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4월 30일 금요일 오전 02시 24분 55초 제 목(Title): 이호신/ 상생의 빛과 노래 相生의 빛과 노래 이호신 <한국화가> -------------------------------------------------------------------------------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님의 ‘꽃’ 중에서) 이 땅의 삶과 자연을 찾아 떠도는 내게 꽃은 하나의 화두로 다가온다. 예전 복사꽃·진달래가 만발한 싱그러운 유년의 추억과 고향이 있었지만, 도심살이에 찌들어 꽃의 향기도, 이름도 잊어 갔다. 그렇게 세월이 흐른 후, 십수년 전부터 산천과 삶의 진원지를 찾아 떠돌면서 내 가슴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사계절의 숲과 계곡, 들녘에 무리진 들꽃을 만나면서 잃어버린 그리움이 싹터 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저 무구한 꽃들에게 붙여줄 이름도, 그 숨결을 느낄 여유조차도 갖지를 못했다. 꽃은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아야 했으니까. 그러던 어느날 이 땅의 자연을 그리는 자격에 크게 낯붉히고서야 화첩을 챙겨 길을 떠났다. 산과 들의 실체는 수없는 개체의 아름다움과 향기 없이는 무의미하다는 진실에 기초하면서. 이 일을 위해 나는 식물탐사회의 회원이 되어 산천을 따라 나서 꽃의 생태를 배우며 사생을 시도했다. 현장수업을 통해 발견되는 작은 생명은 그 자체로 경이의 연속이었다. 또한 뿌리와 줄기, 꽃과 잎으로 하여금 소우주의 질서를 느껴야 했다. 헤아릴 수 없는 들꽃의 무리, 그 군집의 아름다움과 함께 개체 고유의 향기를 조금씩 실감해볼 수도 있었다. 한편, 씨앗에서 발아·성숙·개화를 거쳐 열매 맺는 자연의 섭리는 삶의 여정을 아우르게 하여 상생(相生)의 숨결로 다가오는 것이다. 애초 성찰과 즐거움으로 시작된 꽃에 대한 단상은 존재의 이면을 외면하지 못하는 통찰로 이어지는데, 환경오염의 척도로써 살펴지기도 했다. 즉, 우리 산천 지역 분포에 따른 꽃의 종(種)이 환경의 바로미터요, 생태계의 깃대종으로 파악되는 현실적 문제였다. 이것은 세기말 징후와 함께 ‘자연유산’의 심각한 국면을 드러내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워야 할 꽃이 수난의 시대를 맞이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사물의 시대정신이란 꽃 한송이에도 의미가 있기에 꽃을 통해 삶을 노래하고 내면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기쁨과 환희의 속삭임만큼이나 좌절과 슬픔을 꽃으로 말하게 하고 빛깔을 드러내는 생명의 숨결이게 하는 것이다. 가끔은 이 땅의 선조들이 그려낸 꽃그림을 보면서 산천을 닮아온 사람들의 체취를 느끼며 피고 진 꽃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빛깔에는 꽃을 통해 경륜(經綸)의 뜻을 기리고 때론 풍류와 삶의 의지를 노래한 면면한 핏줄이 보인다. 그 ‘뜻그림’속에는 이 땅의 산천을 사랑한 님들의 모습과 꽃향기가 잔잔히 피어 오르는 것이다. 나 또한 이 사유의 전통을 유산으로 이 땅의 꽃을 바라보고 그 의미를 그려내고 싶다. 이런 까닭에 꽃은 내게 한갖 소재의 대상이기보다는 시대의 빛깔이요, 나 자신의 노래인지도 모르겠다. 지금껏 우리 산천에서 만난 들꽃들은 자생의 힘으로 스스로를 가꾸고 인내하여 꽃을 피우고 있다. 그 지극한 생명의 손짓이 향기가 되어 우리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때론 숨결과 아리따움을, 소박함과 겸허를 보여주는가 하면 사랑과 비애의 화신이 되기도 하는 꽃으로부터 세파에 물들지 않는 지조의 의연함을 배운다. 따라서 그 숨결을 그리고 싶어진다. 그 빛의 숨결, 상생의 존재로서 나는 꽃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제주 대정에서 수선을 스케치하고 있는 작가 이호신. <제주 수선> 한지에 수묵담채 41×34cm 1998 <해빙> 한지에 수묵담채 44×29.5m 1997 ------------------------------------------------------------------------------- - 이호신은 1957년 경북 평해에서 태어났다. 수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지금까지 우리 ‘문화 유산’의 아름다움과 민족의 숨결을 담은 삶의 모습을 기록해 오고 있다. 또한 자연과 인간의 상생을 위한 ‘자연유산’의 중요성을 깨닫고, 생명의 외경과 삶의 본질을 밝히는 그림과 글을 발표했다. 《길에서 쓴 그림일기》와 《숲을 그리는 마음》 두 권의 저서가 있다. ------------------------------------------------------------------------------- - �� �後後� �짯後� �後� �碻碻碻� �碻碻� �� �� ┛┗ �� �� �� �� �後後� �碻�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