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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Hyena (  횡 수)
날 짜 (Date): 1998년 12월 26일 토요일 오전 10시 54분 05초
제 목(Title): [특집] 에덴의 동쪽 [1]




 I. 서론

 나는 오래전부터 원시 시대에 대한 향수를 자주 느껴왔다.
 과학 기술이 발달돼어 편리해진 지금보다 그 때가 오히려 더 살기가 좋았을
 것이라고 내맘대로 막연히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이런 저런 문제로 살기가 팍팍하게 느껴지고 우울해질 때면
 이런 증상은 더 심해진다.
 종종 나 자신이 이런 속세의 어지러운 번뇌를 다 떨쳐버리고 지금으로부터
 3만년전 원시인으로 돌아가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곤 한다.

 나는 표범 무늬 가죽 하나만을 덜렁 걸친 다소 허전한 모습으로 돌몽둥이를
 머리 높이 쳐들고 토끼 사냥에 열중해 있다.
 마치 016 PCS 선전에 나오는 송강호처럼...
 '우어어~~~'
 괴성까지 질러가며 신이 났다.
 도대체 그런 방법으로 토끼를 잡을 수 있던 말던간에 나는 그 시대가 줄 듯한
 아련한 기분에 젖어 들곤 한다.
 나는 016 보단 차라리 원시인을 택할 것이다.
 정말이다. -_-;
 (근데 거의 요따우 방식으로 토끼를 잡은 적이 글쓴이에게 실제로 있었다.)

 이런 나의 상상을 전에 다른 보드에도 포스팅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그런 정신나간 소리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바로 나의 구석기 시대에 대한 막연한 생각이 전혀 황당한 것만은 아니고
 상당히 근거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돼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시다.

 달포전에 바로 유명한 인류학자인 마빈 해리스의 'Cannibals(주1) and Kings:
 The Origins of Cultures'이라는 책(주2)을 사 보고나서 였다.
 나와 해리스는 시기적으로 다르지만 거의 같은 상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해리스가 20년 더 일찍 했고 그는 상상 수준에 머무르지 않았지만...

 우리는 대부분 구약 성서에도 나오는 '에덴'에 대해 믿거나 말거나 정도로
 생각하고, 사실 그런 거에 신경 안 써도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없다.
 그러나 나의 구석기 시대에 대한 몽상(?)의 결과에 의하면 에덴은 실제로
 있었을 꺼라는 것이다.
 결코 가볼 수 없었던 피안의 이상향이 아니라는 거다.
 해리스는 간접적이나마 바로 구석기 시대 전기가 에덴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는 이 글에서 해리스의 이러한 주장에다 나의 몽상을 보태고 거기에 뻥으로
 짭잘하게 간을 맞추어 더 장황하게 횡설 수설하고자 한다.

 해리스가 인류의 문화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 것은 인간의 생식
 압력이다.
 즉 인간들의 참을 수 없는 성욕으로 인해 늘어만가는 인구와 거기에 들어가는
음식과의 관계가 인류 문명의 역사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단재 신채호 선상님께서 일찌기 갈파하셨듯이 역사는 아와 피아의 투쟁인 디,
 여기서는 좀 더 까놓고 얘기하자면 아와 피아의 음식을 향한 투쟁이라고
 보는 것이다.
 머니 머니해도 음식이 인류 문명에 미친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정치, 경제, 철학, 과학, 종교, 문학, 예술,...등등 인류의 모든 문화가 다
 음식과 관계돼다보니 얼떨결에 나온 부수적인 거라는 거다.

 바로 내가 전에 수필 보드에 일찌기 음식의 중요성을 일깨운 바 있던
 일련의 포스팅인 '음식과 인생'의 주장과도 완존히 일맥 상통하는 얘기이다.
 물론 해리스는 이미 20여년전에 나와는 독립적으로 음식 문화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인류학계의 풍토속에서도 이런 뛰어난 이론을 내놓았다.
 마치 내가 음식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비비의 분위기에서도 굴하지 않고
 포스팅을 했듯이...

 나의 주장은 인류 역사중 한 시대로서 에덴은 실제로 존재를 했고
 그 시대에 대한 인류의 향수가 신화의 형태로 남은 것이라는 것이다.
 고대 신화나 전설중에 그 것이 역사적 사실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예가 많이 있다.
 쉴리만의 트로이 유적 발굴이 대표적인 예이고
 노아의 홍수는 중국의 삼황 오제 시대등 전세계적으로 홍수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역사적 사실로서의 홍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신화나 전설과 직접 관계가 있는 지는 모르겠는 데
 몇년전에 서울 신정동에 사는 동네 쌀집 아조씨가 혼자힘으로 동네 사람들
 얘기를 듣고해서 백제 초기 유적을 발견해내서 관련 학계에 개망신을 준 일이
 보도된 적도 있었다.

 이러한 고대 신화와 전설은 전혀 황당하게 꾸며낸 것이 아니라 역사시대
 이전에 있었던 커다란 사건을 배경으로 깔고 있을 가능성이 무지 많다.
 문자는 없었더라도 언어가 있었던 시기의 사건들은 구전으로 이어내려와
 역사 시대이후에 이러한 신화와 전설의 형식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는 게
 옳지 싶다

 아마 모든 것이 완벽하였었던 구석기 시대의 에덴에 대한 격세유전(隔世
 遺傳)적인 기억이 아직도 내 피속에 흐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주1. 요대목에서 분명히 헷갈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cannibals과 carnivals는 다른 것으로 각각 食人과 축제를 의미한다.

주2. 이 책의 번역본인 '식인과 제왕'(한길사)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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