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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8월  5일 목요일 오전 12시 40분 54초
제 목(Title): 한21/인터뷰 진중권 


"극우와의 싸움은 지속된다" 


지성/진중권 인터뷰

사상적 맥락에서 한국사회를 비판해온 진중권(36)씨의 ‘엑스 리브리스’ 연재를 
일단락지으면서 그와의 인터뷰를 마련했다. 진중권씨는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박사과정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오는 8월 말 귀국할 예정이다. 


-‘엑스 리브리스’ 연재를 마치는 소감은. 

=성도덕의 문제, 언어관의 문제, 정체성의 문제 등이 남아 있는데 지면사정과 
개인적 계획이 맞지 않아 유감이다. 이왕 시작한 일이니 다른 지면을 빌려 하던 
얘기 계속할 생각이다. 

-지금까지 해온 작업을 스스로는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조커의 장난’? 혹은, “우리 사회의 이념적 별자리를 그리고, 과격한 담론들의 
빈약한 토대를 무너뜨리며, 합리적 논증에 근거한 새로운 이념을 모색하는 
작업”이다. ‘엑스 리브리스’는 나중의 본격적 작업을 위한 스케치다. 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 이념이란 게 원래 이런 거다. “어, 그거 그냥 해본 
생각이었는데….” 

-우리 사회에서 민감한 문제를 건드려 독자의 반론이나 반박이 많았을 텐데, 
기억에 남는 의미있는 반론은 어떤 거였고, 어떻게 대응했는가. 

=동양학을 하는 분과의 논쟁이었는데, 함재봉 교수의 유교문화에 관한 재해석 
문제를 두고 몇달 계속됐다. 처음에는 대개 텍스트의 오독에서 비롯한 논쟁이라 
욕설로 시작한다. 그러다 논쟁이 좀 진행되면 태도가 다소 누그러지고, 마지막엔 
서로 배울 점을 챙기고, 심지어 정까지 들어 바이바이…. 

-베를린자유대학에서 미학과 해석학을 연구했는데, 연구성과를 독자에게 
소개해달라. 

=미학과 해석학은 곁다리고, 실은 비트겐슈타인을 주로 공부했다. 패러그래프 
네댓개를 해석하는 작업이라 성과라 부르기는 뭐하고…. 비트겐슈타인의 사적언어 
논증에 대해 ‘약한 해석’과 ‘강한 해석’이 있는데, 이중 ‘강한 해석’을 
옹호하는 작업을 해왔다. 약한 해석이란 개인이 사적언어를 만들 수 있다는 
관점이고, 강한 해석이란 언어가 사회적 산물이므로 개인이 사적언어를 만들 수 
없다는 관점이다. 나는 이를 개인주의의 문제와 연관해서 바라본다. 

-독일에서 바라본 한국사회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가령 ‘<조선일보>의 사상검증 소동’은 20세기의 마지막 희극이다. 내각제 
논의는 시민이 빠져 있고…. 자기들끼리 얘기만 통하면 헌법도 바꿀 수 있다? 최근 
황태연씨는 “진보정당이 필요없다”고 했다. 모든 시민은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에 
표를 던질 권리가 있는데, 나 같은 사람은 그 권리를 행사할 “필요가 없다”? 
웃겨요. 자기가 뭔데. 그 이유도 재미있다. “분단상황”이라서. 내 참…. 

-학위를 마치지 않고 귀국한다고 했는데 사정을 밝힐 수 있으면 밝혀달라. 

=유감스럽게도 내 학문 능력에 대해 지도교수와 나의 의견이 다르다. 이제 와서 
다른 곳으로 가려면 최소한 5년은 더 있어야 한다는 얘긴데, 마침 돈도 없고 여기 
생활도 싫증나고, 그래서 “Schluss damit(이제 그만)!” 

-귀국 뒤 계획은. 

=첫째, 전문적 이론작업, 둘째, 대중을 위한 글쓰기와 현실에 개입하는 글쓰기, 
셋째, 시민운동 단체에서 활동. 전문적 이론작업이란 사적언어 논증, 언어철학사, 
포스트모던의 관점에서 본 근대미학사 등을 정리하는 일이다. 대중을 위한 
글쓰기로는 당장 걸려 있는 게 ‘성의 미학’, ‘언어 비판’, ‘엑스 리브리스’, 
‘미학 에세이’ 등이다. 

-새로운 잡지를 만드는 일에도 참가한다고 들었다. 어떤 사람들이 함께하며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건가. 

=시인 김정란씨, 에세이스트 홍세화씨, 문화비평가 김규항씨와 내가 편집을 맡고, 
임지현 교수와 작가 고종석씨도 고정 필자로 참여할 것이다. 인터뷰와 기사를 
혼합한 양식의 잡지로 알고 있다. 이념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먼저 합리적 토론과 
논쟁의 장을 마련하는 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진보든 리버럴이든 보수든 합리적 
논증을 할 의사가 있는 분이면 모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우리 사회를 
성숙한 시민사회로 바꾸어놓기 위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을 의제로 삼아 대중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앞으로 어떤 사상투쟁 또는 이념적 전투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좌·우익의 전체주의, 천박한 자유지상주의, 그리고 최근에 다양한 시도가 나오고 
있는 한국 근본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경계할 것은 이념 자체가 아니라 
극단주의다. 자기가 합리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만큼만 얘기하는 게 중요하고, 
이 점만 지킨다면 어느 이념을 갖든 그건 개인의 자유다. 그리고 이 이념들 
사이에는 홍세화씨가 말하는 톨레랑스가 필요하다. 단, 합리적 소통 자체에 
적대적인 극우파들, 이분들은 애초에 사상이라는 게 없고 원시적 감정뿐이니, 그 
수준에 맞게 대접해줄 필요가 있다. 침팬지의 재롱을 보며 조롱과 경멸을 보내주는 
것, 그것이 심심한 지식인 공동체의 소일거리로 남을 것이다. 

-그 밖에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조선일보> 사절하자. 웬만하면 <조선일보>에는 글 주지 말자. 그래야 
<조선일보>가 더 웃겨지지 않겠는가. 

정리/ 이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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