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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chess (채승병)
날 짜 (Date): 1999년 10월 29일 금요일 오후 12시 29분 33초
제 목(Title): Re: 일본발전이 토끼와 거북이로 설명될�


 하이에나님의 반론을 읽어보며 고견을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약간 제 논지를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지않나 싶어 약간만 보충하겠습니다. ^^;

 제가 지적한 일본 개항기의 혼란은  일본이 타국의 혁명같은 소용돌이를 겪지
 않고 온건히 근대화의 길로 갔고... 그것이 오늘날 일본이 이만큼 성장하게된
 중요한 요인이다.... 라는 하이에나님의 말씀에 대한 반론이었습니다. 일본도
 엄연히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정치세력이 등장하는데 있어  숱한 내분이 있었
 고, 결코 평화적인 방식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본 사회가 시민 의식
 이 성숙될만한 체제는 아직 덜되어서 민중혁명을 통한 대혼란은  없었다 하지
 만, 막말의 민란 또한 매우 격렬했었고 결정적으로 집권세력 판도가 피잔치를
 통해 180도 바뀌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당연히 이는 영국에서 올리버 크롬웰
 이 한번 나라를 까뒤집었던 시기에 비견할만하죠.)

 근데 제가 또 의문을 가지는 것은 사실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프로이센과
 독일제국은 얼마나 온건한? 방식으로 근대화를 했는가...하는 점입니다. 프로
 이센의 지배계급 체제가 17세기 이후 20세기 초 독일혁명이 날때까지 홀딱 뒤
 집힌 적이 있었습니까? 나폴레옹 전쟁을 겪고, 1830년, 1848년 혁명의 기운이
 유럽을 뒤덮을때도 독일은 이를 간단?히 진압했습니다. 융커계급에 의한 지배
 체제는 지속되면서 19세기의 격동기에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단번에 독일을
 통일하고 중유럽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한걸 보면 "체제유지 & 국가발전" 을 이
 룩한 모범생은 단연 독일이겠죠.

 물론, 독일같은 경우 그러한 억압된 체제의 반동으로 결국 20세기 들어와서야
 한때 세계 사회주의 운동의 횃불같은 존재가 되기도 하고 격렬한 정치 혼란이
 있게 됩니다만 그렇다고 독일의 역량이 순식간에 감소하고 주요국가의 반열에
 서 영영 탈락한 증거는 없습니다. (독일은 1차대전 후 10년내에 공업분야에서
 다시 영국을 추월했습니다.) - 독일의 발전 또한 체제 안정이 결정적인  요인
 은 아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일본처럼 200 년간의 지배세력이 홀딱 몰락하고 규슈의 서
 남지방 촌구석 인맥이 급작스럽게 사회 주도세력으로 변화한 것들이  결코 유
 럽의 변화에 비해서 덜 심했다.... 이런 말을 할만한 정도가 아니라고 봅니다.
 꽤 여러 항에서는 1차대전 직후 러시아의 적-백 내전 수준의 혼란과 피해들을
 겪었습니다. (우리로 치면 천대받던 관서지방 사람들이 홍경래의 난 비스무리
 한걸 일으켜서 중앙정부를 전복하고 영남지역을 싹 밀어버린 정도?)

 결국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안정된 체제-온건한 변화 속의 점진적 발전이란
                             ^^^^^^^^^^^^^^^^^^^^^^^^^^^^^^^^^^^^^^^^^^^^
 일본 발전을 설명하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일본의 정치적 환경 변화
 ^^^^^^^^^^^^^^^^^^^^^^^^^^^^^^^^^^^^
 는 당대의 독일같은 국가들보다도 심했다고 볼 수 있을겁니다. 사실 제가볼때
 더욱 중요한 이야기는 하이에나님이 결국 다 말씀하신 것처럼... 막말의 혼란
 과 체제의 급격한 변화들이 오히려 일본의 유신 이후 급격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혼란과 체제 변화와 성장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기보다
 정확하겐 체제 변혁이 그런 원동력에 대한 하나의 indicator가 된다는게 낫겠
 군요.)

 음... 또 퇴보, 정체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퇴보와 정체 이야기는 幕末을 딱
 잡아서 이야기한 것이 아닙니다. 그건 좀더 앞으로 가도 되고, 뒤로 가도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일본이 전국시대를 끝내던 무렵에 적어도 군사력 부문과
 교역 부문에 있어서는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16세기 말 당대
 어떤 서방국가도 일본처럼 조직적인 군대 운용전술을 구가하지 못했으며 대외
 교역 또한 매우 활발했습니다. 그런게 토쿠가와 바쿠후로 들어가면서 지방 세
 력의 발흥을 막고자 이들을 심하게 위축시키죠. (지방 다이묘들의 무장이  엄
 격히 제한되었고, 지방세력의 자본 축적을 막고자 대외교역 또한 통제됩니다.) 
 문화적으론 계속 발전이 있었다해도 이런 부문의 퇴보는 역사상 분명했습니다.


 P.S.
 아, 요즘 키즈에 도통 글을 안쓴다는 지적을  간혹 받고는 합니다만 개인적인
 사정들이 있어서 장문의 글을 쓰기 힘든점 이해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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