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Gilles () 날 짜 (Date): 1999년 11월 28일 일요일 오후 05시 17분 32초 제 목(Title): 변기. 얼마전 뉴스를 보니 마르셀 뒤샹의 [레디 메이드]였나요? 그 변기 하나 달랑 얹어 놓은 것. 그게 12억을 호가한다는군요. 변기가 예술품이라.. 지금으로부터 훨씬 전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 약 4세기 전 루손(지금의 필리핀)의 상인 하나가 묘하게 생긴 도자기 하나를 가지고 일본에 나타났습니다. 당시의 간바꾸(관백)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거금을 들여 그 기묘한 도자기를 샀죠. ...] 아마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그 그릇을 [다기]로 썼겠지만, 사실 그 도자기의 정체는 서양인 선원들이 쓰는 [변기]였다는군요. 물론 히데요시는 바늘장수에서부터 시작해 일본최고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인지라, 출신 컴플렉스가 심했고, 예술에 대한 심미안보다는 "요란하고 화려한 것, 기괴한 것"에 대한 집착만 있었죠. 물론 예술의 '예'자도 모르는 히데요시가 헛 돈을 쓰고 변기인 줄도 모르고, 차를 거기다 받아 마셨다는 건 지나가는 농담거리에 불과합니다만,.. 당시의 히데요시 곁에는 [센노 리큐]등을 비롯한 당대 다도의 대가들이 구름같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까다로운 판단을 통과하지못한 물품이 관백의 처소에서 쓰일리가 만무하다고 볼 때에, 그 [변기]도 어느 면에서 [다기]로 인정받고, [예술품]으로 인정받을 구석이 있었나 봅니다. ^^;; 물론 마르셀 뒤샹과 미학적 관점은 달랐겠지만, 당대의 일본 다도가들 역시 변기에서 '예술'을 볼 수 있었나 보군요. ^^;; =============================================================================== I must scream, But I have no mouth.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