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Hyena ( 횡 수) 날 짜 (Date): 1999년 10월 21일 목요일 오후 03시 29분 03초 제 목(Title): 서양 역사의 지배 위의 hobbes님과는 조금 달리 저는 서양이 중세까지는 분명히 동양에 뒤져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서양이 19세기에 들어와 전세계를 지배한 후부터 모든 것이 서양적인 관점으로 바뀌어 동양이 서양에 비해 우월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지금은 보이지만 말이죠. 세계사도 마찬가지로 대체로 서양적인 관점에서 서술되어 있습니다. 정복자가 피정복자의 문화를 비롯한 모든 것을 말살하듯이 서양이 동양을 지배하면서부터 동양적인 모든 것은 열등한 것으로 생각하도록 강요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서양 우월적 관점의 세계사를 고쳐보자고 쓴 역사 책이 있는 데, 그 중 하나가 대만의 謝世輝가 지은 '유럽 중심 사관'에 도전한다' 라는 책입니다. 이 사람은 역사 전공이 아니고 핵물리인가를 전공한 분 인 데 책이 더 재미있더군요. 역사학자가 쓴 것보다 다른 전공자가 쓴 역사책이 대체로 더 재미있는 이유가 뭘까요? 이 책에서는 기존 세계사에서 극도로 무시된 중동의 역사와 유목민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되어 잇습니다. 유럽의 역사를 보면 동양이나 중동에 비해 아주 일천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 반짝한 것을 제외하면 중세까지는 별 볼일 없는 역사와 문화를 지녔습니다. 대표적으로 영국사를 보면 10세기 이전에는 아주 뒤떨어진 상태를 보입니다. 국가를 형성한 것도 10세기 이후로 보입니다. 우리 나라에 비하면 형편없죠. 그래서 영국은 10세기 이전의 역사는 전설 수준입니다. '아더왕과 원탁의 가사', '트리스탄과 이졸데' 같은 얘기가 모두 10세기 이후에 널리 퍼진 전설화된 그들의 역사 같은 것으로 봅니다. 사실 실존의 아더왕은 6세기(?) 경에 앵글로 색슨족의 침입에 맞서던 원주민인 켈트족의 영웅이라더군요. 유럽의 인종은 크게 봐서 대체로 게르만족으로 이뤄져 있는 데, 그 게르만 족들이 4세기 훈족의 침입 이전에는 숲속에서 현대 서양적 관점으로 보면 아주 야만적으로 살았다더군요. 게르만의 이동 이후 전유럽의 역사를 게르만족이 세운 국가들이 주도하는 데, 그들은 바로 야만 상태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중세까지는 이렇다할 역사와 문화가 없었습니다. 유럽이 이런 침체 상태를 벗어난 것은 잘 알고 있듯이 십자군 전쟁을 통해 그 당시 최고 선진 문화인 이슬람권 문화를 흡수하면서 였습니다. 그 이전에는 식사도 원시인들처럼 맨손으로 하다가 사라센에서 숫가락(포크?)을 들여와 처음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근대로 들어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발명품인 화약, 종이, 인쇄술도 다 중국에서 들여온 것입니다. 謝世輝는 그리스 문화는 동시대의 중국, 인도, 페르시아 문화보다 열등한 것이었고, 로마도 동시대의 이슬람의 파르티아에 패배하는 등, 무력으로도 최강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이런 서양이 동양을 추월한 요인 2가지를 들자면, 상업의 발달과 식민지 개척 이었다고 봅니다. 사실 상업의 발달이 식민지 개척에 나선 동기가 되었으니, 상업의 발달이 핵심적인 요인이었다고 역사학자들은 지적합니다. 중국도 상업이 발달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았습니다. 사실, 한 나라 사마천 같은 경우 그 시대에 이미 상업의 중요성을 간파해서 자유 시장 논리를 폅니다. 이 논리는 서양에서는 17세기(?) 아담 스미스에 와서야 나타나죠. 송나라의 왕안석은 국가가 개입하는 케인즈 경제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나 우리 나라 같은 유교 문화권의 경우는 대체로 사농공상이라고 해서 지배층이 의도적으로 상업 억압 정책을 폈습니다. 그런 탓에 중국은 계속 왕조만 뒤바뀌는 순환적인 역사를 되풀이합니다. 이런 중국사의 순환을 분석한 것이 비트포겔의 '수력 사회 이론'입니다. 유럽은 상업의 발달로 금융이 나타나고, 상업적인 마찰을 해결하기 위해 상법이나 민법같은 법제가 갖춰져 근대 국가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갑니다. 이런 유럽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식민지 착취였습니다. 식민지는 유럽이 결정적으로 도약하게 되는 든든한 재정적인 뒷받침이 되었습니다. 자세히 따지고 보면 유럽의 발전은 다른 세계의 피를 빨아서 성장한 흡혈귀적인 면이 두드러집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의 영화에서 뱀파이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이러한 흡혈귀적인 성격의 토대 위에선 유럽 문화가 무의식적으로 뱀파이어에게 친근감을 느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0세기에 들어와 서양의 몰락이니하면서 유럽의 사양길을 예견하는 관점이 상당히 팽배해 졌습니다. 그러면서 그 대안으로 동양의 문화와 철학이 제시되고 동양이 21세기에는 세계사의 주역으로 등장하리라고 보지만, 저는 아직 시기 상조라고 봅니다. '신중국사'를 저술한 존 페어뱅크는 유럽이 동양을 확실하게 추월한 것은 19세기 이후에 들어와서라고 봅니다. 페어뱅크는 18세기 중반까지는 중국이나 유럽의 겉모습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그는 보고 있습니다. 아마 19세기에 들어와서야 식민지 착취가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와서라고 봅니다. 따라서, 유럽 문명이 전세계에 득세하게 된 것은 불과 200년이 채 안됩니다. 아직은 굉장히 젊은 문명이고 성장의 가능성이 더 있습니다. 반면 중국 같은 문명은 제자 백가가 화려하게 등장하는 춘추 전국 시대 이후 거의 3000년에 가까운 노쇠한 문명입니다. 따라서, 이런 젊은 유럽 문명의 득세는 당분간은 최소한 몇 십 년 이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지난 10년간 이룩한 구조 조정의 성공에 따른 세계화 논리를 전세계에 유포하는 것이 그 단적인 예입니다. 서양의 무력으로 말살된 동양의 역사와 문화가 부활하거나 유럽의 기계 문명 패러다임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동양에서 나오지 않는 한 유럽 문명과 역사의 패권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