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9년 5월 30일 일요일 오전 08시 56분 48초 제 목(Title): Re: 홍수 설화 >작년인가의 양자강 홍수 정도는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일어나는 >너무 흔한 일이라 특별히 설화라고 하기엔 무리라고 봅니다. 죄송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앞글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고대문명이 발생한 지역의 홍수규모를 한강둑이 넘쳐서 구로동이 발목까지 물이 차오르는 정도로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문명발상지의 강들은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큰 홍수가 나면 (문명시대 이후와는 달리 홍수방지시설이나 배수시설 관개시설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을염두에 두십시요.) 정말로 엄청난 수량의 물이 광범위한 지역을 뒤덮습니다. 선사시대인들의 스케일로 봤을때 세계가 물에 잠긴것처럼 보였을 것이고 `설화'가 되기에 충분히 큰 사건 이었을 것입니다. `어느시대 어느 곳에어산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바로 그때문에 전세계에 홍수전설이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고도 말할 수 있읍니다. 저도 제 이론(?)이 꼭 맞다고는 자신하지 못하지만 횡수님이 말씀하신 반론은 그런 이유로 해서 제 상상(?)을 반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규모 하천의 대규모 범람은 `설화'가 되기에 충분할만큼 선사시대인에게 위협적이었고 또 흔한일이기에 전지구적으로 홍수설화가 유표되어 있는 것입니다. (물론 흔하다고 해도 그건 수백년정도의 스케일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지금보다 평균수명이 짧았던 선사시대에 이런 대규모 홍수를 한 세대에 몇번씩 겪지는 않았겠지요. ) >설화나 신화는 선사 시대에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 권력이 체계화 돼지 않은 선사 시대 사람들의 얘기가 구전으로 내려온 것이라 >정치적이나 어떤 다른 의도로 조작돼는 것같은 황당무계한 뻥이 아니라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한 얘기가 내려오면서 재미있게 각색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 각색을 약간만 치우고 보면 거기에서 선사 시대의 사건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횡수님, 저도 신화학은 잘 모르지만 적어도 오다가다 줏어들은 바에 의하면 신화학의 기본은 오히려 그 반대라고 알고 있읍니다. 정치적이거나 다른 의도로해서 인위적으로 조작되지는 않았다는 데는 저도 동의하지만, 신화에는 복잡한 상징, 비유, 과장 등등이 마구 뒤얽혀있기 때문에 `각색을 약간만 치우고 보면 선사시대의 사건이 보이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 오히려 신화학 혹은 신화읽기의 기본이 아닌가요????? 단군신화의 웅녀전설을 해석할 때, 실제로 곰이 사람이 됐다고 혹은 환인이 천제의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하나도 없을 겁니다. 이 부분은 과장이고 비과학적이니 그렇다 쳐도, 실제로 `환인'이라는 사람과 `웅녀'라는 여자가 결혼한 사실은 (이건 비과학적인 요소가 없지요) 있었다고 해석하지 않을걸요? 제가 아는 단군신화의 정설..혹은 유력한 해석은 `환인', `웅녀(곰)' `호랑이'는 각각 한반도 외부에서 도래했거나 그이전에 토착화해 있던 여러 부족 (아마도 곰이나 호랑이를 토템으로 숭앙하던) 간의 관계를 나타낸 것입니다. 그나마 이게 후대로 내려오면서 `곰처럼 참을성이 있어야 사람이되는 보상을 받는다'라는 아동용 교훈(?)까지 짬뽕되어 버립니다. 이처럼 신화가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반영하는 것은 맞지만, 횡수님 생각처럼 약간의 각색만 지우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잡하게 뒤얽혀있는 상징 비유 과장 후대의 왜곡 등등 때문에 실제사건이 무엇이엇는지 알아내기가 무지 까다로운 일입니다. (사실 쉬웠으면 신화학자들은 벌써 다 직업잃었겠지.) 신화학의 해석이 꼭 맡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횡수님의 의견 `약간의 과장만 지우면 신화는 실제사건이다'는 제가 줏어들은 신화해석법과는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따라서 저는 여전히 `홍수설화의 전지구적인 분포가 전지구적인 규모의 대규모 홍수가 실제로 있었음을 증명한다'는 이론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land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