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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chess (채승병)
날 짜 (Date): 1995년08월07일(월) 17시00분45초 KDT
제 목(Title): 충무공과 넬슨의 비교 - 군인적인 면


 Hobbes님의 글은 잘 읽었지만 넬슨 제독과 이순신 장군을 비교한 점에서 제
기준으로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군요. 

 일단 넬슨 제독의 전술 및 전략적 지휘능력에 대한 자세한 고찰이 없으며 그에
상당한 충무공의 능력 비교가 좀 미흡한 것 같고요, 그리고 충무공에 대한 고찰은
군인으로서의 능력이라기 보다는 인간적인 면으로 치우치신 것 같습니다.

 제 시각으로는 이 두분을 비교하려면 일단 인간적인 면이나 정치적인 면은 참고로
하고 우선은 군인으로서의 능력을 비교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합니다.

 넬슨 제독의 전술, 전략적 면을 단순히 해전 잘하는 영국인 특성 땜에...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넬슨 제독을 비하하는 것이지요. (일본인과 대화할 때 조선의 대포가 
화력이 세고, 전함이 튼튼해서 이순신은 이겼을 뿐이다...하면 할말이 없잖아요?)
해전도 단순한 화력 싸움만은 아닙니다. 해전도 상상외로 기동이 대단히 중요한거죠.
오히려 임진왜란의 해전은 그 전장의 크기가 매우 좁은 곳에서 주로 일어났습니다.
섬과 섬으로 둘러싸인 그런 연안의 만에서 벌어지고 기동전을 배제한채 화력전으로
주로 승부를 갈랐지요. (한산대첩은 기동의 승리가 아니라 신묘한! 전력배치에 의한
승리입니다) 그러나 넬슨이 활약한 탁트인 대양에서의 전투는 긴급한 함대기동에
의한 전술을 쓰지 않으면 전력에 상관없이 이길 수 없습니다.

 트라팔가 해전에서만 하더라도 전력비는 전열함 27:33으로 스페인-프랑스 연합함대
수가 더 많았습니다. 이때의 거대 전열함의 단순 교전상황에서는 양 함대가 평행한
침로를 잡고 측면화력을 교환하는데, 여기에 추가한 긴급기동으로 적을 분쇄하는
것이 큰 관건이지요.
 트라팔가 해전은 넬슨이 전력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긴급기동 명령으로 승부를 
가르게 됩니다. 평행침로를 잡을 즈음에 급선회하여 프랑스 함대의 허리를 갈랐죠.
        
                                              ^
                                              |
                          ------------->      | 프랑스-스페인
                         /                    |  연합함대
              영국함대  /                     |
                       |                      |
                       |                      |

 그러나 실제 이런 형식의 기동은 말은 쉬워 보여도 대단히 어렵습니다. 진열을
짜고 있는 함대가 그 진열을 유지하고 선회돌격기동을 하는 것은 지휘관의 능력과
함대의 평상시 훈련상황에 크게 좌우됩니다. 충무공이 평화시에 거북선을 만들고
함대를 충분히 훈련시킨 업적이 크듯이 이 정도의 긴급기동을 전열함의 충돌 없이
이뤄내도록 단련하는 것은 단순한 영국 수병들의 우수성만으로는 불가능하지요.

 한마디로 넬슨은 대영제국 함대의 제독답게 잘 단련된 수병의 전투능력을 믿고 
함대의 기동력을 십분 활용, 전술적 효용을 극대화시킨 역시 뛰어났던 장군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위의 전술은 육상의 전격전 전술과 유사한 기동입니다)

 그와 비교할 때 충무공은 어떠한가? 조선 수군은 객관적으로 봤을때 풍력보다는
노젓기의 동력을 주로 활용했으므로 선회기동, 반전기동 등 보다는 중압기동 및
압착기동 등의 전술이 적합하다는 것을 인지하셨습니다. 즉, 조선의 노는 보통 지금
쓰이는 평노가 아니라 곡노로서, (조선의 노는 끝이 둥그렇게 굽어있어 앞뒤로 젓는
것이 아니라 위 아래로 저었습니다.) 편진을 유지한채 압착기동을 가하면 노가
손상받지 않은채 화력과 방어력에 의한 충격을 최대화 할 수 있었지요. 
 (넓은 바다, 즉 출구가 훤히 터져있는 해상에서는 압착기동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한산해전의 학익진이 이 전형적인 예로서 적의 출구가 확보되지 않는 만에서 
학익진을 유지한채 압착기동을 가하면 구조적으로 방어력이 취약하고 중장거리 화력
에서 열세인 일본수군은 그대로 무너지죠. 

 또 한편, 명량해전의 경우는 열세가 너무도 커서 넓은 만에서 상대하면 꼼짝없이
붕괴하므로 좁은 수로의 출구측에서 계속 중압을 가한거지요. 실제 그곳의 지형에
근거한 전황을 추론해보면, 조선 수군전선 12척과 동시에 교전 가능했던 배들은
10여척밖에 될 수 없었다는 결론에 나옵니다. 그러니까 나머지 배들은 수로 안에서
주욱~ 줄 서있고 맨 앞에 선도하는 선도함들만이 전투를 벌일 수 있었지요. 거기에
일본수군의 화기 사정거리는 극히 짧으므로 정말로 뒤쪽의 배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단순히 앞의 배가 부서지면 그 뒤의 배가 나가서 싸우다 또 부서지고...
그러다가 나중엔 조류에 휘말려 자기들끼리 엉켜 박살나고.

 노량해전에서는 역시 좁은 수로 안에 늘어서 탈출준비하는 적선의 진형을 강력한!
중압을 가해 밀어붙였습니다. 배와 배가 부딪히면 백이면 백으로 일본 전선이 박살
난다는 이점을 활용해 정면으로 수로를 가로지르며 앞에 있는 배들은 정면충돌로
박살내고 측면에 노출된 적선은 근거리 화력으로 제압했습니다. (그런데 이 전술은
부득이 일본 수병과의 직접교전- 칼싸움 내지는 백병전-이 불가피한 것이라서 이때
또한 조선 수병의 사상자도 많이 났지요) 그 바람에 노량 일대 수로 전체가 박살난
적선으로 덮혔다고 하지요.

 충무공이 벌였던 전술은 그야말로 공격대형의 승리였습니다. 그때그때 적절한 공격
편진을 잘 짠 후에 압착기동 및 중압기동으로 일궈낸 승리지요. 이것도 사실 대단한
것입니다. 함대의 전열을 교전 직전에 잘 짜는 것과, 그 전열을 교란당하지 않고
고스란히 십자포화를 퍼붓는 컨트롤은 세심한 전황분석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매우
어려운 기술입니다. 그러니까 그 당시 충무공의 함대통제능력이 매우 우수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지요.

 사실 비교할 점은 많으나 이 정도로서 알 수 있는 것은 넬슨 제독과 충무공 모두
함대통제능력이 대단히 우수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동능력의 차이에서 넬슨은
대양해군을 통제하므로 긴급교전 및 급기동을 주로하였으며, 충무공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에 근거한 지형 분석에 의해 싸우기 좋은 위치와 편진을 미리 잡아놓고 거기서
적을 압착기동 및 중압기동으로 요리하였죠. 이 양 방법의 차이를 두고서는 기본적
상황이 이질적이기에 딱부러지게 비교할 수 없습니다. 
 충무공의 전사상 높이 평가되는 업적은 해전에서 보기힘든, 이러한 교묘한 지형과
장비의 우수성을 십분 활용하여, 마치 한신이 해하의 전투에서 보인듯한 (초한전의
마지막 해하의 전투에서 항우군을 한신군이 편한 지형으로 유인하여 지형을 최대한
활용, 항우군을 거의 전멸시켰죠) 전술을 교묘히 쓴 것입니다.
 그에 반해 넬슨이 처한 전장은 원래 망망대해라서 그에 맞는 전술을 쓴 것이고요.

 충무공의 전사에서 넬슨이 주로 처했던 그러한 넓은 대양에서의 기동전은 볼 수 
없고, 넬슨은 그렇게 우리나라 남해처럼 복잡한 지형에서 싸워본 적도 없기 때문에
이 두분이 각각 이질적인 상황에 놓였다면 어쩔지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충무공께서 만약 넓은 대양에서 기동함대를 거느렸다면 어쩔지는 모르는 일이고 
넬슨이 한국의 좁은 수로에서 함대를 이끌었다면 어쨌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분히
보면 충무공은 본디 수군 장수가 아니라 육군 장수였기에 해전에서도 육전과 같은
이론을 많이 쓰신 걸 알 수 있으니까요. (그때 육전에서 대 기동전은 힘들었죠)

 단지, 충무공은 12:133이라는 명량해전의 대 열세를 극복했다는 전과가 아무래도
대단히 높은 점수를 줘야겠군요. 물론 넬슨도 아부키르만에서 몇배의 프랑스해군을
격파했다고는 하지만 그토록 큰 열세에 처해본 적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정치적인 면이나 인간적인 면의 참고사항은 다음 글에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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