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사과같은내) 날 짜 (Date): 1999년 1월 7일 목요일 오후 05시 30분 16초 제 목(Title): 한/김지하대담 ,21세기 문화창조력 김지하신년인터뷰] 21세기 문화 창조력으로 대응 ▶프린트 하시려면 ―최근 일본을 다녀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70년대 민주화투쟁 과정에서 고생하실 때 가장 관심을 기울이며 구원활동을 벌였던 곳이 일본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빚을 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텐데요. 비자 문제 등으로 오랫동안 못 가다가 지난 12월에 처음 일본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받은 느낌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물론 초청을 받아서 간 것이지만, 제가 일본에 간 것은 크게 보아 두 가지 취지에서였습니다. 하나는 구명운동 해준 친구들을 찾아 감사 인사하는 것이고, 둘째는 아직도 좋지 않은 한일관계를 동아시아라는 하나의 틀 안에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나라가 연대해서 전세계를 향해 동아시아로부터 새로운 문화적 메시지를 발신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한일간의 구원(舊怨)을 넘어가 보자는 적극적인 제안을 하려는 것이었죠. 전반적으로 일본에서 받은 느낌이라면, 무언가 기술, 자본, 경제와 같은 것으로는 우리가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열패감을 느낄 필요는 없겠죠. 한민족에게는 창의력과 대담성이라는 나름의 특질이 있으니까요. 그에 맞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합니다.한국은 이른바 문화와 사상의 시대라고 하는 21세기에 대응해서 우리 민족의 특질에 알맞게 창의력, 창조력, 내용을 창조하는 쪽으로 나가야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 민족의 창조력의 우수성을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을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요? =일본에서도 숱하게 받은 질문입니다. 거기에는 세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우선, 인접국 사이의 문화 개방은 당연한 것입니다. 또, 일본의 테크닉은 대단히 우수합니다. 그건 우리가 배워야 합니다. 세번째가 중요한데, 내용의 문제입니다. 거기서도 명확하게 얘기했지만, 일본 대중문화는 썩었어요. 섹스, 폭력, 괴기를 빼면 다른 것은 안 보여요. 이 문제만은 한·일의 진지한 예술가들과 문화 창조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일본 사람들에게 새롭고 진지한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연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현 정부는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 이후 한일 과거사가 어떤 식으로든 정리됐다고 보고 두 나라 관계를 꽤 낙관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일본에서는 남한과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더군요. 주로 북한의 핵, 인권, 기아 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경직되어 있었습니다. 한국과의 관계는 상당히 낙관하는 것으로 보였으나 제가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세계상이나 아시아상과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통점도 있고 말이죠. 특히 현지에서 보니 동포들의 귀화문제와 같은 것은 매우 심각하더군요. 동포들은 북에 대해서도 귀속감을 못 가지고, 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살기에는 귀화가 편한데, 귀화하더라도 마음이 편치 못하죠. 한마디로 아이덴티티의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도 백만 재일동포들 문제에 좀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나아가서 재일뿐만 아니라, 재외 한민족 전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죠. =재일동포들의 정체성 위기가 결국 남북관계와 관련되는 것인데, 동포들과 논의하면서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셨습니까? =동포들을 만나 보니 분단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빨리 통일돼야겠더군요. 그런데 이 경우에도 중요한 것은 사상과 문화의 문제라서, 저는 단군 얘기를 했어요. 북에서는 유물주의의 한계 안에서지만, 단군을 인정하고 있는 반면, 남에서는 그렇게 못하고 있어요. 내 제안은 역사의 정통으로서 단군의 위치를 복원시키자는 것입니다. 둘째는 단군사상에서 출발해 민족적이면서도 인류 차원의 새로운 사상을 창조하는 운동을 펼치자는 것입니다. ―남북 분단과 동포들 아이덴티티 얘기하면서 단군을 언급하셨는데, 남북관계는 현실의 문제이고 단군은 몇 천년 전의 존재인데, 둘을 어떻게 관련지을 수 있습니까? =북의 단군 관련 논문을 읽어 보니, 유물주의, 주체사상, 폐쇄적·방어적 군사국가라는 한계가 분명한 가운데도, 단군 역사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또 상고사 연구에서도 남쪽보다는 훨씬 진취적이고 깊이 들어갔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반면, 환인과 환웅에 대해서는 신화라고 보아 치지도외하더군요. 이 점은 부정적인 것이었습니다. 제가 상고사를 생각하는 것은 일본의 식민사관을 깨고 민족 정통의 주체적인 사관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입니다. 또 하나, 구제금융을 맞으면서 정신적 빈곤과 공황을 얘기하는데(윤리, 도덕, 사상의 문제 말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돌아갈 뿌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새로운 사상의 진로를 밝히지 못하고 있어요. 오히려 서구인들이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북아시아에 살고 있는 우리는 등하불명 격으로 우리 전통사상 등에 대해 거의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군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복고적인 단군사상을 그대로 반복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초현대적 사상으로 재창조한다는 겁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박정희나 칭기스칸 등을 숭앙하는 새로운 영웅주의나 쇼비니즘적 경향이 아이엠에프 국난극복과 결합해서 위기 극복의 방안으로 대두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박정희 숭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그렇게 되면 우리가 몸담았던 민중운동이나 그 후의 시민운동이 다 무효가 되는 것입니다. 메시아 대망 심리는 제 몸은 움직이지 않으면서 누군가 나와서 자기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타성입니다. 제왕중심적 사고라서 민중주체적 사관과는 거리가 멀죠. 박정희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이미 나와 있습니다. 그가 잘한 게 한두 가지는 있죠. 먹고 살기 힘들 때 경제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과 그린벨트 만든 것은 그의 공으로 인정합니다. 그 외에는 나는 인정 못해요. 지금은 영웅이 없는 시대예요. 만인이 해방되고 창조자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단군사상의 복원과 시민의 자발적 참여는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겠습니까? =그것이 바로 제가 신인간주의라 부르는 것입니다. 서양 휴머니즘에는 인도주의 전통과 같은 좋은 점이 있지만, 단점도 많습니다. 인간과 자연을 대립의 관계로, 인간과 인간을 경쟁적 관계로 보고, 인간을 물질적 존재가 아니면 이성적 존재라는 식으로 단편적으로 보거나 또는 우주의 미아로 보는 식은 문제입니다. 따라서 단순한 인간주의 교육으로는 안 됩니다. 지금과 같은 지구화 시대, 세계화 시대, 여러가지 문명을 다층적으로 살아야 하는 시대, 인간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야 하는 시대, 영적 해방과 동시에 사회적 변혁을 함께 성취해야 하는 시대에는 총체적 인간 이해가 필요합니다. 우주적 인간이랄까 통일적 인간이랄까, 서양의 인간관을 넘어서는 것이 필요하죠.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남에게도 유익하고, 인간만이 아니라 우주만물에 다 유익한 확장적 인간 이념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는 것입니다. 그에 대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홍익인간이죠. 두루 넓게 유익한 인간. 이건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인간과 동식물과 유기물을 다 포함하는 것, 내 식으로 말하자면 생명이념입니다. ―서구에서는 근대가 낳은 여러 문제에 부닥치면서 실용성을 갖춘 사회주의 노선, 이른바 제3의 길이 유행인데, 그 배경을 어떻게 이해하시며, 그것이 우리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시는지요? =사회주의 몰락 이후의 상황에서 자본주의는 초기 자본주의처럼 험상궂은 천민자본주의의 형태로 돌아갔습니다. 지금 세계를 지배하는 금융자본주의는 모든 인간을 불안하게 만드는 카지노 자본주의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앤소니 기든스나 토니 블레어,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주장하는 제3의 길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죠. 말하자면 새로운 중간론인데, 거기에는 분명 긍정적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따져 보면 이런 것이 반드시 서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방 직후 천도교청우당에서 나온 신인간사회교리가 있습니다. 경제 사회 교육 정치, 모든 분야에 다 걸치는 것이죠. 북의 소련식 사회주의와 남의 미국식 자본주의를 다같이 비판하면서 소박하지만 새로운, 동양식 인간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제3의 길을 제시하고 있죠. 지금 우리는 다 잊고 있는데, 당시에는 조소앙이나 김구 선생에게도 감화를 주었습니다. 덮어놓고 서구에서 하니까 좋다고 할 것은 아닙니다. ―99년 초에는 유로통화가 출범해 아시아에서도 유럽과 같은 지역통합에 대해 관심이 높아질 텐데, 아시아 전체의 협력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처지로 보나 세계 자본주의의 현실로 보나 미국은 중요합니다. 미국과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요. 우리로서는 그것과 동시에 중국, 일본 등과 경제, 정치, 문화적인 공동보조를 취한달까 지역권을 형성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아시아권이면서 동시에 태평양권인 새로운 문명창조의 길을 가는 게 중요합니다. 미국과 동아시아 양쪽으로 퍼져나가는 것이죠. 미국에 끌려다닐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보낼 필요가 있어요. ―과거 일본의 아시아주의는 이른바 귀축미영의 구호 아래 아시아를 자신의 영향권 아래 두려는 제국주의적 발상도 강했는데요. 최근 일본의 ‘아시아통화기금’같은 제안에 과거의 제국주의적 발상과 구분되는 호혜평등의 진정한 아시아 연대의 의도가 있다고 보십니까? =일본의 노벨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와 몇년 전 대담할 때, 제가 동아시아 연대에 대해 말하니까 그이가 경계하는 걸 보았습니다. 이시하라 신타로식 아시아주의가 아니냐는 것이죠. 그러나, 제 생각은 그와는 다릅니다. 일본이 근대화 초기의 탈아입구(脫亞入歐) 이후 최근 다시 탈구입아로 돌아서는 이유는 순전히 경제적인 것입니다. 문화, 사상, 문명적으로 창조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높은 아시아관은 아니죠. 그런 점에서 일본 지식인들의 각성이 필요합니다. ―북한의 현실은 특히 기아사태도 있고 해서 같은 동포로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김정일 체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곤란한 질문입니다만, 한 마디만 하고 싶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군부에 너무 끌려다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좀 더 많은 지식인들의 역할, 개혁개방론자들의 주장, 평화적인 대응방법 등을 좀더 고려해야 합니다. 뒷전에서는 쌀을 달라 하고, 주면 그건 사료나 하겠다고 큰소리치는 것은 쪼무래기 식이예요. 좀더 신사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쌀 가지고 올라가는 목사들은 냉대하고, 돈 많이 갖다주는 문선명씨나 정주영씨만 우대하는 건 문제예요. 개방적이며 진취적인 주체로 나서야 합니다. ―50년 만에 정권이 바뀌어, 새 정권이 여러가지 개혁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역시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세 가지 느낌이 있습니다. 하나는 개혁 주체가 없다는 겁니다. 김영삼 정권 때도 개혁 얘기가 나왔죠. 그때도 개혁의 청사진도 없고 주체도 없다는 얘기를 제가 했습니다. 결과는 안 좋았죠. 지금 역시 마찬가집니다. 아시다시피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수십년에 걸쳐 민주화운동에 가담했지만, 그 가운데 많은 이들이 새 정권에서는 빠져버렸습니다. 대통령은 측근들 몇과 미국에서 공부한 신자유주의자들로 주변을 구축했습니다. 그들만으로는 개혁 안 돼요. 둘째, 신자유주의와 대미종속으로 일관하다가는 반드시 저항에 부닥칩니다. 말만 개혁이 아니라 노선 자체의 개혁이 필요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지식인 그룹 등의 말을 경청해야 해요. 대통령 혼자서 다 하는데, 위험합니다. 마지막으로, 실직자 문제는 태풍의 눈입니다. 방만하게 볼 게 아니예요. 이 문제에 대한 성실한 대응이 있어야 합니다. 그 밖에도 지방색 문제 등등이 많지만, 이 세가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현실적 문제는 그 정도로 하죠. 김 시인의 사상적 궤적을 꾸준히 추적해온 이들이 아니라면, 변혁운동의 최선봉에서 생명운동을 거쳐 율려운동과 단학으로 이어지는 사상적 흐름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과연 일관된 사상적 흐름이 있어서 계승, 발전하는 것인지, 아니면 앞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세우는지가 궁금합니다? =이렇게 말해 보죠. 우리 몸에는 세 개의 단전이 있습니다. 하단전은 정충, 중단전은 기, 상단전은 신, 그러니까 영혼입니다. 이를 현대적으로 풀면 어떻게 될까요? 인간은 물질, 육체이며 정신인 동시에 우주적 존재, 신명입니다. 이처럼 세 가지 모순된 차원을 한 몸 안에 같이 지니고 있는 것이죠. 이는 우주진화사 전체를 압축하는 것입니다. 저는 젊어서는 유물주의자였습니다. 꼭 마르크스주의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에 가까이 갔죠. 그러면서 민족주의자였고, 동시에 종교에도 관심을 가졌어요. 어쨌든 물질주의자로서 빈부의 격차, 복지, 민중의 해방, 자유와 평등의 성취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틀림없습니다. 지금의 나는 세 가지 단전의 맨 하층을 생각하면서 그것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젊은 시절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이젠 옛날 친구들 다시 만날 겁니다. 민중의 복지문제 등에도 새로운 관심을 쏟을 거예요. 그 동안 소원했던. 환경운동과 생명운동 시절의 친구들, 과학이나 종교 쪽 친구들도 다 만날 겁니다. 이 세 개의 시절을 제가 다 거쳐왔는데, 한 몸 안에 이것들이 다 있다고 생각하면 매우 즐겁습니다. 단군의 <천부경>에서 말하는 천지인에 기초할 때에야 비로소 제 존재와 인간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요즘 마음이 아주 편해요. 과거에는 이전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하는 식으로 자꾸 변했는데, 지금은 다릅니다. 이제는 다 껴안을 수 있습니다. ―91년인가요, 변혁운동 쪽과 소원해졌던 일이 있었죠. 그때 그렇게 되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미 감옥 안에서, 사회주의로는 안 되겠다고 느꼈습니다. 감옥에서 나온 뒤 생명운동에 종사하자 그에 대해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그때부터 사이가 소원해진 것이죠. 그것이 극에 달한 것이 제가 분신사건과 관련해 <조선일보>에 쓴 글로 해서였습니다. 그와 관련해서는 지금도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운동이란 자신도 사랑하고 남도 사랑하는 것, 생명을 보듬고 나가는 것입니다. ―김지하를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는 무엇을 얘기하시겠습니까? =조금 어렵더라도, 역시 율려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이 말은 <천자문>에도 나옵니다. 우주 음악이라는 뜻이죠. 우리가 살아나려면 창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99년부터는 밀레니엄 라운드 시작되죠. 이발, 목욕, 디자인 등 온통 개방됩니다. 미국이 다 쓸겠다는 것이죠. 일본은 어느정도 경쟁력 있겠지만, 우리는 없습니다. 유일한 가능성이 창조적 능력이에요. 새로운 예술, 감수성, 우주적 예술을 해야 우리는 살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소수의 고급 예술가들의 일만이 아닙니다. 율려운동을 대중화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신인간주의예요. 그래야 내면의 행복이 옵니다. 또 하나, 우리의 뿌리인 단군을 찾아야 합니다. 다만, 쇼비니즘은 피해야죠. ―오랫동안 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데, 집필 계획이 있습니까? =내년부터는 새 책이 쏟아져나올 겁니다. 우선 세 권 정도가 예정돼 있습니다. 예술 관련 논문을 모으고 요즘 생각을 덧붙인 것, 지난 80년대 민중사상 답사, 30년 친구 안재훈씨와 나눈 왕복 서간문이 그겁니다. 이것들과는 별도로, 한 1년 계획으로 두 가지를 생각 중입니다. 단군에 대한 현대적 접근과 새 해석을 정교한 산문으로 쓰겠다는 것이 하나고, 김민기씨와 함께 할 총체적 음악극 대본이 둘입니다. 음악극은 신시(神市)시대를 재현하는 것이지만, 사실은 유토피아 얘기입니다. 짧은 시의 시상도 많이 오고 있는데, 내가 누르고 있습니다. 생각이 달라지면 시도 달라져야 하는 거죠. 다 수련 덕분입니다. 단학을 해서 제가 건강해졌습니다. 정리 최재봉/사진 김종수 기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