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Hyena ( 횡 수) 날 짜 (Date): 1999년 5월 25일 화요일 오후 07시 51분 01초 제 목(Title): 게으를 수 있는 권리 1. 전에 다른 비비에 '호모 농땡이우스'란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 글의 주제는 인류 문명은 농땡이를 칠수록 발전한다는 것이었다. 아마 인류학적 용어로 호모 루덴스(유희적 인간)와 비슷한 것이지만 당시에는 그런 용어가 있는 지도 잘 몰랐었다. 그러다 최근에 폴 라파르그의 '게으를 수 있는 권리'라는 책을 보게됐다. 읽어보니 내가 전에 쓴 글과 주제면에서는 거의 일치하는 것이 아닝가? 사실 그 글을 쓰면서 나의 인간적인 단면을 드러내는 거 같아 쪽 팔린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 데... 여기 나하고 똑 같은 인간이 또 있었던 것이다. -_-;; IMF를 맞아서 실업자들이 득실거리는 지금 근로 기준법에 따른 8시간 노동을 지키라고 외치는 것은 복에 겨운 소리로도 들릴 듯싶다. 지금 대기업에 있는 사람들은 휴일도 없이 일하고 있다. 전국민 힘을 모아 이런 어려움을 헤쳐나가자고 한다. 결국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약자인 서민들만 가혹하게 몰아 부쳐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역사적으로 너무도 써 먹은 낡아 빠진 구호라는 것을 라파르그의 '게으를수 있는 권리'(조 형준 역, 새물결, 1997)를 보면 알 수있다. 라파르그의 이력을 살펴보자 폴 라파르그( Paul Lafarge) 1842년 쿠바의 산티아고에서 프랑스계 유태인 어머니와 스페인계 어머니 사이 에서 태어남. 1861년 툴루즈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후 약학을 공부하러 파리로 갔다가 파리 대학에 편입, 의학으로 전공을 바꿈. 1865년 파리 리에쥬에서 열린 제 1차 국제 학생 대회에 참가 2년 정학 처분을 받기도 함. 그 후, IWMA(국제 노동자 연맹)에 깊숙히 관여. 1866년 2월 의학을 공부하러 영국으로 건너갔다가 그 곳에서 IWMA의 적극적인 조직원이 되어 수차례 투옥되기도 하면서 정력적으로 활동. 1868년 칼 막스의 딸 라우라와 결혼. 그 후 영국에서 잠시 의사 생활을 하기도 함. 1880년 '평등'지에서 일하면서 이 소책자를 연재함. 1882년 파리로 돌아와 사회주의 성향의 출판사에서 무보수로 일하면서 막스주의자가 되어 정력적으로 활동함. 70세에 이르러 아내 라우라와 함께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됨. 2. 무엇보다 먼저 라파르그는 예수의 설교에서 주장의 근거를 든다. 예수는 산상 수훈중에 게으름에 대해 설교한다. '저 꽃들이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해보라. 그 것들은 수고도 아니하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결코 이 꽃 한송이 만큼 화려하게 차려 입지는 못했다.' 원시 시대에는 하루 3-4시간의 노동만으로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래도 원시인들은 체격적으로도 매우 훌륭했고, 철학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과 여유까지 가지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대에는 노동을 천시했다. 그래서 노동은 노예들에게 시켰다. 그러나 노예들도 일년에 115일의 휴일을 가졌다.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투스는 '나는 그리스인들이 노동을 경멸하는 것을 이집트인에게 배운 것인 지 알 수없다. 왜냐하면 트라키아인이나, 씨시아인, 페르시아인, 리디아인들도 똑같이 노동을 경멸하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대부분의 미개인들 사이에서도 기계를 다루는 기술을 배우는 사람의 아이들이 가정 비천한 사람으로 간주돼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모든 그리스인들은 이 원리에 따라 길러졌다.' 플라톤은 '자연은 구두쟁이도, 대장장이도 창조한 적이 없다. 그런 직업은 그러한 일을 익히는 질을 떨어뜨린다. 이름도 없이 미찬하고, 천박하고, 돈받고 일하는 자들은 바로 그러한 신분때문에 정치적 권리를 누릴 수 없다. 거짓말하고 사기치는 데 도가 튼 상인들은 도시에서는 그저 필요악일뿐 이다.' 줄리어스 시이저는 '금전을 대가로 노동을 파는 사람은 다름아닌 자기 자신을 팔게되며 또한 스스로를 노예 계급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다.' (주: 여기서는 노예나 노동를 멸시하는 생각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가 아니다. 단지 그리스 로마인들의 생각인 것이다.) 중세에 오면 휴일은 90일로 줄어든다.(일요일과 종교적인 휴일을 합해) 평일에는 9 시간씩 노동을 했다. 1800년이 돼자 종교개혁등의 영향으로 종교적인 휴일은 대폭 무시돼고 하루 평균 14시간 노동을 해야 했고, 공장주들은 12세 미만의 어린이를 더 선호했다. 1880년대에 이르러 영국에서야 비로소 주당 52시간 노동으로 줄어들 수 있었다. 산업 혁명의 시대에 자본가는 이윤을 더 늘리기 위해 자본 주의 경제학자, 사상가, 성직자와 더불어 노동의 신성을 그 윤리적 근거로 노동자들에게 가혹한 노동을 강요했다. 이 노동 신화에 따르면 '부는 그 인내와 근면함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에따라 노동자들은 거의 하루 종일에 가까운 노동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 결과 그들이 얻은 것은 하루 하루 연명할 수 있는 식비에도 빠듯한 임금이었고, 거의 완벽하게 휴식과 여가를 박탈 당함으로써 육체와 정신이 혹사돼고 기계화돼는 결과를 나았다. 그들은 대부분 영양 부족과 지극히 비위생적인 환경에 시달렸다. 이러한 노동 신화는 근대 산업 사회의 많은 부작용을 불러왔다. 노동자들의 과잉 노동은 과잉 생산을 가져오고 이 것은 구매자의 부족으로 잦은 공황을 불러 일으키고, 이 공황으로 부터 탈출하기 위해 과잉 소비와, 제품의 질저하, 식민지 수탈, 환경 파괴라는 자기 파멸적인 결과들을 야기했다. 한 예로 지난 19세기 말 공황 발생시 독일은 1억 불 어치의 철강을 바다에 버리기도 했다. 따라서 근대의 노동 신화은 임금 노동자들을 근대의 노예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노동 시간이 무조건 늘인다고 해서 생산성도 같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지나친 노동은 노동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인간이 기계가 아닌 이상 충분히 쉬어야 도리어 그 생산성이 높아진다. 19세기 말 영국은 하루 평균 9시간의 노동으로 프랑스의 11시간에 비해 2시간이나 노동시간이 적었지만 도리어 생산성은 1/3이나 높았다. (이러한 면은 현재 선진국의 노동 시간이 우리 보다 훨씬 적으면서도 그 생산성은 훨씬 높은 예에서 재확인할 수 있다.) 도리어 여가 시간이 많으면 인간의 창조성도 증대되어 도리어 기술 개발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여기서 라파르그는 과감하게 하루 3시간 노동을 주장하고 있다. 사회에서 일을 안 하는 기생적인 유한 계급들도 공평하게 노동을 한다면 이 3시간의 노동으로도 모든 사회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나머지 시간은 한가롭게 보내거나 축제를 해야 한다. 즉. 게으를 수 있는 권리(한가권)가 보장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노동을 멸시하는 것이 아니고 노동권보다는 한가권이 더 커야함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가권과 자유를 가능하게하는 수단으로 아주 효율적인 기계들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잊고 있음을 그는 지적하고 있다. 이때까지 인간을 이러한 기계들에 종속화시킨 상황을 뒤바꿔서 인간에게 여가와 자유를 주는 기계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3. 이러한 노동 신화는 현대의 무한 경쟁을 부추키는 분위기속에서 사라지기는 커녕 점점 더 증폭돼고 있다. 즉, 자유 시장이 필연적으로 부르는 치열한 경쟁과 개인적인 이익 추구의 욕망으로 인해 점점 더 격화돼고 있다. 그리고 이 신화는 결코 역사적으로 오래된 신화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 것은 결코 신화가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신화는 그 반대쪽에 있었다. 이 근거없는 노동 신화는 결코 자본 주의 사회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공산 국가에서도 구소련의 스타하노프 운동이나 북한의 천리마 운동을 통해서 이미 나타났다. 따라서 이러한 노동 신화를 비판하는 것은 자본 주의 사회만을 비판하는 것으로 오해하면 절대 안된다. 이 것은 어떠한 이데올로기나 어떠한 시대적인 어려움을 핑계로 삼아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도리어 어려운 시대일수록 한가권을 보장하여 노동 생산성의 효율성을 기해야 하고, 분배의 문제를 조정하여 부의 편중을 막음으로서 누구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해결 해야 한다는 것이다. ps) 정정합니다. 유희적 인간은 호모 파베르가 아니고 호모 루덴스입니다. 그래서 뒷북으로 고칩니다.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