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Gilles (reverseyed) 날 짜 (Date): 1999년 10월 9일 토요일 오후 02시 49분 22초 제 목(Title): Re: 한단 고기를 읽고서 저도 Minkyu님 의견에 동감합니다. 농업 생산성에 주목하고 싶은데요. 많은 인구가 유지되려면, 그 인구를 먹여 살릴 [열량의 공급]이 필수 전제가 되야 합니다. 즉 쌀과 같은 [열량 공급]면에서 효율이 높은 작물이나 아니면 식용 대형 포유류의 대량 가축화가 있기 이전에는 힘들죠. 가능성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면: 1)농업에 의한 인구 부양: 공자가 살던 춘추시대에조차, 동북아시아의 주요 작물은 기장, 수수였다고 합니다. 즉 농업 재배할 수 있는 식물의 품종이 다양하지 못할 뿐더러, 재배하던 품종의 농업 생산성이 뛰어나지도 못했죠. 더구나 만주, 몽고 지방은 작황이 예로부터 그다지 좋지 않은 곳이고, 당시 농업 생산성이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으니, [농업]에 의해 그 많은 인구가 유지되었다고는 생각하기 힘든데요. 2)포유류 사육에 의한 인구부양: 당시에 대형 포유류의 대규모 사육이 제대로 실행되었다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우선 품종은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었겠죠. 소, 개, 염소, 말, 돼지등 대부분의 가축화에 성공한 품종들이 동북아에 흘러 들어왔을 수는 있겠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었을지 의문인데요. 대규모 사육이 되려면, 우선, 대규모 사육에 따르는 가축의 역병(질병, 돌림병)등에 대한 대처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고,(필수가 아닐까요?) 사육된 가축들이 식량이 되어, 곳곳으로 운반될 운송수단의 완비, 그리고 저장수단의 완비들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겠죠. 그리고 식량공급과 늘어나는 인구에 의한 식량 수요를 맞추기는 모든 정보가 체계화되어 있는 현대에조차 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당시에 대규모 포유류의 집단 사육을 위한 사회 체계 및 상업 시스팀이 완비되어 있었다고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을런지? =============================================================================== 위의 사실들은 고고학에 의해서 검증을 받을 수 있겠죠. 만약 당시의 유적에서 여러 품종의 곡물들(특히 쌀,밀)등의 재배증거가 발견이 되던가, 가축의 집단 사육에 대한 증거가 확보되던가 하면, 어느정도 많은 인구를 가진 제국이 존재했다는 작은 근거가 될 수는 있겠죠.(그래도 1억 8천만은 넘..^^;;) =============================================================================== 근데 사실 1억 8천만이라는 숫자의 진위를 두고 '한단고기'라는 사서의 가치가 좌우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원래 동양인들 특히 과거의 동양인들은 '숫자'에 대한 개념이 좀 희박하잖아요. 공자의 [춘추]나 사마천의 [사기]도 거기 나오는 숫자를 모두 신용할 수는 없겠죠. 고대 동양의 역사서에 나오는 숫자들은 [과학적]인 의미가 아니라, [철학적]인 , 혹은 [감정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즉 한단고기를 비판하는 근거로 거기 나온 숫자를 짚고 넘어가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한단고기의 숫자에 너무 집착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 역순(逆順)에 이문(二門)이 없고, 대도(大道)는 오로지 마음에 있을 뿐, 25년의 인생, 헛된 꿈에서 깨어 보니, 천지(天地)는 일원(一元)으로 돌아 가는구나...-1582년 6월, 아케치 미쓰히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