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Hyena ( 횡 수) 날 짜 (Date): 1999년 10월 3일 일요일 오후 12시 33분 37초 제 목(Title): Re: 한단고기의 논란.. 저도 어제 역사 스페셜을 아주 흥미있게 봤는 데 참 안타까운 일이 더군요. 기존 역사 학계와 재야 사학자들이 한단 고기를 바라보는 입장들이 각기 이해돼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양측 모두 지나친 흑백 논리적인 면을 보이고 있더군요. 한단 고기가 상고사의 자료로는 하등의 가치가 없다는 입장(특히 서울대의 노태돈인가하는 교수)과 정 반대 입장의 극한 대립 양상을 띄고 있는 듯이 보여서 상당히 언짢게까지 느껴지더군요. 한단고기 중에 삼성기 부분은 다른 사료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라 전혀 근거가 없는 바도 아니고, 역대 단군의 기록은 삼국 유사에서처럼 한 명의 단군이 2000년을 지배했다는 것보다 설득력이 있고, 천문학적으로 연대를 조사한 것과 일치하는 내용도 있는 등… 한단고기의 내용이 전적으로 사료적 가치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부분들도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후대의 가필과 조작 등 더 많은 부분에 문제점이 있으면 사료로서의 가치는 떨어지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상고사에 대한 거의 유일한 역사적 기록으로서 남아있는 한단 고기의 존재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기원전 3000년 이전의 기록은 역사 시대가 아니라 선사 시대의 기록이라 이미 역사 자료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그 시대의 기록으로서 현대 역사학의 입장에서 본 신빙성 있는 사료를 요구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삼성기 부분에 적힌 내용은 문자로 기록된 것이 아니라 구전으로 전승돼 오던 것이 후대에 문자가 나온 후에야 기록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 것은 역사라기 보다는 오히려 신화에 더 가깝다고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신화를 전부 허무맹랑한 얘기로 돌릴 수 도 없습니다 세계사에서 일부 신화들은 사실로서 밝혀진 예가 실제로 있으니깐요. 역사학에서 이러한 시대를 다루지 않는 것도 아니고, 이미 상고사로서 다루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체계화된 역사학과 같은 검증을 요구하는 엄밀한 태도보다는 좀 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단 고기의 내용이 대부분 위작이 아니라면 선사 시대에 대한 기록 자체가 남아있다는 것부터가 도리어 엄청난 행운으로 봐야 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그러한 시대의 기록으로서는 위작 조차도 없을 것입니다. 기존 학계에서는 한단 고기를 위작으로 몰아 부치지만 기존의 역사도 일제에 의해 위작됐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로 위작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똥 뭍은 개가 재 뭍은 개 나무라는 격입니다. 우리나라 학계의 권위적인 풍토의 문제점은 굳이 얘기할 필요도 없이 지양 돼야 할 점이라고 봅니다. 재야 학계의 엄밀하지 않는 주장과 인신공격적 언사도 근절돼어야 겠지만… 이러한 면은 어느 분야에서나 다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그 분야의 연구를 외면한다면 그 것은 학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우리 상고사의 규명에 대한 노력들이 좀 더 필요할 때라고 봅니다. 기존 역사 학계와 재야 학계, 양측 다 좀 더 서로에게 개방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한 떄라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