장만 다루고있어서 노자 전부를 다 실지는 못했습니다.
다음에 나올 김용옥 씨의 중,하권이 기대되는군요.

노자는 서양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번역되고 읽히는 동양의 고전 중의 
고전이랍니다.
오죽하면, 노자를 패러디한 '프로그래머의 도'가 다 나왔겠습니까…
도리어 우리 나라나 비롯한 동양에서는 그리 많이 읽히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군요.
물론, 다들 들은 풍월이 있어서 어느 정도 알고는 있겠지만, 
노자 사상의 핵심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예상외로 드물다고 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동양의 주류 사상 체계인 유학에 의해서 노장 사상이 
사문난적으로 몰려 억압 받은 탓이 크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학은 노자 사상을 받아들임으로써 오히려 더 
발전한 것 같고, 노자의 '無爲, 無欲 등에서 나오는 無의 개념은 
불교의 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는 등, 노자는 거의 모든 동양 사상과 
종교의 원조 뻘이 아닌가 보여집니다.

서양에서는 이러한 노자의 사상이 21세기의 새로운 사상적인 조류로써
유력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고,
그런 바람이 우리나라에도 역류를 해서 요즘 김용옥씨의 강연이 인기를 
모으고 있지않나고도 보여지지만.

노자의 사상의 핵심 개념은 잘 알려져 있듯 '無爲 自然'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자연은 nature만이 아니라 훨씬 범위가 더 큰 '스스로 그러함'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개념은 파괴적이고 비인간적인 산업 문명이 남긴 폐해를 극복하려는 
환경 운동 등의 강력한 정신적인 바탕이 되고, 
개인의 경제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부의 편재를 가중시켜, 
세계 경제를 약육 강식의 킬링 필드화하는 무자비한 신자유주의 경제에 
대한 경고로도 유효하고,
요즘 정치가들에 대한 전세계적인 높은 불만과 불신에서 보는 정치적인 
문제점 등등 오늘날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로서도
 훌륭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노자는 '無에서 有가 나오고 여기서 萬物이 나왔다'고 보고 있는 데
이 것은 현대 이론 물리의 기반과도 일치하는 것입니다. 
입자 물리학에서는 진공의 요동(fluctuation)에서 에너지가 나오고
이 에너지에서 모든 물질들이 나옵니다.(잘 알고 있는 E=mc2에 의해)
노자의 無, 有, 萬物은 바로 입자 물리에서 얘기하는 진공, 에너지, 물질과 
일치하는 것입니다.
이 것은 노자의 사상이 뜬구름 잡는 탁상 공론적인 철학 논리나 
무조건 믿어라는 종교적인 신념이 아니라 실제 세계에 바탕을 둔 진리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무려 2500년 전에 쓴 책이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호소력이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노자를 읽는다는 것은 바로 노자의 '道德經'을 읽는다는 것입니다.
노자가 남긴 책은 불과 5000자로 이뤄진 도덕경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도덕경'의 원문은 어려운 한자도 그다지 많지 않고, 
대구와 반복이 많아 마치 시를 읽고 있는 듯한 운율마저 느껴질 정도로 
읽기 편해서, 굳이 번역을 안 보고 한문 원전으로 읽어도 그 내용이 잘 들어올 
정도로 쉬운 편입니다.
고등 학생 수준의 한자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한자 원문으로 읽는 데도 
그다지 어려움이 없어 보일 정도입니다.
저의 한자 수준이 바로 고등학생 수준이라고 봅니다.
고딩어때 한자 공부하곤 그 후엔 한 적이 없으니 거의 최대로 높이 평가한
것입니다.
도덕경은 그렇게 읽기 쉬우면서도 그 의미는 심오합니다.

그래서인지 노자 '도덕경'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주해서를 낸 
중국 삼국 시대 魏나라 사람인 王弼은 그 책을 낼 때의 나이가 10대였다고 
합니다. 이 키즈에서도 그 누구보다 나이가 더 적었습니다. 
물론, 王弼은 엄청난 천재였긴 했지만…

노자는 그가 남긴 사상을 그대로 실천한 분입니다.
그래서 아직도 노자의 정확한 실명과 생존 연대도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기원전 500년 이전의 사람으로 공자보다는 선배였다는 것만 추정하고 
있습니다.
만일 노자가 그 이름을 남겼다면 그의 도덕경 첫머리에 있는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과 어긋나
그의 사상은 더 이상 道가 될 수 없었겠지요.

이제 새 천년, 새 세기를 맞았고, 뭔지는 자세하게 모르겠지만 시대가 
질적으로 급변해가는 이 시점에서 노자를 읽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맛뵈기로 노자의 '無爲'에 대한 괜찮은 해석을 하나 들어보죠.

'無爲 란 물론 '행위가 없음'(non-action)이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무위도식하거나 빈둥거린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보통 인간사에서 발견되는 인위적 행위, 과장된 행위, 계산된 행위, 
쓸데없는 행위, 남을 의식하고 남 보라고 하는 행위, 자기 중심적인 행위, 
부산하게 설치는 행위, 억지로 하는 행위, 남의 일에 간섭하는 행위, 
함부로 하는 행위 등 일체의 부자연스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행동이 너무 자연스럽고(natural), 너무 자발적(spontaneous)이어서 
자기가 하는 행동이 구태여 행동으로 느껴지지 않는 행동, 
그래서 행동이라 이름할 수도 없는 행동, 
그런 행동이 바로 '무위의 위(無爲之爲)', '함이 없는 함'이라는 것이다.'
( '도덕경' 오강남 역)


PS) 혹시 노자를 모여서 같이 스터디하고 싶은 분 계시면 포스팅하시거나 
저에게 메일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나서서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여럿이 같이 공부하면 훨씬 공부하기도 쉽고,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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