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Hyena ( 횡 수) 날 짜 (Date): 1999년 2월 12일 금요일 오전 09시 31분 14초 제 목(Title): [책 추천] 70일간의 세계사 여행 역사 책 하나 추천하려합니다. ^^; 일본 영화 감독인 하니 스스무가 쓰고 곽윤이 씨가 번역한 책입니다. 선사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세계사를 300페이지도 안돼는 분량으로 요약했습니다. 이런 작은 책으로 그 방대한 세계사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기가 가능해 보이지를 않는 데 뜻밖에도 역사 전문가도 아닌 저자는 충분히 그 것을 해내고 있습니다. 역시 영화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은 어느 분야에도 해박한 지성인인가 봅니다. ^^; 세계사에서 중요한 부분들을 골라내고 그리고 그 근본 원인들을 저자 나름대로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것도 잘 알려지지 않은 비화같은 것으로 결코 엽기적인 내용이 아니면서도 자세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딱딱하기만 한 정통 역사책보다 오히려 더 읽기 좋습니다. 그중에 몇 가지만 맛뵈기로 얘기하자면 저자는 문명이 인간에게 결코 이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위에 제가 쓴 '에덴의 동쪽'에서 보는 관점과 거의 일치하고 있습니다. 아마 저자도 마빈 해리스의 저작을 읽지 않았나 봅니다. ^^; 근데 알고보니 이러한 관점은 멀리 18세기 계몽주의자 루소에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가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친 것은 그의 저작 '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통해 자연 상태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행복했으나 문명이 불평등을 낳았다라고 주장한 데서 비롯됩니다. 여기서는 서구 문명의 시작을 게르만의 대이동 때문에 촉발된 것으로 보는 것이 새롭더군요. 이 게르만족속들은 5세기까지도 동유럽의 울창한 숲속에서 벌거벗고 다니는 야만 생활을 하고 있었더랍니다. 이 족속의 남자들은 훤칠한 키와 떡벌어진 체구에도 불구하고 대낮에도 잠만자고 눈만 뜨면 도박에 미쳐 있었다고 합니다. (Hyena의 주; 그래서 '게으르기만' 해서 게르만이란 종족 이름을 붙이지 않았나 봅니다. 오늘날의 독일인들의 근면성을 생각해 볼 때 엄청 의외입니다. 제 버릇 개 못 주다던 데... ) 5세기가 되자 이 게르만족이 갑자기 숲에서 뛰쳐 나와 미친듯이 로마를 멸망시키고 그리스-로마 문명을 흡수해서 서유럽을 거의 포함하는 프랑크 왕국을 세우고 11세기에 이르러서는 이백년동안 그 추악한 십자군 전쟁을 벌여 그 당시 선진 문화이던 사라센 문화까지 드라큐라처럼 쪽쪽 빨아들안 탓에 15세기에 이르러 드디어 르네상스를 꽃피워 근대와 현대사를 주도해갈 서구 문명을 이룩해내는 과정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 Hyena의 주: 실제로 지금의 체코 지방의 영주이던 드라큐라 백작은 십자군 전쟁에 나가 그 잔혹함을 떨쳤다더군요. 그리고 근세에 식민지를 이룩하는 과정까지 생각하면 서구 문명은 피위에서 일어선 뱀파이어 문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게르만족이 숲에서 스스로 벗어난 게 아니라 몽고족인 훈족을 비롯한 아시아 유목민족들이 쳐들어 오는 바람에 숲에서 쫓겨난 것입니다. 케사르가 이끄는 막강 로마 군단도 정복 못한 게르만의 숲을 우리와 친척뻘인 몽고 유목민들은 해냈다는 것입니다. 결국 근대에 둘어서 서양 열강에 의해 고통 받는 아시아의 역사는 이러한 5세기에 일어난 사건의 응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문명의 발달과 전파에 유목민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는 군요. 아시아 유목민이 게르만을 숲에서 쫏아내지 않았다면 유럽은 아직도 중세의 암흑기 였을 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그랬었더라면 .... 역사 가정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지만.... 작은 책이지만 배우는 것이 많은 책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